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초중고를 거치면서 공부를 잘 하는 아이로 자라왔습니다. 공부를 해서 시험을 쳐서 좋은 점수를 받는 생활을 16년 이상 계속 해왔습니다. 그 과정이 항상 순탄하고 수월했었던 것은 아닐 겁니다. 나름 위기도 있었고, 도전도 있었고, 한계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학업을 성공적으로 성취한 친구들이었고,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공부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은연중에 이렇게 믿는 거죠. “나는 공부를 좋아해, 책 읽는 것이 좋아, 실험을 하고 새로운 지식을 찾는 것이 즐거워.”

학부 4년이 끝나는 시점, 대부분의 학부생들이 취직에 열을 올릴 때 우리들은 대학원으로 진학했습니다. 보다 고도화된 지식에 대한 갈망과 졸업 후 보다 높은 직위에 대한 희망으로 대학원에 진학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십 몇 년간 유지해왔던 아비투스를 포기하는 것이 두려워 머뭇거리다가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합니다. 취직은 ‘우등생’의 아비투스에서 ‘피고용자’의 아비투스로 전환하는 과정입니다. 학교라는 울타리 내부의 시스템이 편했고 유리했던 사람일 수록, 즉 공부를 좋아하는 범생일수록, 무의식적으로 기존의 시스템을 포기하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진입해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겪기 마련입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대학원 진학을 고민합니다. 자신은 공부를 좋아하고 그것이 적성에 맞는다고 믿기에, 한편 무의식적으로 낯설고 두려운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이동을 유예하거나 기피하고자 대학원에 진학을 합니다. 이건 하나의 가설이긴 합니다. 그리고 공부의 극한에 무엇인가 있을 것이라 믿으며, 대학원에 들어왔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대학원에 들어갔지만, 대다수는 공부의 극한에 존재할 것이라 믿었던 그 무엇인가를 찾지 못하거나, 그 무엇인가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졸업하지 않나요? 공부 별거 있나요? 결국에는 학부 졸업 시에 유예를 두었던, 자신의 상품가치를 최대한 높여 시장에 자신을 세일즈하는 행위를 하게 될 것입니다.

결론입니다.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집행부 여러분, 원우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등록금 투쟁 하시느라 수고 많으시며 감사합니다. 원우 여러분. 독하게 마음 먹고 공부하셔서 빨리 졸업하시고 성공하세요. 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인 학부 후배님들, 뚜렷한 목적 의식 없이 어지간하면 대학원에 가지 마세요. 교수님 및 교직원 선생님, 학교의 발전을 위한 여러 노고에 감사하며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