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의 소통이 SNS에 국한돼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47대(2015년) 안암총학생회(회장=서재우, 안암총학)가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 SNS를 이용한 소통에만 치중하고 있는 가운데 단과대와 과반 등 기층단위의 학생회 역시 SNS에 소통을 의존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SNS에 갇힌 안암총학의 ‘소통’

선거공약과 당선이후 총론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안암총학이지만 소통의 경로가 SNS에만 치우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와 카카오톡 옐로아이디를 주된 소통경로로 내세우는 안암총학은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사업을 공지하고 카카오톡으로는 자치예산 신청 등 일부 사업의 공지를 진행하고 있다.

안암총학의 이러한 소통방식은 SNS를 사용하지 않거나 페이스북 ‘좋아요’, 옐로아이디 ‘친구 추가’를 하지 않는 학생의 경우 총학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않는 김나영(정경대 경제14) 씨는 “총학생회라면 SNS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등록금심의위원회나 ‘문화정원’ 등 총학의 사업에 대해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12일 오후 안암총학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 수는 재학생 숫자의 4분의 1인 4800개였고, 카카오톡 옐로아이디의 ‘친구’ 수는 1000여명에 그쳤다. 안암총학은 집행력에 한계가 있어 가장 효율적인 소통 수단인 SNS를 이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홍규 안암총학 집행위원장은 "집행부 인원과 업무량 등의 이유로 다양한 소통 방법을 꾸준히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SNS가 파급력이 크다는 장점이 있어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홈페이지 개설이 늦어지는 것 역시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원인으로 꼽혔다. 홈페이지는 SNS와 비교해 접근과 소통에 제한이 적고, 항목별 분류가 가능해 자료 검색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안암총학은 인력과 예산의 부족으로 홈페이지 개설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홍규 안암총학 집행위원장은 “자체적으로 홈페이지를 제작하려고 했지만 전문 인력이 부족해 외주를 맡긴 상황”이라며 “늦어도 5월 중으로는 홈페이지를 개설해 보다 원활히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단과대·과반 학생회도 소통에 어려움

구성인원이 비교적 적은 과반 등의 학생회 역시 SNS에 대부분의 소통을 의존하고 있다. 주된 소통창구인 카카오톡 단체방을 이용한 소통은 집행부와 일반 학생 모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정경대 행정5반 김지호 학생회장은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 공지를 한다고 해도 제대로 확인을 했는지 알 수 없다”며 “참여자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투표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데 학생들이 일반적인 공지는 제대로 읽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새로운 메시지가 계속 전달되는 카카오톡의 특성상 정확한 정보전달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준우(국제학부15) 씨는 “다수의 카카오톡 단체방과 개인방에 끊임없이 메시지가 전달돼 공지방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단체방을 이용하는 기층 학생회 소통방식 때문에 학번이 높아질수록 소통에서 배제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반적으로 학번별로 구성되는 단체방과 신입생을 위주로 진행되는 행사의 특성상 높은 학번에게 학생회의 공지가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괄적으로 문자를 전송하거나 각 학번의 대표를 역임했던 사람에게 공지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마저도 집행력의 한계 때문에 사발식과 고연전 등 주요한 행사에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익명의 12학번 경영대 학생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카카오톡 등을 통한 네트워크가 잘 이뤄지지 않아 학생회 소식을 접하기 어렵다”며 “스스로 학생회 소식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관련 내용을 잘 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불평등한 정보 접근

전문가들은 학생회가 채널의 다양화를 통해 보다 많은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소통 매개가 다양해지며 정보의 파편화가 일어나는 현대사회의 특성상 특정 방법에만 치우친 소통은 정보의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이유에서다. 구교태(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는 “소통 창구가 SNS에 국한된다면 학생들이 정보 접근에서 불평등을 느끼게 된다”며 “또한 정보가 범람하는 SNS의 특성 때문에 수요자 입장에서는 정보 피로도가 쌓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NS에 한정된 소통은 학생들의 무관심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정헌(본교·미디어학부) 강사는 “학생회의 소통이 SNS를 위주로 이뤄진다면 학생회에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만 소통에 참여하는 집단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학생사회에 대한 일반 학생의 관심이 적어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학생회가 소통 채널을 풍부하게 해 학생회 활동을 자주 노출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conan@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4 15:3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