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의 일부 단과대·학과는 수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의 라이센스를 구비하지 못해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건축학과의 경우 ‘컴퓨터 언어와 실습’, ‘디지털 스튜디오’ 등의 전공 수업에서 autoCAD(오토캐드), Sketchup(스케치업)의 특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만 라이센스가 구비되지 않은 상태다. ‘디지털 스튜디오’ 수업을 듣는 백승철(공과대 건축13) 씨는 “수업은 스케치업을 활용하여 설계와 관련된 수업을 진행한다”며 “강의실 컴퓨터에는 라이센스가 없어 불법으로 파일을 다운받았다”고 전했다.

예산지원 못 받는 라이센스
정보전산처는 수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사이트 라이센스’로 지정해 지원한다. 이는 사용 빈도, ROI(소프트웨어 단가대비 효율성)를 기준으로 선정된다. 사이트 라이센스로 선정된 한글, MS Office, SPSS와 같은 소프트웨어는 정보전산처가 예산을 할당받아 모든 단과대에 제공한다. 하지만 오토캐드, 라이노, 스케치업과 같은 특수 소프트웨어는 소수의 학내 구성원이 사용해 사이트 라이센스에 인정되지 않아 예산을 할당받지 못한다. 강덕일 정보전산처 주임은 “오토캐드는 한 카피(소프트웨어를 세는 단위) 당 단가가 400만 원에 이르고, 사용하는 학생이 적어 ‘사이트 라이센스’에 포함될 수 없다”며 “이 같은 소프트웨어는 공과대가 자체적으로 구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특수 소프트웨어 라이센스를 필요로 하는 단과대·학과는 기획예산처에 소프트웨어 구입에 필요한 예산을 신청해 지원받거나 자체 예산으로 라이센스를 확보해야 한다. 올해 공과대는 기획예산처에 오토캐드 구비를 위한 예산을 신청했지만 심의에서 탈락했다. 유원종 기획예산처 부장은 “올해부터 단과대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하여 필요 사항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분권화 예산’이 진행된다”며 “특수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사업은 해당 학과장이나 교수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자체 구비도 어려워
건축학과는 현재 자체 구비가 어려워 예산처의 지원을 바라는 입장이다. 유영록 건축학과 과사무실 주임은 “특수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구비에 드는 1억 원이 넘는 예산을 학과가 자체적으로 마련하긴 힘들어 오토캐드도 ‘사이트 라이센스’로 지정하여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여영호 건축학과 학과장도 “학과 운영은 수익사업이 아니어서 예산 마련이 어렵다”며 “학교 측에 요청하는 수밖에 없지만 우선은 학생들의 수요조사를 먼저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오토캐드 라이센스를 기부협약을 통해 확보하는 등 건축학과도 자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매년 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2011년, 김 모(본교·건축학과) 강사가 교육용 오토캐드를 판매하는 오토데스크 코리아와의 MOU를 체결해 기부형태로 오토캐드 2012버전을 1년 동안 제공받았지만, 영리성을 띠는 오토데스크에 무기한 기부를 바랄 수는 없다.
한편, 연구비 혹은 기부금을 통해 자체 구비도 힘든 상황이다. 여영호 학과장은 “기부금은 거의 장학금에 사용되며, 연구비의 경우 특정 연구 목적으로 돈을 지원받는 것이어서 소프트웨어 확보를 위해 연구비를 신청하는 것은 ‘편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학교의 라이센스 확보
다른 학교의 경우 특수 소프트웨어 라이센스를 단과대 자체 예산으로 해결하거나 예산처로부터 할당받은 예산으로 구매, 제조업체에게 기부협약을 받는다. 서울대 공과대는 올해 자체 예산 1억 2000만 원을 편성, 오토캐드 라이센스 40카피를 확보했다. 서울대 공과대 정보화지원실 최영덕 담당관은 “라이센스 관련한 예산처와의 협상이 결렬돼 공과대 내 수요조사를 거친 후 자체예산을 통해 라이센스를 확보했다”며 “단과대 차원에서 큰 돈을 들인 것은 서울대 공과대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학생들이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도록 방치하면 안 된다는 책임감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양대는 2012년까지 정보통신처에서 모든 라이센스 예산을 예산처에서 전달받아 단과대에 제공해왔다. 2013년부터는 RC체제(단과대 중심운영)로 전환되면서 특수 라이센스에 한해선 본교와 동일하게 단과대가 자체적으로 예산 신청이나 예산편성을 통해 확보해야한다. 한양대 정보통신처 학술정보지원팀은 “2008년에 오토캐드 2009버전 영구 사용 라이센스를 99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공과대에 제공했다”며 “버전 업그레이드는 단과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학교에서 제공한 오토캐드 2009 정품으로 무리없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공과대의 경우 올해 라이센스에 관한 예산을 배정받지 못해 이강(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가 오토데스크 코리아와의 기부협약을 통해 소프트웨어 라이센스를 제공받고 있다.

글·사진│추연진 기자 chuvely@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3 07:4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