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동향] 도시농업, 도시에서 농사짓는 이유



  도시농업은 여가생활이나 생태환경조성, 먹거리 자가생산 등의 목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도시의 지자체단위에서 조례를 제정하고 텃밭을 마련하는 등 정책적인 지원을 하고 있으며 시민의 참여도 또한 높다. 도시농업이 지역먹거리(local food)의 한 분류로 구분되고 있지만 인구밀도가 가장 높고 가장 많은 인구가 모여 있는 곳이 도시임을 생각할 때, 도시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은, 기존의 농촌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도시에서 판매하는 도농교류의 관점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도시민의 생활권역의 범위안에서 이루어지는 농사활동의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도시농업의 다양성

도시농업은 각 도시가 가지는 지역ㆍ문화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특징에 따라 살펴보면 생활농업, 생업농업, 도농교류 등 3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도시농업법에서 규정하는 생활농업은 농장형과 공공목적형 주말텃밭을 포함하는 근린생활권도시농업, 옥상농원 등의 도심형 도시농업, 그리고 학교텃밭과 같은 학교교육형 도시농업으로 이루어진다.  생업농업은 도시권역에서 주요 생계수단으로써 시행되는 농업을 말하며 도농교류는 현재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주민간의 내부 교류를 비롯하여, 도시와 농촌간의 외부 교류를 포함한다.

  또한 공동농장이나 텃밭과 같이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농장이나 텃밭단위의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 내부에서 서로 생산물을 교환 또는 판매하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또한 시민 주체로 생산자가 참여하는 도시장터가 정기적으로 열리기도 하는데 먹거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인 요소들이 포함된 복합적인 공간을 형성하기도 하며, 생산자가 아닌 상업적인 판매자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주최측에서 사전에 참가자를 심사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1960년 35.8%에서 1990년 79.5%, 2005년 90.1%로 급격히 증가하였으며, 2011년 91.9%로 향후 일정수준까지는 완만한 증가추세로 도시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도시와 먹거리의 관계에 대한 검토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내 이웃 또는 농사공동체의 활성화의 관점에서 도시농업은 다양한 논의가 되고있다.  도시농업은 기본적인 생산활동 뿐만 아니라 공동체 활성화와 도농상생 및 도시생태회복을 위한 도시에서의 농업활동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도시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충분히 살려서 농사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적 특성을 활용하여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지역주민의 교류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도시농업의 운영 방법면에서 텃밭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에 텃밭은 단순히 농사의 현장이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IMF, WTO 농산물 협상등의 사회적 배경으로 농업과 농촌의 붕괴 가능성을 제시하며 비정부기구 중심의 대안농업운동으로써의 도시농업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도시농업의 형태에 대한 제안으로는 체험학습, 교육, 도농교류, 사회문화, 어메니티 등의 다원적 기능의 도시농업을 바탕으로 영농실태 조사와 도시농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방안에 대해 전주시의 사례를 중심으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도시농업 분야에서 활동하는 시민조직은 지역별, 관심사별로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는데, 지역적인 행정구역별로는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서울도시농업네트워크 등이 있으며, 서울내 자치구별로는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 마포도시농업네트워크, 영등포도시농업네트워크 등이 있다. 관심사별로는 '여성일과미래', '여성환경연대', '대구녹색소비자연대', '파절이(파릇한절믄이)', ''씨앗들협동조합' 등이 있으며 시민단체가 가진 문제의식을 도시농업과 연계하거나 특정 연령대의 도시농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것과 같이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도시농업으로 생산된 농산물을 대안적 시장을 통하여 유통되기도 한다. '파절이'는 도시텃밭에서 재배한 채소를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 레스토랑에 판매하거나 홍익대학교 앞 카페에서 작은 채소가게를 개설하는 등 직접 판매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또한 도심형 대안마켓으로 매주 토요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서울 농부의 시장', 생산자의 농산물 직판과 친환경 농산물로 가공한 식품을 판매하는 복합적인 형태의 '마르쉐' 등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의 도시농업 사례

  도시농업이라고 하면 농촌과 도시의 이질적인 성격으로 도시에서 상자텃밭과 같은 텃밭농사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농사일은 단지 먹거리를 생산하는 단편적인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 도시농업을 체계적으로 시작한 강동구의 사례를 보면서 도시농업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전국최초로 2010년 11월에 친환경 도시농업 관련 조례를 제정한 강동구는 구청의 주도로 도시농업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이해식 구청장이 2010년 4월에 둔촌 텃밭을 개장하고 6월 선거에서 친환경 도시농업을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이후부터 도시농업 조례 제정하는 등 체계적인 도시농업 관련 지원이 시작되었다.

  친환경 도시텃밭은 2012년 기준 45,770㎡ 의 넓이와 2,300구좌로, 구민에게 분양되는 구좌는 일반분양(1,600구좌), 테마텃밭(300구좌), 동주민센터분양(300구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좌수는 2010년 226구좌로 시작하여 2011년 830구좌, 2012년 2,300구좌로 증가하여 2013년에는 3,800구좌를 운영중이다. 2012년 이후의 증가분에는 동주민센터에서 자발적으로 텃밭이 가능한 토지를 발굴하여 구좌를 추가한 영향이 컸을 뿐만 아니라 주체적으로 도시농업에 참여하고 있다. 분양기간은 1년단위 분양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농사실적에 대한 우수시민을 대상으로 2년이상 다년 계약의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구내 1가구 1텃밭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신규 건축허가시 조경면적에 텃밭면적을 포함하는 조례를 제정하였다.

  현재 텃밭은 강일동 텃밭, 가래여울 텃밭, 고덕동 텃밭, 길동 텃밭, 암사동 텃밭, 둔촌동 텃밭, 암사동 텃논 등이 운영중이며 사회적 배려 및 전용텃밭으로 다둥이, 장애인, 다문화 가정을 위한 구좌를 별도 배분하고 있다. 또한 나눔과 체험을 위한 텃밭으로 도시농업학습동아리와 자원봉사센터에서 농산물을 생산하여 소외계층에 기부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텃밭은 구내의 사유지와 국공유지를 대상으로 임대 계약을 통해 확보되며 사유지는 2년 단위 계약, 국공유지는 1년단위 계약으로 확보하고 있다. 텃밭 뿐만 아니라 상자텃밭도 공공시설에는 무료, 민간시설에는 20% 자부담을 원칙으로 2011년 시범운영하였다.  

  친환경농법을 지원하기 위해서 마을기업 '흙사랑 지렁이'를 육성하여 음식물 쓰레기 및 낙엽을 이용한 지렁이 분변토를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으며, 지렁이 사육장을 조성하여 공공텃밭 참여자 및 학교에 분변토를 배분하고 있다. 낙엽퇴비장를 조성하여 연간 약 1,080톤의 퇴비를 생산하고 있는데 부가적인 효과로는 퇴비대체 및 낙엽의 소각료 절감등 연간 5억3,600만원(2012년 기준)의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 또한 음식물 폐기물을 이용한 퇴비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2013년에 초등학교 10개소까지 늘리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음식물 퇴비화 사업 자체가 아직 실험적인 단계라서 넘어야 할 많은 기술적, 법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생산농가에 친환경 농자재 및 인증비를 지원하여 친환경 농업을 장려하고 있다.

  도시농업 생산물을 직거래할 수 있는 "싱싱드림"을 도시농업지원센터에 설치하여 관내 친환경 인증 농산물을 유통마진없이 판매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판매가와 높은 생산자 소득을 보장하며 친환경농자재 및 각종 농기구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생산물의 판매기한을 정하여 판매기한이 임박하거나 종료된 판매물은 강동구 푸드마켓에 기부되어 필요한 이웃에 나눔하고 있다. 푸드마켓과 푸드뱅크가 연계되어 운영되기 때문에 식품을 찾는 이웃은 좀더 선택의 폭이 넓어 만족도가 높다는 평이다.

  지역먹거리체계를 확대 구축하여, 친환경농산물을 학교급식의 식자재로 공급하고 있으며 친환경농산물을 사용하는 음식점의 인증제를 추진함으로써 관내 생산된 친환경농산물의 유통과 소비를 증진시키고 친환경 도시농업을 지원하는 효과도 있다. 또한 친환경농산물 직매장운영평가단을 운영하여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유통과정의 모니터링을 통한 품질관리 노력을 하고 있다.
  도시농업의 공익기능에 대한 교육과 홍보의 일환으로 일일농부 체험교실, 옥상텃밭 가꾸기 체험과 친환경 도시농부와 함께하는 장터를 운용하고 있으며 도시농부의 커뮤니티를 지원하여 구민의 휴식과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강동구에서 운영중인 체험농장은 직영인 친환경 체험농장과 바이오에너지 체험농장, 암사3동 친환경 어린이 체험농장, 벼농사 체험농장, 허브 체험농장 등이 있다. 친환경 체험농장은 2009년에 강동구 농민이 농사를 짓고있던 농지를 임대하여 조성되었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시청각교육, 친환경약재, 농경문화체험을 하고 있다. 바이오에너지 체험농장은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시청각교육 및 바이오디젤생산체험을 하고 있으며, 암사3동 친환경 어린이 체험농장에서는 수확체험과 수확한 농산물을 불우이웃에 기증하는 프로그램을 진행중에 있다. 벼농사 체험농장는 모내기 등 농경문화재연 프로그램으로 운영중이며 허브 체험농장은 허브전문공원으로 친환경 허브비누, 허브차 만들기 등의 내용을 가지고 있다.  
  토종종자 확산에 대한 사업도 진행중인데 토종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도시농부학교의 '전통 농업' 강좌를 통해 토종종자에 대한 교육도 진행중이며, 보다 넓은 확산을 위하여 토종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도시농업을 시행하는 많은 지역이 있으며 관청과 주민이 서로 협의하여 도시농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농업시민협의회라는 도시 농업관련 단체들의 전국 협의체가 창설되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도, 대전, 부산, 광주 등에서 환경단체, 시민단체, 귀농단체 등이 참여하였다. 도시농업의 가능성과 활용범위는 아직은 공감대가 형성된 작은 범위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농사와 자연환경이 도시에서 가지는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서 그 범위는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김종덕. 2002. "농업의 세계화와 대안농업 운동". 농촌사회, 12(1): 133-159.
김태곤ㆍ허주녕ㆍ김예슬. 2012. 『도시농업 다원적기능과 활성화 방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장동헌. 2007. "도시농업의 영농실태와 존속가능성 모색: 전주시를 사례로". 지역사회연구. 15(4): 79-102.
최재순. 2009. "가족친화 지역사회와 가정의 공공체적 삶 회복을 위한 도시농업". 한국가족자원경영학회. 학술대회논문집. 25(7): 203-210.
강동구청. 2014. “강동구 도시농업 현황“


정리: 김태완 기자 (luscha@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23:4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