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 로자. 1899(2002). 『사회개혁이냐 혁명이냐』. 김경미, 송병헌 역. 책세상



룩셈부르크와 베른슈타인의 논쟁

김민철(자유기고가)



대표적인 맑스주의 이론가이자 혁명가 중의 한 사람인 로자 룩셈부르크가 1899년 처음 저술한 이 책 『사회개혁이냐 혁명이냐』는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손색이 없는 글이다. 고전을 규정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만약 우리가 고전을 당대의 현실에 깊이 천착해서 당대의 문제점에 대한 깊은 사유를 보여줌과 동시에 인류보편의 메시지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고 한다면, 이 글은 대표적인 고전 중의 하나이다.

룩셈부르크의 이 글을 통해 우리는 저자가 살았던 당대 즉 제2인터내셔널 시기의 사회와 당시 혁명가, 지식인들의 깊은 사유와 치열한 고뇌들을 읽어낼 수 있다. 그리고 여전히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들의 사유는 자본주의의 작동원리와 정치동학에 대한 통찰들을 준다. 예컨대 자본주의 변동의 논리와 자본주의 하에서 민주주의 체제가 이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한 통찰들이 바로 그것이다.


로자 룩셈부르크


최근에는 다른 이론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잊혀진 감이 많지만 사실 로자 룩셈부르크는 맑스 이후 가장 뛰어난 이론가이자 정치가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맑스주의 전통에서도 가장 우뚝 서 있는 이가 바로 그녀인 것이다. 그녀는 과소소비론과 시초 축적의 지속가능성을 제시하며 맑스주의의 자본주의 이론 발전에 큰 공헌을 한 동시에 독창적인 대중파업론과 당 이론을 실천적 전략으로 제시하며 정치이론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또한 혁명가로서도 불굴의 의지와 신념을 바탕으로 인류의 대의를 위해 헌신한 이가 바로 그녀다.

그런데 사실 2013년을 살고 있는 우리는 그녀가 살았던 시대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맑스주의의 논리 및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그녀의 주저작들을 쉽게 읽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 『사회개혁이냐 혁명이냐』는 우리가 별 준비 없이 접해도 잘 읽을 수 있는 글이다. 이 글은 짧은 팜플렛인 동시에 번역이 매우 충실하게 되어 있고 룩셈부르크의 정치이론 쪽에 한정이 되어 있긴 하지만 여하튼 룩셈부르크 이론에 대한 좋은 해체가 함께 수록된 책이기 때문이다. 역자들의 노력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룩셈부르크의 베른슈타인 비판


룩셈부르크가 이 책을 통해 주장하고 있는 것은 바로 당대를 풍미하던 유명한 수정주의 이론가 베른슈타인의 이론이 틀렸다는 것이다. 그녀에 따르면 베른슈타인은 자본주의 발전이 전면적 경제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신용체제와 기업가 조직 같은 것이 자본주의 경제의 적응력을 키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룩셈부르크에 따르면 이러한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먼저 신용체제의 발전은 단기적으로는 일정 부분 자본주의 체제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신용이 일단 생산과정의 요소로서 과잉생산을 낳으면 위기의 시기동안 신용은 유통의 수단으로서 신용이 스스로 창출한 생산력을 그만큼 더 철저히 파괴하기 때문이다. 둘째, 기업가조직에 대해서도 그녀는 독점의 증대로 이러한 조직이 일반화될 수 없고, 이것은 자본주의 발전과정의 특정 단계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협동조합의 한계


베른슈타인은 또한 노동조합과 협동조합 그리고 민주주의의 진보를 통한 사회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룩셈부르크는 이 역시도 잘못된 주장이라고 각각을 반박하며 혁명을 통한 정치권력의 장악만이 대안이라고 역설한다. 이중 협동조합에 대한 룩셈부르크의 비판은 아주 인상적인데, 그녀는 협동조합이 지역적 소규모 생산물과 판매에만 적합하다면서 자본주의 생산의 모든 핵심 영역에서 협동조합은 처음부터 배제되고, 세계시장이 없어지고 기존의 세계경제가 지역적 소규모 생산과 교환집단으로 해체되어야만 이러한 대안이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대규모 자본주의 상품경제가 중세 상품 경제로 후퇴해야만 가능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룩셈부르크의 베른슈타인 비판은 타당한 것일까? 그것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은 이 글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다. 누구의 주장이 타당한지를 평가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5:4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