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투성이의 수료연구생제도 재고해야


논란을 야기했던 수료연구생제도가 결국 올해 1학기부터 시행된다. 학교측이 설명한 이 제도의 골자는 수료생들이 매 학기 등록금의 2프로를 납부하여 수료연구생 신분으로서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 혜택이라는 것은 학교시설 이용, 연구활동 참여, 연구장려 장학금, 학생증 재발급, 의료공제 등이다. 그런데 의료공제를 제외한 나머지 사항들은 기존 수료생들이 누렸던 것들이다. 장학금 또한 BK21 등을 통해 수혜가 가능했던 항목이다. 이로써 수료생들은 기존의 권리들을 모두 박탈당하게 됐다.

이 제도는 시행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학교측은 수료연구생제도에 관한 설명회를 사실상 열지도 않았으며, 지난 2월 대학원총학생회(원총)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도 학교측은 회의 막판에 참석하여 기존 수료생에게 불리한 것은 없으며, 수료연구생들에게 더 많은 권리가 부여될 것이라는 설명만 하였다. 이 제도가 시행됨에 있어서 자치기구의 절차적 참여는 철저히 배제된 것이다. 일방적으로 제도를 밀어붙이고 통보한 꼴이다.

또한 시행세칙에도 나와 있지만 수료생이 납부해야 할 돈은 ‘수료연구등록금’이다. 그런데 이를 심의·의결한 기구는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가 아니라 재무부였다. 등록금에 관한 결정을 재무부가 처리하는 것이 과연 법적으로 적합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원총이 이와 관련하여 이의제기를 하였으나 재무부와 학교측 모두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였다. 더구나 이 제도를 시행하여 발생하는 수익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에 대한 사용계획도 세워지지 않았다.

현재 대학원 수료생은 4천 명가량 된다. 학교가 이 제도를 시행하기 전 이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시행한 것부터 잘못된 출발이었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비단 정치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분야는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고등교육의 맨 위에 있는 대학원이야 말로 더 엄격하게 준수되어야 할 가치이자 제도이다. 다행히 1년 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학교는 대학원생들과 다시 처음부터 이 제도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등록금도 대학원만 인상이 되었다. 대학원생은 기본적으로 연구자이다. 연구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모든 연구자들이 동의하는 바이지만 그것이 실제로 피부에 와닿는 것 같지 않다. 더불어 이 연구생들을 지도하는 교수들 또한 이것에 깊은 관심을 가지길 희망한다. 지도교수와 대학원생, 넓게 보면 교육공동체이며, 서로는 동료관계이기 때문이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6:4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