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9일부터 21일까지 김병철 현 총장에 대한 교수의회의 중간평가가 실시되었다. 총 열두 개의 문항에서 교수들은 대부분 현 총장의 학교운영에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총장은 대학의 구성원과 사회를 열정으로 섬기고 일하는 지도자이며, 여러 이해집단들과 소통하여 지혜롭게 화합을 이루어 내는 지도자인가?’라는 항목에서 교수들은 82프로가 ‘그렇지 않다’, ‘아주 그렇지 않다’라고 답변했다. 또한 ‘학교 구성원들이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으며 또한 최고의 시설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풍부한 재정을 확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89프로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이것이 비단 교수들만의 인식일까. 지난해 학교법인은 재단적립금을 고위험성 투자상품에 투자해 수백억의 손실을 냈다. 김정배 이사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나, 그것 말고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책임을 진 이가 없다. 또한 그것이 이사장의 책임으로만 봐야하는가도 논란이 되었다. 이사회의 폐쇄성, 재정운영의 불투명성, 재단적립금의 운영목적 상실 등에 많은 비판이 쏟아졌지만 학교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평온하기만 하다. 올해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대학원 등록금이 인상되었으며, 조교들에 대한 처우가 급격히 낮아지며 불만의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대학 구성원’에 대한 인식의 재고이다.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학생, 대학원생은 과연 구성원으로 인식되고 있는가이다. 등록금심의에서 보여준 학교 측의 일방적인 주장 관철과 비민주적인 행태, 어떤 협의도 없이 조교들의 장학금을 시급으로 바꾸려한 점 등은 학생들을 구성원이 아닌 영리적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듯하다. 대학의 구성원들을 다시 말해보자. 대학은 학교, 교직원, 학생, 청소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대학원생은 높은 등록금, 열악한 연구환경, 자치공간의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총장과 학교 측이 이에 대해 신경 쓰고 있다고 우리는 동의하기 어렵다.

총장은 중간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하는 게 대학 발전을 위하는 것인가 신중히 숙고해 주셨으면 한다.", "이사회의 중간평가는 받을 수 있다"며 평가의 결과에 대해 수용의사를 거부했다. 학교 측은 "다양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잘 경청하도록 할 것"이라며 "남은 총장 임기 동안 학교 발전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디, 이번 평가가 대학 구성원의 한 축인 ‘학생’을 존중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