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평가는 권력 관계의 반영
"폭력적이고 불평등해"
'빌보딩' 문화에 대한 자성도


  ‘외모도 경쟁력 아닌가요?’
  젊은 대학생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소개팅 앱 ‘아만다’는 자신의 얼굴 사진을 올려 기존 가입자에게 평가를 받아야 가입할 수 있다. 외모 평가를 노골적으로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는 아만다를 통한 누적 매칭 수는 최근 110만 건을 돌파했다. 사회 전체에 만연한 외모 평가 행위는 대학 내에서도 공공연하게 일어난다. 이에 당연시 여겨졌던 외모 평가에 대한 자중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외모평가, 문제로 인식 못해
  대학 내에서 타인의 외모를 평가하는 행위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A(여, 13학번) 씨는 조언이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외모 평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틴트 같은 것 좀 바르고 다니라’는 말을 들었을 때 굉장히 민망하고 불쾌했다”고 말했다.

  수업 중 교수로부터 수업 내용과 무관한 외모 지적을 받은 예도 있다. B(남, 10학번) 씨는 “못 생기면 공부라도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교수님들이 많다”며 “당시에는 다들 웃어넘기는 분위기였지만 불쾌한 학생도 분명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악의 없는 농담이라고 주장해도 불쾌감을 느꼈다는 반응도 있었다. C(여, 11학번) 씨는 “외모 평가를 유머의 소재로 삼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누군가가 상처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무딘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타인을 향한 외모 평가를 지양하자는 목적으로 본교 미디어학부 여성주의 소모임 ‘시소’는 지난 5일부터 ‘말조심 캠페인’을 펼쳤다. 캠페인은 ‘너도 살만 빼면 괜찮을 텐데’와 같은 일상적 외모 지적도 폭력이라며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주장했다.


  “칭찬도 경계해야 한다"
  외모를 비난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식되지만, 칭찬의 경우 의견이 엇갈린다. D(여, 14학번) 씨는 “타인의 외모에 대한 칭찬은 노골적으로 급을 매기는 경우가 아니라면 많이 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E(남, 13학번) 씨는 “외모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옳지 않다”며 “타인을 평가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엇갈린 의견 사이에서 외모 평가 자체를 지양하자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서강대 국제인문학부 여성주의학회 ‘이음’은 지난 2월 ‘외모칭찬 안 하고 친해지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음은 성명서에서 “우리 사회에서는 외모 칭찬이 곧 친밀감의 표현으로 공식화 돼 있다”며 “설사 칭찬이라 해도 외모로 타인을 판단하는 것은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쎄러’ 활동가는 칭찬 역시 특정 기준에 의해 이루어지는 비교라는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칭찬은 듣는 순간 잠시 기분을 좋게 할 뿐”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획일화된 외모만을 바람직하게 바라보는 외모지상주의의 고착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후배 간 권력관계가 반영
  특정 과에서는 선배가 후배에게 강압적으로 외모 평가 발언을 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F(16학번) 씨는 선배와의 식사 자리에서 ‘빌보딩(Billboard-ing)’ 문화를 처음 접했다. 빌보딩이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선배 중 외모가 뛰어난 사람을 나열하도록 강요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민지운(정경대 행정15) 씨는 행정학과 내에 존재하던 ‘탑쓰리(Top3)’ 문화를 자제하자는 결의문을 학과 단체 대화방에 게시했다. 탑쓰리란 선배가 후배에게 특정 학번 학생 중 외모가 뛰어난 3명을 뽑게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그는 “대학 문화를 처음 접하는 새내기들은 선배와의 관계에서 위축돼 있다”며 “대답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람을 ‘사람’이 아닌 ‘육체’로 바라보는 외모 평가는 폭력적이며 따라서 후배에게 탑쓰리를 묻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에는 10여 명이 지지의 뜻을 밝혔다. 박윤주(정경대 행정16) 씨는 “15학번 사이에서 탑쓰리를 묻지 말자는 논의가 진행됐다는 것을 안다”며 “올해 입학한 후로 탑쓰리를 뽑으라는 요구를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시소에서 활동하는 김세정(미디어12) 씨는 “외모 지적 내지 평가는 선배와 후배, 남성과 여성, 상사와 부하 등 권력관계가 전제된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폭력적이고 평등한 문화를 지향하는 곳이라면 외모 지적을 예방하기 위해 모두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 박선영, 정다인 기자  news@kukey.com
일러스트 | 김예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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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9 21:5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