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의 밥상] 텃밭 채소로 더 싱싱한 제육쌈밥 - 조치원 일품국수

자취생의 식탁에 신선한 채소가 올라오는 일은 흔치 않다. 끼니를 때우기 위해 밥을 먹는 이들에게 균형 잡힌 식단은 먼 얘기일 뿐이다. 어머니가 차려준 밥이 그리워질 때, 학생들이 찾는 식당이 하나 있다. 바로 조치원 신안리에 위치한 일품국수다.

아파트 단지 옆에 위치한 가게의 문을 열면 여섯 개 남짓한 나무테이블과 깔끔하게 정돈된 그릇들이 눈에 띈다. 이곳의 유일한 직원이자 사장인 박선옥(여·53) 씨는 주문이 들어오는 동시에 조리를 시작한다. 국수 전문점답게 메뉴판에는 다양한 종류의 국수들이 적혀있다. 그중에서도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고 박 씨도 자신 있게 내놓는 메뉴는 다름 아닌 ‘제육쌈밥’이다. 국수 전문점에서 쌈밥이 더 유명해진 이유는 먹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쌈밥을 시키면 넓적한 질그릇 위에 향긋한 나물무침과 돼지 앞다리살로 만든 양념 불고기가 한 움큼 올려 나온다. 여기에 고기와 함께 싸먹는 적상추와 칼상추, 치커리 등이 함께 나온다. 고기와 쌈이 준비되면 뒤이어 잡곡밥과 된장국이 뒤따른다.

“쌈 채소는 그날 아침에 따서 내놓는 거야. 그러니까 당연히 맛있지.” 음식에 사용되는 채소들은 모두 박 씨가 직접 가게 뒤편 텃밭에서 재배한다. 숨이 살아있는 채소들은 사각거리는 식감으로 쌈의 맛을 한층 돋운다. 제철마다 달라지는 세발나물, 영양부추, 시금치 같은 나물들도 저마다의 향을 뽐낸다.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인 된장국에는 텃밭에서 자란 쑥, 민들레, 취나물 등이 들어간다. 된장국에 배인 깊고 진한 흙 맛은 자연으로 차려진 밥상의 절정을 이룬다.

일품국수는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는다. 양념과 재료를 보관하는 냉장고마저 식당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인공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국수의 육수엔 감칠맛이 가득하다. 들깨가루, 참깨가루, 보리새우, 고추씨, 표고버섯, 멸치살, 청어 등…. 박선옥 사장은 십 여 가지의 재료들로 ‘천연 조미료’를 만들어 낸다. “가게에 나와서 손님 받는 네 시간을 빼곤 다 재료 손질해야 해. 그래야 내일 음식을 만들 수 있어.” 박 씨는 손님을 맞는 시간보다, 재료를 손질하는 여덟 시간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채소를 심는 것부터 재료를 다듬는 것까지, 이곳에서는 모든 음식이 박 씨의 손을 거친다. 엄마의 밥상처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박 씨의 바람이 담겨서일까. 고기 한 점을 된장에 푹 찍어 아삭한 쌈 채소에 싸먹으면 절로 집에 와 있는 듯하다. 소박한 맛에 이끌려 한 입 두 입 먹다보면 온 몸에 기분 좋은 활력이 넘쳐난다.


글 | 조재석 기자  here@kukey.com
사진 | 이주형 기자 jdi@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7 19:2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