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니 돼지국밥 무봤나? 안 무봤으면 말도 마라카이!”
돼지국밥을 처음 알게 된 건 부산 출신 친구를 통해서다. 그동안 먹어봤던 순대국밥, 콩나물국밥, 소머리국밥 등의 국밥과는 같은 듯 다르다. ‘부산・경남 밖에서 돼지국밥집 문을 열면 얼마 못 가 문을 닫는다’는 우스개는 부산 사람의 각별한 돼지국밥 사랑을 보여주는 말이다.
안암에도 돼지국밥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있다. 제기시장에서 참살이길로 가게를 옮긴 ‘한끼돼지국밥’이 그곳이다. 돼지국밥을 주문하면 돼지 뼈를 고아낸 육수에 다진 대파, 삶은 고기가 국물에 담겨있다. 이미 양념장과 들깨가루를 국물에 넣어서 내오는 다른 돼지국밥과는 다르다.
뚝배기에 담긴 뽀얀 국물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국물을 한 숟갈 떠먹는다. 담백하다. 돼지 누린내도 없고 뒷맛도 깔끔하다. 그제야 식당 벽면에 붙은 ‘국물 고유의 맛을 느끼기 위해 되도록 아무것도 넣지 말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국물 안 도톰히 썰려있는 고기도 퍽퍽하지 않고 맛있다.

누린내가 나지 않고 담백한 돼지국밥 국물의 비법은 바로 ‘정성’이다. 사장 임정모(남・47) 씨는 평균 20시간 이상 맹물에 돼지 뼈만 넣고 끓여서 국물을 만든다. “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한약재를 넣는 곳도 많은데 오로지 뼈로만 우려냅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이는 거죠. 한번 끓일 때 30kg 이상의 뼈가 들어가요.”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들어간 주방 한 켠엔 돼지뼈를 넣은 솥단지가 끓고 있었다. 솥단지 안에는 한약재를 담은 거름망이나 야채 하나 들어있지 않았다.

돼지국밥에는 정구지 무침, 일명 부추 겉절이도 빠질 수 없다. 씹으면 씹을수록 더해지는 부추 특유의 알싸한 흙내음은 다른 반찬은 필요 없을 만큼 돼지국밥과 각별하다. 국물은 기호에 따라 다진 고추, 새우젓, 맛소금, 들깨가루를 넣어 간을 맞출 수 있다. 국물에 적당히 간을 하고 부추 겉절이를 양껏 집어넣는다.

배추김치를 제외한 모든 밑 반찬은 가게에서 직접 만든다. 특히 양파의 씹히는 맛과 새콤함이 일품인 양파초절임에도 사장의 음식철학이 담겨있다. 쓴 배합초는 두 번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그 때 그 때 만들어 사용하는 배합초에 절인 양파가 더 맛있기 때문이다. 푸근한 그의 인상과 달리 맛을 내는 원칙에 있어서는 단호하다.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거잖아요. 한껏 정성이 들어가야죠.”
뚝배기를 들어 바닥이 보일 때까지 국물을 먹은 뒤에야 수저를 내려놓았다. “한 끼, 잘 먹었다!”

장지희 기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7 21:3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