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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애도를 막는 자, 누구인가
[사설] 애도를 막는 자, 누구인가
글쓴이 : 대학원신문 | 등록일 : 2017-04-16 17:19:52 | 글번호 : 8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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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를 막는 자, 누구인가

 

이번 호 본지에서는 1면과 3면에서 각각 세월호 3주기와 삼성 반도체 노동자 고 황유미씨의 10주기를 특집 기사로 다뤘다. 이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딛고 있는 수많은 죽음들을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저마다의 이유와 감정을 안고 세월호에 탑승한 승객 304명은 차가운 물속에서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고,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뇌종양이나 백혈병 등에 시달리거나 곧 죽음을 받아드려야만 했다. 이들의 죽음은 우연이나 운명, 자연사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가 딛고있는 것이다. 병든 사회적 조건과 시스템이 수많은 개인들을 죽음에 몰아넣고, 그 죽음 위에서 사회는 굴러간다. 생활고로 인해 집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남겨둔 채 번개탄을 피워 목숨을 마감한 세 모녀, 콜센터에 현장 실습을 나갔다가 투신을 선택한 여고생. 부실한 사회안전망과 열악한 노동 환경은 이들로 하여금 죽음을 선택토록 했다. 이들이 스스로의 생을 저버린 것을 개인의 선택 문제로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죽음들을 사회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면, 이를 둘러싼 애도 또한 그에 걸맞은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통상적으로 애도는 죽은 자들의 부재를 받아들이고 남은 자들이 망자가 없는 삶의 질서를 재구축하여 다시금 새로운 일상에 정착할 수 있게 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온전한 애도를 위해서는 우선 산 자들이 부재에 대하여 충분히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 빈자리로부터 발생하는 의미를 안은 채라야 삶의 질서가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 우리는 부재의 이유를 의미화 할 수 없는 실종자를 애도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앞선 죽음들에 대한 애도는 그 시작부터 불가능한 상황이다. 부재에 대한 설명이 온당치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죽음이 자연사적 사건이 아닐진대 그 원인의 규명이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원인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분명해지지 않는 상태에서, 부재를 의미화하고 삶의 질서를 만들어 나갈 수는 없다. 삼성은 반도체 공장의 근무 환경이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어떻게 훼손하고 있는지를 철저하게 규명하고 그 잘못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해 수많은 이들이 궁핍에 시달리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그로부터 사회적인 죽음의 애도는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그로부터 삶의 질서를 재구축하는 일, 올바른 노동환경과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세월호를 인양하는 것으로부터, 그것이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는 것에서부터, 또한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들을 찾는 것으로부터, 세월호에 대한 진정한 애도는 시작될 수 있다.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모두가 앞다투어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의 병리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들 한다. 대선을 앞두고 언제나 그러했듯, 말을 내뱉고 마는 것은 간편하다. 그러나 그것을 실제로 실현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회적 적폐와 병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근원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자본의 축적을 위해서라면 생명쯤은 가벼이 여기는 기업들의 행태, 권력의 공고화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국민들의 삶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국가. 그 근원에는 사회적 애도를 가로막는 자들이 있지 않았던가. 가장 먼저 그들에게 저항해야 한다. 죽음에 대한 침묵은 또 다른 죽음을 낳는다. 애도되지 않는 사회는 영영 우울의 덫에 빠지게 된다. 그 연쇄의 고리를 끊기 위해 묻고 분노하자. 사회적 애도를 막는 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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