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학생들이 학생증을 찍지 않고 차단막을 무시한 채 열람실 게이트를 이용한다. 어떤 게이트는 학생들의 무리한 이용 탓에 아예 차단막이 고장나버리기도 했다.



25일 오후 9시 하나스퀘어. 노트북열람실로 들어가려는 한 남학생이 열람실 게이트 문을 자연스럽게 뛰어넘는다. 30초 뒤, 또 다른 남학생이 양쪽에서 가로막고 있는 게이트 문 작은 틈으로 한 쪽 다리를 집어넣어 억지로 게이트를 빠져나간다. 앞사람을 재빨리 뒤쫓아 한 학생증으로 두 명의 학생이 출입하는 경우도 있다.

하나스퀘어 열람실 이용자 중 일부가 다른 이용자를 배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게이트를 출입해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24일 고파스에는 ‘일부 우리학교 학우들 의식수준이 초등학생보다 못하단 사실을 이제 알았습니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하나스퀘어 열람실 게이트에 학생증을 찍지 않고 게이트 문을 부수듯 밀고 지나가는 학생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게시글엔 공감을 표하는 48개의 댓글이 달렸다.

학생들이 우습게 보는 게이트

25일 오후 9시부터 10시까지 1시간 동안 하나스퀘어 열람실을 출입한 학생 410명 중 76명의 학생이 열람실 게이트에 학생증을 인식하지 않은 채 문을 뛰어넘거나, 문 틈 사이로 억지로 발을 집어넣어 출입했다.
하나스퀘어 열람실 게이트는 많은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넘나들 수 있는 구조다. 열람실 게이트 종류에는 ‘버터플라이게이트’와 ‘플립게이트’가 있다. 문이 성인 골반 높이까지 오는 ‘버터플라이게이트’는 양 날개가 빈틈없이 맞물려 쉽게 뛰어넘기 힘들다. 반면 허벅지 높이까지 오는 ‘플립게이트’는 짧은 문이 양 쪽에서 딱 맞게 맞물리지 않고 중간에 빈 틈이 조금 생긴다. 하나스퀘어 열람실 게이트가 이 ‘플립게이트’에 해당한다. 윤태현(공과대 전전전08) 씨는 “하나스퀘어 열람실의 게이트 높이도 중앙광장이나 과학도서관 게이트처럼 몸통 높이까지 돼야한다”고 말했다. 게이트 문을 뛰어 넘어 출입한 생명대 식품자원경제학과 11학번 남학생은 “문 높이가 낮은 편이라, 학생증이 없을 때 자주 뛰어 넘어 출입했다”고 말했다.

출입 관리도 부실해

하나스퀘어 열람실에는 2명의 근로장학생이 교대로 근무를 하며 일반석열람실과 노트북열람실을 모두 관리한다. 근로장학생의 업무는 자리를 지키면서 게이트 출입을 통제하는 역할이지만, 제대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게이트 상태 점검 등의 역할 외에 무단으로 출입하는 학생에 대한 통제는 따로 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열람실 내에는 외부인의 출입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나스퀘어 열람실을 담당하는 과학도서관 과학정보관리부 이현재 주임은 “근로장학생의 주요 업무가 열람실 통제는 맞지만, 인력이 부족해 장서정리나 자료실관리 등 도서관 본연의 업무를 우선으로 배치한다”면서 “풀타임 근무로 자리를 지키게 할 수도 있지만, 예산이 수반되는 부분이라 지금으로썬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세종캠퍼스 학술정보원 1층 열람실 게이트에는 근로장학생이 상시 지키고 있어 무분별하게 게이트를 출입하는 학생은 없다. 하나스퀘어 열람실과는 달리 근로 장학생이 게이트 바로 옆에서 근무하기 때문이다. 과학도서관 측은 이를 똑같이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재 주임은 “지금은 게이트 위치와 근로장학생 업무 위치가 떨어져 있는데, 학술정보원처럼 하려면 게이트 위치 자체를 변동시켜야 한다”면서 “위치를 바꾸려면 게이트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다 바꾸는 공사를 해야 돼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잦은 고장에도 게이트 변경 못해

하나스퀘어 열람실에 있는 게이트 출입구는 ‘노트북열람실’과 ‘일반석열람실’ 두 곳으로, 25일 에는 일반석열람실만 제대로 게이트가 작동하고 있었다. 23일에 일반석열람실 게이트가 고장이 나서 고쳤지만, 다음날인 24일 다시 고장이 났다. 또한 학생들은 게이트가 학생증 인식을 못할 때도 많다고 말한다. 게이트 문 틈 사이로 비집고 통과한 이과대 지구환경과학과 14학번 여학생은 “학생증을 게이트에 인식시켰는데도 열리지 않아 포기하고 문 틈을 비집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트 교체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의견과 달리 학교는 게이트 교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현재 주임은 “게이트를 바꾸는 것에는 예산도 많이 들고, 설치한지 얼마 되지 않은 기계를 학생들이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바꾸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스퀘어 열람실에 게이트는 2011년에 설치돼, 5년도 채 되지 않았다. 버터플라이게이트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데에는 1억 3천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과학도서관에서도 2014년도 예산편성에서 게이트 교체비를 요청했으나, 배정되지 않았다. 이현재 주임은 “앞으로도 같은 일이 발생하고 불만이 쇄도한다면 교체를 검토해 볼 생각이지만, 게이트가 변경된다고 문제가 해결될 거라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의식 개선이 먼저

학생들이 게이트를 뛰어 넘거나, 문 틈 사이로 출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이트 문을 뛰어 넘은 공과대 10학번 남학생은 “학생증을 두고 나왔는데, 다시 되돌아가기가 귀찮아서 그냥 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귀찮음’이 도를 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현재 주임은 “커피를 학생증 인식하는 곳에 일부러 쏟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회로에 커피가 들어가면 완전히 망가지는 걸 알고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학생이 무단으로 출입하다 게이트 문을 발로 차서 부러지기도 했고, 불이 들어오는 램프를 빼간다거나, 센서 부분에 전기테이프를 붙여놔 작동을 멈추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과학도서관에서는 문제 해결 방법으로 학생들의 의식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재 주임은 “근로장학생이 제재를 하기도 하고, CCTV를 통해 게이트 문을 망가뜨린 범인을 찾아낸다거나, 게이트 변경 예산을 요청하는 등 해 볼만한 시도는 다 해봤지만 실효성이 없었다”며 “우선적으로 학생들 의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강수환 기자  swan@kukey.com
사진│차정규 기자 regular@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15:5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