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행, 『자본론 공부』, 돌베개, 2014.


취업하고 싶거든 데모를 해라


지난 9월 23일 화요일 성공회대학교에서 최근 『자본론 공부』를 출간한 김수행 교수(성공회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를 만났다. 김수행 교수는 1988년 국내에서는 최초로 마르크스의 『자본』을 완역한 굴지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다. 이번에 돌베개 출판사에서 출간된 『자본론 공부』는 2014년 1월 8일부터 3월 12일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김수행 교수가 대학로의 벙커원 카페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진행한 '자본론' 강의 10회분를 수록한 것이다. 벙커원 카페는 지난 2012년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제작진이 서울 대학로에 차린 카페다.


정치적 견해가 분명히 드러난 자본론 해석

김수행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던 당시 벙커원 카페에 200여명의 수강생들이 몰려들었다. “대학로에서 저녁에 시작하는 강의다 보니 일을 마친 후에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강의를 많이 들었어요. 직장인들이 마르크스의 강의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분들이 삶 속에서 현실의 문제에 부딪혔을 때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 방안들을 모색하게 될 텐데 마크크스의 논의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거였죠. 제가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 해서 강의를 늦게까지 할 수 없었는데 학생들이 강의 한 시간 전에 일찌감치 나와서 질문을 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습니다. 덕분에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강의를 했지요.”

이번 『자본론 공부』에는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읽기 쉽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김수행 교수는 말했다. “이번에 책을 집필하면서 생각한 게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자는 거였고 다른 하나는 가급적이면 정치적인 해석을 많이 담아보자는 거였어요. 『자본론』을 번역한 후에 관련 해설서들을 쓰기도 했지만 그때는 정치적인 관점은 가급적이면 배제하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현실 정치의 문제들을 많이 담으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강의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4·16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죠. 어떤 경위로 인해 그와 같은 참사가 일어났는지 근본적으로 되짚어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가 아닌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만 한다는 당위가 이번 참사를 계기로 더욱 분명해졌죠. 마르크스의 『자본론』에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동력은 무엇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찰이 담겨있어요.”


21세기 세계경제대공황에 대한 마르크스적 고찰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장기 침체 상태다. 김수행 교수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으로부터 현재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세계대공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과잉생산으로 공황이 일어나면 기업은 도산하고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실업자가 되죠. 사회적 빈곤이 급증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살률도 치솟습니다. 그런데 각국의 정부나 주류경제학이 담론에서는 생산 수단이 부족해서 경기가 침체된다고 이야기를 해요. 욕망에 비해 수단이 부족하다는 말인데 이건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생산의 3요소가 자본, 기계, 노동자라고 합시다. 지금 휴면 상태에 있는 공장이나 기계가 얼마나 많습니까. 실업 당한 노동자들도 마찬가지고요. 공장을 가동시켜 생산을 늘리고 취업인구도 늘리고 임금도 높여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자본가 계급이나 재벌이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생산을 하지 않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생산을 해봐야 물건이 안 팔린다는 식으로 투자를 하지 않으니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마르크스는 노동자 계급이나 일반 시민들이 자본가들의 공장을 접수하고 생산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10시간 이상 되는 노동시간을 5시간으로 줄이면서도 실업자가 존재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경제 침체는 인적 자원이나 물적 자원이 부족해서 초래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소득의 분배 아닌 생산의 분배 추구
피케티 현상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최근 방한을 계기로 한국사회에서도 열풍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 경제학자 피케티의 이론에 대해서도 김수행 교수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자본론 공부』를 집필하면서 피케티 이론을 염두에 두기도 했어요. 피케티는 부자나 대기업들에 소득세나 누진세를 적용하는 식으로 소득의 분배를 고치고 복지 사회를 만들면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이 극복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아요. 하지만 마르크스는 생산의 분배 없이 소득의 분배를 이룰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예컨대 『고타강령 초안 비판』에서 마르크스는 현재 자본주의의 변혁이 주로 분배를 중심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을 비판합니다. 노동하지 않는 자본가 계급이 생산수단을 독점하면 오늘날과 같은 소득의 분배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물적 생산수단을 노동자들의 협동조합적으로 소유하면 소득의 분배 또한 재편되기 마련인 것이죠. 피케티가 소득의 분배 문제에 머무르는 반면 마르크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김수행 교수는 최근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도 한 마디 덧붙였다. “저는 요즘 학생들에게 정말로 취업을 하고 싶다면 데모를 하라고 말합니다. 도서관에 앉아서 수험서를 붙들고 있거나 스펙을 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뜻이 있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박근혜 정부에 청년실업 문제 해결하고 일자리 만들어내라는 요구를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원 원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김수행 교수는 공부는 두 가지 이야기를 전했다. “첫째는 공부는 직업을 얻으려 하거나 출세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꼭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합니다. 제가 1970년대에 마르크스 경제학을 공부하던 당시에 이 분야를 연구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유신 정권 하에서 마르크스를 연구하면서 제대로 된 직장을 얻으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죠. 물론 저는 굉장히 잘 풀린 경우이지만 후학들에게도 뚝심을 가지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둘째는 혼자 공부하려고 하지 말고 함께 모여서 공부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공부를 통해서도 협력하고 협동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가 말하는 연합이란 게 그런 거겠죠. 함께 모여서 공부하다 보면 훗날에라도 힘을 합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최근 김수행 교수는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이 읽기 쉽도록 『자본론』을 다시 번역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수행 교수는 마르크스의 글을 다시 들여다보며 한 문장 한 문장 번역해나가는 작업이 즐겁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수행 교수가 번역한 『자본론』 개정판은 이르면 올해 말에 비봉출판사 번역본으로 만나볼 수 있다.


선민서 기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07:4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