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총학 건강검진권’ 검사항목 꼼꼼히 따져봐야

총학생회와 사설검진센터가 제휴를 맺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종합건강검진권이 학생들로부터 ‘싼 게 비지떡’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건강검진권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위 자체가 위법의 소지가 있으며, 건강검진 검사 항목이 부실하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2012·2013·2014년도 안암총학생회는 성동구에 위치한 A병원과 제휴를 맺어 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종합건강검진권을 판매했다. 세종총학생회도 2014년에 같은 곳인 A 병원과 제휴를 맺어 종합건강검진권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2014년도 안암총학생회 교육복지국원이었던 권선영(보과대 식품영양13) 씨는 “2013년도 사업을 인수인계 받아 계속 진행하게 된 것”이라며 “원래 제휴를 맺었던 A병원과 다른 곳 두 곳을 비교했는데, A병원이 학생들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제휴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학생들도 신뢰하지 않는 건강검진

본 종합건강검진권을 구매해 건강검진을 받은 학생은 검사결과를 신뢰하지 않거나, 검진과정에서 불만을 드러냈다. 2014년에 건강검진을 받았다는 졸업생 B(철학과 06학번) 씨는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항목에서 비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와 보건소에서 재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검사결과 모두 정상이었고 좋은 수치에 해당한다는 결과를 받았다. B 씨는 “검진센터에서 받은 검사 결과가 상당히 의문스러웠고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4월에 검진을 받은 임도균(공공행정11) 씨는 “병원 관계자가 장사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현재 나의 건강상태에 대해 상담하기보다는 추가 비용을 들여 추가검진을 받아보라며 설득하는 게 대부분”이라 말했다.
필수적으로 받아야 될 건강검진 항목이 빠져있다는 지적도 있다. 성북구 보건소 의약과 최현자 팀장은 “대학생은 단체생활을 하므로 건강검진 시 결핵 검사와 간 기능 검사, 간염 검사가 필수적”이라며 “결핵을 검사하는 X-RAY 검사가 빠져 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암 고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간 기능, 신장 기능, 갑상선, 빈혈 검사 등 우리 병원에서 하는 혈액검사에 비해 (A 병원에서 하는 건강검진의) 검사 항목이 적다”며 “(A 병원에서 진행하는) 골밀도나 동맥경화진단 등은 보통 20대에서는 잘 하지 않는 검사”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검진 수가 적다 보니, 실제 검진 시에는 각종 추가검진을 권하기도 한다.


직접 받아보니...설득에 또 설득

10일 금요일 오전 8시, 기자가 직접 A병원에서 총학생회를 통해 구매한 건강검진권으로 검진을 받아봤다. 건강상태를 먼저 점검한 후, 코디네이터로 보이는 여성이 검사에 대해 하나씩 설명을 시작했다. “고객님이 받으시는 혈액검사는 6가지 결과만 알아볼 수 있어요. 여기에 8만 원을 추가하시면 60가지 검사결과를 받아보실 수 있어요. 검진이 처음이시니까 종합적으로 다 보시는 게 아무래도 좋을 거에요.” 두 번의 설득 끝에 추가검진을 거부하자, 이번에는 수면내시경을 추천했다. “위내시경 처음이면 엄청나게 고통스럽고 힘들 거예요. 아무래도 수면내시경이 편하죠. 수면내시경은 5만 원 추가됩니다.”
이처럼 건강검진권을 구매할 때는 각종 추가 검진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지만, 막상 검진을 받으러 가면 이런저런 이유로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송아람(공공행정 12) 씨는 “병원에서 수면내시경을 추천했지만 거절했다”며 “또한 부인성 질환을 예방해야 한다면서 자궁경부암 이야기도 꺼냈다”고 말했다.


박리다매식 건강검진권 판매 위법가능성 높아

저렴하게 판매되는 건강검진권은 법망에 걸리지 않도록 중간업체를 거쳐 판매된다. 2014년도 세종 총학 기획국장이었던 최원석(경상대 경영07) 씨는 “건강검진 제휴를 맺을 때 중간업체가 병원과 연결해줬다”면서 “건강검진권도 그 중간업체에서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A 병원은 직접 영업에 관여하지 않고 병원과 단체를 연결해주는 마케팅 업체를 통해 저렴하게 건강검진권을 판매했다. A병원과 대학가 연결을 담당하는 마케팅 법인의 김도영 영업부 부장은 “병원에서는 직접 홍보행위를 할 수 없어서 우리와 같은 마케팅 법인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며 “의료법상 병원에서 직접 홍보하는 행위는 불법이지만, 컨설팅업체를 통하면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4년째 대학가와 제휴를 맺어 저렴하게 건강검진권을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가에 비해 지나치게 저렴한 건강검진권 판매는 의료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본교안암총학과 세종총학이 A병원과 제휴를 맺은 2014년도 종합건강검진권은 41만 5천원인 정상가에서 90% 넘게 할인돼 3만 5천 원에 판매됐다. 의료법 제27조는,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와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대한의료법학회장인 김천수(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렴하게 건강검진권을 판매하는 행위는 의료법 제27조 조항에 반하는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리다매 식으로 건강검진권 등을 판매하는 행위는 관할 지역 내 의료시장 질서를 저해할 수도 있어 법적으로 규제해놓은 상태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이지연 주무관은 “박리다매 식으로 상품권을 판다면 환자 쏠림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의료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재를 한다”며 “지자체 보건소와의 협약으로 할인하는 건 일정부분 허용될 순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양도할 수 있는 상품권이라면 환자 유인·알선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A 병원을 관할하는 성동구 보건소 보건의료과 김진호 씨는 “양도할 수 있는 검진권을 만드는 게 불법인데 검진권을 어디서 발행했는지가 관건”이라며 “계속 주시하고 있으며, 어디서 검진권을 발행했는지에 대한 증거자료가 모이면 조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수환 기자  swan@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30 21:3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