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모 대학원생들을 지지하는 제도적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4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5명이었다. 통상적으로 국가의 합계출산율이 인구의 현상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치인 2.08명 이하이면 ‘저출산’, 그것보다 더 적은 1.5명 이하이면 ‘초저출산’ 상태로 본다. 우리나라는 작년까지 16년 동안 초저출산 국가였다. 보건복지부의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1~2015년)에 따르면 저출산 문제는 노동공급 감소, 노동력의 질 저하, 경제 전반의 활력 저하, 성장 잠재력 약화 등을 야기한다고 나온다. 저출산 문제는 사회적 문제이며 이에 대한 공공적 차원에서의 인식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모든 부모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경청해야 하며 그로부터 구체적인 정책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특별히 부모 대학원생들은 연구와 육아의 병행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구에 집중하면 아이를 내팽개친 나쁜 부모가 되고, 육아에 치중하면 무능한 연구자가 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연구는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럴 수 없을 때 발생하는 연구자로서의 능력상실과 경력단절은 인적자원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우리 사회 전체의 치명적인 손해이다. 정부와 대학이 분담해서 부모 원우들을 도와야 한다. 우선 학내에 육아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 건축물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은 화려한 외관이 아니라 모두의 현재적 필요와 미래적 가치를 세심하게 살핀 공간이다. 학내에 보육시설이 있으면 부모들이 그곳에 아이들을 맡겨놓고 학업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며, 아이에게 긴급한 상황이 발생해도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가 화장실에서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으므로 캠퍼스 곳곳에 모유수유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야 한다. 대학시절을 이러한 캠퍼스에서 보낸 학생들은 자신의 부모됨을 지지하는 사회의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나중에 자신이 자라 부모가 되는 일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장래의 부모 연구자들이 학위과정을 보다 수월하게 밟아갈 수 있도록 학칙의 유동성도 고민해봐야 한다. 서울대학교 ‘엄마 학생’ 모임인 맘인스누(SNU)의 서정원 대표는 ‘학기당 학비 산정’이 아니라 ‘학점당 학비 산정’을 제안한 바 있다. 부모 원우들이 학기를 빠르게 이수해낼 수 없다 하더라도 천천히 꾸준히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학비 부담을 합리화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제안들이 성공적으로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다음 세대는 지금의 세대가 함께 키운다는 연대의 의식이 필요하다. 임신 소식이 알려지면 축하하지는 못할망정 연구실에서 왜 피임을 안 했느냐고 면박을 주고 육아출산휴학제를 쓰려면 동료들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냉정한 학내사회에서는 인격적인 부모도 훌륭한 연구자도 탄생할 수 없다. 대학원생들에게 학업과 출산 사이에서의 택일을 강요해서 과연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경쟁을 얻고 생명을 잃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공감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1 08:2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