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44대 총학생회 ‘후마니타스’와 2011 고려대학교 학생사회
44대 총학생회의 임기가 끝나고 45대 총학생회 선거를 위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체제로 돌입했다. 유난히 말이 많았던 2011 고려대학교 학생사회, 그리고 그 중심에 있었던 44대 총학생회 '후마니타스'를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대외적으로 '등록금' 관련한 논쟁에 맞서 격렬하게 싸웠는가 하면, 올 한 해 바람 잘 날 없었던 고려대학교 내의 숱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는 다소 미온적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지난 한 해 44대 총학생회가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의 활동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임기 초부터 활발했던 '한국대학생연합' 활동
겨울방학 중 텅 빈 학교 내에는 '한국대학생연합' 의장 출마를 고민하는 조우리 총학생회장의 대자보가 부착되었다. 등록금 문제를 비롯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학생들 간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한대련’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곧이어 열린 임시 전학대회(2011.1.15)에서 대다수의 대의원들이 의장직 출마를 반대해 결국 무산되었다. 이 결과로 조우리 총학생회장은 의장직에 출마하지 않았지만 이후 ‘한대련’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한대련' 주최의 활동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던 반값 등록금 시위에서도 총학생회는 한대련과 그 중심에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대정부 시위에 함께 했다. 결국 등록금 문제를 사회적인 화두로 꺼내는 데에 성공했고 한나라당 대표단과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면담을 가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이례적으로 총, 부총학생회장 모두가 삭발식에 참여 했고 지난 6월, 한대련 주최의 시위 중에 연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대련’과의 긴밀한 관계는 학내 구성원들의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기자회견을 학교 내에서 개최하는 것에 불만을 가진 학우들이 있었는가 하면 비상학생 총회가 끝난 후 열린 '한대련' 주최의 새내기 콘서트를 우리 학교에서 개최하는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결국 4.2 새내기 콘서트는 학교와 일부 학우들과 중운위원들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중앙 광장이 아닌 민주 광장에서 개최되었다. 새내기 콘서트로 인해 일부 중운위원들이 총학생회를 지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고, 결국에는 수많은 학내 구성원들과 등을 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등록금 투쟁, 학교와 대치하며 적극적으로 맞서
학교와 등록금을 협의하는 자리인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올해 초 학교 측은 5.1% 인상안을 제시했다. 이에 학생 측 대표인 조우리 총학생회장은 협상을 거부하고 학교 측에 등록금 인상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등록금 인상안을 고수했고, 학생 측과 논의 없이 등록금을 2.9% 인상했다. 결국 총학생회는 비상학생총회(이하 비총) 준비 체제로 들어갔고 3월 31일 열린 제 1차 비상학생총회는 6년 만에 성사될 수 있었다. 하지만 비총 성사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여전히 인상안을 철회하지 않아 총학생회는 비총에서 결정된 대로 본관 점거 및 농성을 진행했다. 이처럼 총학생회가 비총을 통해 등록금 문제를 비롯해 구조조정 문제와 계열별 차등책정, 미화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 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1차 비상학생총회 진행 과정에 있어 인원 수 파악 등을 비롯한 절차 상의 문제가 불거졌고 2차 비총은 200 여 명의 학우만 참여해 1차 비총의 동력을 이어가지 못했다. 또한 면학장학금 확충과 단과대별 자율에 따라 한자 졸업 자격 요건 폐지 등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정작 가장 주력했던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중앙운영위원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과 갈등 수차례
44대 총학생회의 임기 내내 그치지 않았던 것은 중앙운영위원들과의 불협화음이다. 단과대 대표들과의 소통이 부족했으며 이로 인해 단과대 대표들의 총학생회에 대한 신뢰도도 낮았다. 4.2 새내기 콘서트 개최 관련 중운위원들의 총학 지탄 기자회견이 열렸으며 비상학생총회 관련 학교와 협상하는 대표자도 교체되었다. 중운위원들을 비판하는 총학생회 집행부 내부 문서가 유출되며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실제로 임기 내내 일주일에 한 번 개최되는 중앙운영위원회의 경우 임기 말에 이르러서는 정족수가 부족해 거의 개회되지 못했다.
중운위원들 뿐만 아니라 총학생회의 행보를 비판하는 학우들의 온라인 항의도 거셌다. 이에 총학생회의 피드백도 부족해 총학생회에 대한 비판은 물론 총학 관련 글에는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학내 복지 문제 개선 미흡, 이공계 관련 공약은 막바지에 추진
학내 복지 문제와 올해 불거진 여러 학교 이미지 실추 문제에 관해서는 이전의 등록금 문제에서 발휘했던 추진력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발 빠르게 먼저 행동하던 것과는 달리 학내 문제에 관해서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인 것도 사뭇 대조를 이뤘다. 먼저 의대생 성추행 출교 사건과 관련해 학내 단체들의 입장 표명이 있은 후에 전학대회 안건으로 본 안건을 상정하기도 했다.
더불어 당선 전 선거 운동 과정에서 부각되었던 이공계열 차등책정 폐지와 학사개편위원회와 학점이월제 이공계 차등책정 폐지 등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중앙광장 열람실 의자 교체, 과학도서관 PC 교체와 비상학생총회에서 비롯된 한자 자격 요건 폐지 등은 대체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러한 공약 등이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은 막상 없었다. ‘후마니타스’ 홈페이지에 마련되었던 공약의 이행 여부를 나타내는 공약 달성 일지는 거의 빈 칸이었고, 이를 비롯해 실질적으로 총학생회의 홈페이지는 거의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중앙운영위원회 속기록이나 전학대회 속기록 등도 제 때에 맞춰 올라오는 경우가 드물었고, 홈페이지를 통한 소통이나 피드백도 지난 총학생회에 비해 현저히 부족했다.
또한 이학관과 과도관에서 8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한 만큼 이공계 관련한 공약도 기대를 모았으나 임기 말에 이르러서야 관련 공약이 추진돼 아쉬움을 샀다. 그렇다보니 학교와 해당 단과대학과 논의할 시간이 부족했고 애기능 옆문 공사의 경우 설문조사와 관련해 해당 단과대학과 갈등을 빚은 것은 물론 학교에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혀 왔다.
더불어 유지영 부총학생회장이 속했던 단과대학 정경대 관련 공약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경대 건물 내부에 무선랜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곳에 대한 개선을 약속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임기 막바지 셔틀 추돌 사고와 관련해 공개 대책 회의를 열기도 했으나 과연 회의에서 나온 사항들을 학교 측에 곧바로 전달했는지는 의문이며, 이미 사건 발생 후 3주가 지났으나 학교에서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반영한 대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사회에 ‘반값’ 등록금, ‘반값’ 카페 등을 통한 대학생들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을 알리는 데에 일조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얼마 전 당선된 박원순 서울 시장의 반값 등록금 공약 등도 이들의 활동에서 비롯되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장 기초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학내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총학생회에 대한 지지 또는 이해가 밑바탕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외적 활동이 진행되어 안타깝다. 44대 총학생회 임기의 끝자락에서, 전대 총학생회의 행보가 지닌 한계점들을 적극적으로 보완하고 개선할 수 있는 45대 총학생회를 기대해 본다.
작성자 : 성혜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