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정문 앞 재개발 추진 논의가 시작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재개발의 진척 상황과 추진 방향들에 대한 의견을 짚어보았다.

재개발의 추진이 시작된 시점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문 맞은편 지역의 주민투표가 있었고, 50%이상의 찬성으로 재개발추진위원회(이하 재추위)가 구성되었다. 그리고 2006년 10월 재추위는 정문 앞 동대문구 제기2동 136번지 일대를 대상으로 ‘아파트 재개발 구역지정 심사’를 동대문구에 신청했고, 올해 5월, 14개동의 아파트건축의 재개발 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특별한 진척 없이 지지부진한 논의만을 계속하고 있는 데는 상호간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는 것에 가장 큰 이유가 있다.

재추위, 재개발반대주민위원회(이하 반대위), 상인회, 우리학교 및 학생회 모두 정문 앞 지역의 재개발에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찬성하고 있는 가운데, 그 방식이나 형태에 따라 각기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추위는 동대문구에 심사를 신청한 내용과 같이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공동주택단지가 들어서는 것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는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재추위 측은 “도시미관, 토지이용, 현저하게 낙후된 건축물 등의 문제로 현 생활에 불편이 많다”며, 재개발이 추진되면 건물주인과 세입자에게 보상금과 특별 분양권이 지급되어, 공동주택단지가 들어선 후 땅값 상승으로 인한 이득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반대위 측은 “제기동의 지가는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보상금으로 다른 지역의 집을 구입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재개발 착수 후 보상금이 주어지기까지 1~2년의 시간이 걸리고, 아파트 특별분양권이 일반분양가보다 40%정도 저렴하게 책정되지만 영세한 주민들이 이를 취득하기엔 경제적 여건이 힘든 것이다.

또한 상인회 측은 재개발로 인한 수입원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상인 및 건물 소유주들은 하숙집과 월세방에서 얻는 수익이 사라지는 문제를 갖고 있다.

우리 학교와 학생회는 조망권을 비롯한 문제들로 인해 공동주택단지로의 재개발에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정문 앞의 고층빌딩 없이 확 트여 있어 얻을 수 있었던 훤한 조망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사가 시작되면 먼지, 분진, 소음 등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가 우려되며, 기존 상권이 사라지고 정문 앞에 있었던 학생들의 하숙 등의 숙박시설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학생들의 거주공간의 수가 축소되면 그 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해 학생들에게는 당장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난항을 겪고 있던 재개발 사업은 지난 15일에 있었던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재추위는 수정안을, 학교측은 제안서를 제출하며 의견 조율을 시도했다.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는 재개발 절차 2단계인 ‘정비구역지정’ 단계이며 이 심의가 통과되면 실질적으로 ‘조합설립추진위 구성 및 승인 단계’로 넘어가게 되어 재개발이 이뤄지게 된다.

올해 5월 재추위가 제시했던 문서에는 국공유지를 포함한 곳에 기반시설과 아파트를 배치해 보안조치를 받아, 수정안을 제출했다. 수정안은 국공유지를 제외한 곳에 14개동의 아파트를 재배치해 용적률은 2%만을, 세대수는 902세대에서 10세대만을 감소시켜, 이는 기존의 재개발안과는 큰 차이는 없는 것이었다. 이에 관해 추진위 측은 “서울시에서 중재 역할을 하기위해 학교 측이 원하는 안을 8월까지 제시하라 하여, 우리도 이를 반영해 수정안을 제출하려 했으나 학교 측에서 연락을 주지 않아 결국 용적률만 조절한 수정안을 제출했다”고 답했다.

반면 10월 9일 학교측에서 제안한 내용에 따르면, 주위 도시공간, 즉 학교 정문의 특수성과의 연계성을 골자로, 정문 맞은편은 지하와 지상공간으로 나누어 지하는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업시설을 배치해 우리학교 중앙광장 및 지하철 고려대역과 연결될 수 있도록 제안했다. 또한 지상에 공원 등을 조성해 보행가로 만들어 안암로 도로면은 연도형상가와 기숙사 배치로 대학문화 특화거리 조성하는 것을 제시했다. 그리고 세대수는 600여 가구로, 용적률은 162%로 줄이는 것을 요구했다. 우리학교 시설부 김흥덕씨는 “캠퍼스타운화가 학교의 비전”이라며 “학교 측은 지역주민과 함께 정문주변지역을 서로가 이용할 수 있는 교육문화특구로 개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총학생회는 심의를 앞둔 10월 14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문앞 세입자들의 생활권, 조망권, 공사시의 소음과 먼지, 주거비용 상승 등의 문제를 들며 지금의 재개발 방향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제기동 주민, 본교 및 학생들 모두에게 좋은 방안을 강구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재개발사안은 오늘 있을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 기타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다.

결국, 15일 있었던 서울시의 심의는 보류 결정이 나고 말았다.

서울시청 도시관리과 측은 “학교측의 제안서와 추진위측의 제안서가 너무 달라 서로 협의할 기회를 다시 주고자 하는 목적으로 보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류가 된 안건은 동대문구청으로 내려가, 협의 권고 등의 방법으로 재개발 안을 다시 만든 후 서울시청의 심의 절차가 이뤄질 예정이다.

재추위 총무 조규일 씨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보류 사유, 보류 내용을 보고 수정, 보완을 거쳐 제안서를 다시 낼 것이라며, 교육문화특구 등의 내용과 관련한 학교 측의 제안을 들어본 적이 없어, 조율된 바는 없다 밝혔다.

또한, 상인회 고문 신종섭 씨는 “고려대 정문 앞이라는 지역 현황을 고려해 보류한 듯 하다.”고 밝혔으며, 서울시 주거정비과 박동진 씨 역시 그렇게 밝혔다. 또한 신종섭 씨는 “서울시에서 이 보류 사유를 고려해 수정안을 내기를 권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정문 앞 재개발 계획. 이에 관련된 소유주, 상인, 학교, 그리고 우리 학생 모두가 만족할만한 결론에 이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