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정기 고연전, 추계연맹전 왕좌에 오른 고려대

먼저 웃은 고려대

정기전에 복수를 꿈꿀 연세대

 글 이동하 기자

사진 김도영 기자

영상출처 Youtube

(http://blog.naver.com/sportsku/220438490591)

대학축구 최고흥행 이끈 고연전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 축구부는 전국추계대학연맹전(이하 추계연맹전)과는 인연이 없었다. 1988년 우승한 이후 추계연맹전의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27년 동안 오랜 기다림이 지나고 드디어 2015년, 고려대는 결승전에 초대받았다. 호랑이와 독수리의 치열한 혈투 끝에 이 초대장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결승전의 무대 장치는 완벽했다. 예전부터 한반도 지도를 호랑이로 비유했고, 태백산맥은 호랑이의 척추였다. 호랑이가 척추를 힘껏 펴고, 결승에서 힘을 힘껏 발휘할 장소이다. 상대 또한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이다. 조별 예선전에서의 맞대결, 결승전 그리고 9월의 정기 고연전까지 어느 한 경기도 놓칠 수 없다. 이미 치러진 예선전에서는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간절히 바래왔던 추계 우승컵과 학우들의 목이 터져라 응원할 정기 고연전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두 경기에 모든 전력을 다할 예정이기에 고연전의 전초전이 될 추계연맹전 결승전은 태백산의 낭떠러지를 뒤에 둔 것처럼 치열했고, 우승컵을 입을 맞춘 쪽은 고려대학교였다.

대동소이(大同小異)했던 선발 명단, 숨겨진 양교의 속사정

 

양팀 모두 비슷한 전형인 4-3-3 포메이션을 장착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포백라인을 보호하고 측면의 빠른 선수들의 돌파로 득점루트를 만들기 쉬운 전형이다. 그러나 그 세밀한 구성은 달랐다. 고려대의 선발은 '자의적' 이었다면, 연세대의 선발 결정은 '타의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연세대는 토너먼트를 올라오며 주전 골키퍼 김동준(연세대13)과 4학년 공격수 최영훈(연세대12)을 부상으로 잃었고, 에이스이자 신입생이었던 전주현(연세대15)마저 부상으로 쓰러졌다. 그에 반해 특별한 부상선수 없이 일정을 소화한 고려대는 핵심선수 김건희(체교14), 허용준(체교12) 그리고 장성재(체교14)를 벤치에 두며 길어질 경기에 대비할 수가 있었다. 

그 결과 연세대의 세 명의 미드필더 모두 신입생으로 구성되었고, 공격수 까지 통틀어 신입생이 아닌 선수는 이세윤(연세대14) 하나였다. 

신입생의 패기에 눌렸던 고려대, 제공권으로 반전을 만들어낸 맏형 이준형

연세대 1학년들의 힘은 매서웠다. 둥지를 떠날 날만을 기다렸던 것마냥 고려대의 움직임을 압박했고, 연세대 측면 수비수 김지훈(연세대12), 이수정(연세대12)의 오버래핑과 함께 터치라인에서 힘껏 뛰어다녔다. 조별예선에서도 이같은 연세대의 공세에 고전했던 것처럼 고려대는 기세에서 앞서지 못했다. 고려대에겐 크나큰 고비였다. 만일 선제골을 헌납했다면 연세대의 공격에 더 탄력을 더해줬기 때문이다.

축구는 묘한 매력이 있다. 경기시간 90분 내내 동적인 스포츠 같지만, 종종 야구처럼 정적인 상황이 연출된다. 바로 세트피스이다. 패널티박스 바깥 쪽에서 명준재(체교13)의 빠른발이 얻어낸 프리킥에서 이상민(체교14)과 이준형(체교12)이 만들어낸 합작 선제골은 세트피스의 중요성을 알려준 그 자체였다.

선제골 이후 고려대가 오히려 경기력을 올리기 시작했고, 거듭되는 공격을 하고도 선제골을 내준 연세대는 허탈해하며 오히려 풀이 죽은 모습을 보였다.

극장의 서막이 오른 후반전

고려대는 준비했던 대로 후반시작과 동시에 장성재, 김건희를 투입시키며 경기력의 극대화를 꾀했다. 후반 15분, 2014년 정기전의 주역 허용준까지 투입하며 연세대에게 악몽을 연상시키게 할 준비를 끝마쳤다. 

그러나 연세대는 주저앉지 않았다. 아니 주저앉지 않았기에 연세대 다웠다고 할 수 있다. 조별예선 동점골의 주인공이었던 최준기(연세대13)이 허용준 투입 3분뒤 환상적인 궤적으로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쳤고, 곧바로 고려대 응원석에는 침묵이 흘렀다.

최준기의 동점골은 고려대 수비진 입장에서는 아쉬울 장면이다. 고려대 수비진이 처음부터 뛰어들어 올 수비수들의 헤딩을 의식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고, 고려대의 수비진 임승겸(체교14), 이준형, 유동곤(체교12) 모두 체격 면에서는 대학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강상민(연세대15)의 코너킥 방향과 최준기의 방향만 바꿔 놓는 헤딩슛은 연세대가 준비한 득점 루트가 정말 잘 맞아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양팀 모두 세트피스를 통해 장군멍군으로 결승전 흥행을 더 뜨겁게 만들었다.

교체 전술의 적중, 서동원 감독의 믿음과 소통 축구 실현

연세대의 동점골 이후 경기 분위기는 급속도로 기울었다. 전반 시작 이후 나왔던 분위기 그대로 연세대는 자신감을 가지고 달려들었고, 오히려 믿었던 후반전에 골을 허용한 고려대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연세대의 황기욱, 강상민, 한승규(이상 연세대15)가 득달같이 중원에서 고려대의 역습을 끊어냈고, 차분할 필요가 있었던 고려대도 급하게 공격을 전개하면서 공격진영으로 공을 가지고 나가질 못했다.

이번 결승전 결과의 고무적인 부분이 있다면 고려대,연세대 모두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득점, 실점을 모두 했지만, 고려대는 무엇보다 4-3-3 포메이션의 교과서와 같은 전술로 득점을 만들어냈다. 철저히 밀리고 있던 상황에서 하프라인에서 부터 시작한 삼각형 전술을 통해 경기 상황을 대반전시켰다. 

중앙에서 빈 공간을 활용한 이상민(체교14)의 롱패스가 허용준의 방향으로 절묘하게 배달되었다. 하지만 동점골을 넣은 연세대 수비수 최준기가 먼저 자리를 잡고 공을 걷어낼 것으로 보였다. 작년의 악몽이 엄습했던 탓일까, 뒤따라 오던 허용준을 의식하고도 오히려 불안정한한 터치를 보여주며 몸싸움 이후 무게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추계 연맹전 최고의 폼을 보여준 허용준에게 기회를 허용했다. 침착하게 돌파하는 허용준은 골문 앞의 비어있는 공간을 정확하게 포착했고, 김건희 앞에 굴러온 공은 골키퍼 전종혁(연세대15)에게 막을 시도 조차 하지 못하게 골망으로 빨려들어갔다.

축구를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 아니 축구 게임을 해본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4-3-3 포메이션의 강점을 알 것이다. 중원 싸움을 강화하는 4-4-2와 다르게 4-3-3에서는 측면 공격수의 기량을 극대화 할 수 있다. 고려대가 만들어낸 역전골은 그 전술의 표본이라 할 수있는 골장면이었다. 더욱이 도움과 득점 모두 서동원(체교92)감독의 교체 선수들이 합작해냈기에 고려대 입장에서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정기전의 승패는 정신력에서 갈린다, 동점 그리고 재역전

고려대는 역전 이후 경기를 정규시간 안에 끝내고 싶어했다. 서동원 감독도 연세대의 공격을 원천봉쇄하려는 작전을 들고 나왔고, 박종원(체교12)과 이다원(체교15)의 투입을 통해 3백으로 전환했고 수비시에는 5명의 수비수를 일렬로 세우는 일명 '버스세우기' 전술로 맞대응했다.

모두의 추계연맹전 우승컵에게 시선이 쏠려있던 후반 추가시간, 연세대가 코너킥을 만들어 냈다. 사실상 전원 공격이었던 연세대와 육탄방어를 마다하지 않은 고려대 수비진의 몸싸움이 이어졌다. 엉뚱하게도 강상민의 코너킥은 그 누구에게도 맞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쪽의 황기욱의 발밑에서 공은 멈췄고, 황기욱의 긴장된 왼발 슛은 오른쪽 골대를 강타했다. 골대와 1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공은 연세대 정성현(체교14)의 뒤끔치에 멈췄고, 정성현의 온 힘을 다한 슛과 함께 푸른 유니폼들이 고려대 골문 앞에 너나 할것 없이 뛰어드는 진풍경을 만들어 냈다. 

경기 관중석에서도 희비가 교차했다. 경기 담당자들과 KBS 해설진, 기자석과 관중석 모두 끝없는 흥행 앞에 덤덤하게 연장전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축구 경기 결과에 미치는 요소는 부지기수이다. 그 중 대표격을 꼽자면 바로 팀의 정신력이다. 기분좋게 경기를 끝내려고 했던 연세대와 달리 고려대는 그렇게 해줄 의향이 전혀 없었다. 동점골의 환희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연세대는 공 소유에 대한 압박을 순간 느슨하게 풀어주었고, 선제골의 주인 이준형은 이를 놓치지 않고 한번에 연세대 골문 앞의 김건희를 겨냥해 패스했다.

정신력 말고도 팀워크도 빠지면 섭섭할 부분이다. 호흡이 잘맞는 선수들끼리는 일명 서로 눈빛으로도 공격을 전개할 수 있다고 한다. 김건희와 명준재(체교13)의 경험이 묻어난 팀워크가 빛을 보였다. 본지 4월호에서도 호흡을 맞춘 이 둘은 왜 자신들이 콤비인지 그라운드에서 입증했다. 

긴 패스를 헤딩 한번으로 공은 연세대 수비수 사이를 파고들던 명준재에게 차기 좋은 각도로 굴러갔다. 고려대의 베테랑 명준재가 골키퍼와 수비수의 다이빙을 뚫어낸 결승골을 터뜨려 이번 대회의 주연임을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아직 정기전이 남아있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추계연맹전에서 정기전으로 이어지는 삼연전에서 고려대가 1승 1무로 우위를 점한 상황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스포츠에서 예측은 무의미하다. 고려대가 정기전에서 승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삼세판의 묘미는 바로 마지막 판에 있는법이기에 두달 가량 남은 시점에서 연세대에겐 와신상담의 복수를 꿈꿀 기회이다. 

냉정하게 고려대가 결승전의 경기력면에서 압도한 것은 아니다. 공격흐름을 이어간 시간, 불운의 골대까지 판정면에서는 절대 밀리지 않았다. 게다가 연세대의 선발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1학년 신입생들의 부족한 경험, 노련미가 악재로 작용했지만, 신입생의 장점은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에 있다. U리그에서도 3위까지 내려갔다가 신입생들의 맹 활약으로 다시 1위를 탈환한 연세대이다. 뼈아픈 패배를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더 날카로운 호흡으로 다시 맞이할 연세대는 추계 결승전의 연세대와 다르다. 게다가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이 복귀할 경우 더 무서워질 독수리의 발톱이다. 

이토록 치열한 이야기의 2015년 고연전 하이라이트는 9월 19일 목동운동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