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들>
“빅이슈 사세요!”고려대 빅이슈 판매원 임진희씨를 만나다.

 
안암오거리 횡단보도를 지날 때 “빅이슈 사세요!”라는 외침이 항상 들려온다. 빅이슈란 홈리스들에게 재활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잡지이다. 영국에서 1991년 처음 창간되어 5500명의 홈리스들이 자활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리의 천사들’이라는 봉사단체의 도움으로 2010년 처음 창간되었다. 청년들과 재능기부자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지는 잡지 빅이슈는 오직 홈리스들만이 판매할 수 있다. 빅이슈 판매원, 줄여서 빅판은 이 잡지를 판 수익금 일부를 자활금액으로 사용한다. 고려대학교 앞에도 빅판이 있다. 안암오거리 횡단보도에서 항상 “빅이슈 사세요!”를 외치는 사람. 바로 고려대 빅판 임진희 씨다. 이번 기자가 만난 사람들 시간에서는 임진희씨를 만나 그의 희망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 46살입니다. 빅판 생활한지는 작년 2월부터 시작했으니 9개월 정도 됬네요. 예전에는 안산의 공장에서 일했었는데 공장이 부도가 나서 홈리스 생활을 했죠. 거리의 삶이라는 게 다 힘들더라구요. 아내도 일찍 죽어 생활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빅이슈를 알게 되었고 어쩌다가 빅판이 되어 지금 이렇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빅판이 되신 계기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무료급식소나 교회 같은 데 빅이슈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홍보를 해요. 저도 그들을 통해 빅이슈를 알게 되어 지원을 했죠. 그러면 면접을 보고 그 이후에 관계자분들이 의지가 있나, 팔 능력은 되나 등을 평가해서 빅판을 뽑아요. 빅판으로 뽑히고 나면 일주일 정도 다른 사람들을 따라다니면서 연습 기간을 갖죠. 처음 한 달 동안은 회사에서 고시원 비를 대주는 등 도움을 줘요. 하지만 그 이후에는 저희가 자발적으로 돈을 벌고 모으죠. 이를 통해서 이미 임대주택 들어가셔서 독립하신 홈리스분들도 많아요. 저희를 도와주시는 자원봉사자분들이나 회사 분들에게는 항상 감사해요. 그 분들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요.

-자발적으로 일을 시작하신 것인 만큼 많이 보람차시겠어요. 빅판이 되고나서 삶이 어떻게 바뀌셨나요?

예전에 비해 많이 보람차죠. 제가 제 힘으로 돈을 벌어 생활비도 벌고 저축도 하고. 빅이슈 회사 방침 상 20권 당 만원씩 저축하게 되어 있어요. 아직도 홈리스분들이 많이 계신데 그 분들도 포기하지 않고 저처럼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사셨으면 좋겠어요.

 
-현재는 어디 살고 계신 것인가요? 하루 일과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나요?

현재 고시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침에 7시 정도에 일어나서 회사에 가요. 거기서 책을 산 후 아침 겸 점심을 먹죠. 원래는 점심시간이 1시부터 4시까지 있는데 그 시간대를 비워놓으니까 손님이 줄더라구요. 그래서 아침 겸 점심으로 저녁때까지 버팁니다. 빅이슈 판매는 오전 11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10시까지 합니다. 원래는 9시까지가 원칙인데 제가 임의로 한 시간 정도 더해요. 그리고 나서 집에 도착하면 씻고 하루일과를 정리하죠. TV를 보다가 새벽 1시쯤에 잠이 들어요. 그리고 아침에 다시 7시에 일어나는 식이죠.

 
-하루를 바쁘게 사시네요. 그렇다면 빅이슈 판매를 하실 때 보람찰 때와 힘들 때가 언젠가요?

우선 힘들 때는 두,세시간씩 판매해도 손님들이 안 오실 때가 있어요. 그 때는 좀 힘들죠. 하지만 학생들이 와서 힘내시라고 웃으면서 말 걸어줄 때, 저한테 친절하게 대해줄 때는 정말 힘이 납니다.

 
-손님들이 친절하게 대해줄 때 힘이 난다고 하셨는데, 그럼 고려대학교 학생들은 얼마나 친절한가요?

고려대학교 학생들은 너무 친절하고 쾌활해요. 제가 강남 쪽에서 임시 박판을 2주간 한 적 있었는데 그 때에 비하면 고대생들은 너무 밝아요.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텐데 항상 웃어주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학생들과의 에피소드가 혹시 있나요?

고연전 날 고려대 학생들과 같이 농구 경기를 응원했어요. 제가 일부러 점심시간을 그 때 맞춰서 고연전 농구를 보고 있었는데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래서 참살이길에서 학생들과 같이 응원했는데 그 때가 제 인생 최고의 기억이에요. 고려대 학생들 정말 너무 힘이 넘치더라구요. 그 때가 가장 좋았어요, 이 외에도 친절한 단골손님들이 아주 많아요. 신간이 나올 때마다 사주시면서 저에게 재밌는 농담도 많이 해주신 말 러시아 여자 손님, 겨울에 추울까봐 따뜻한 캔커피 사주고 가신 여자 손님 등 정말 착한 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얼마전에 셔틀버스 사고를 당한 (고 장소영) 학생도 제 단골손님이었어요.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안타까웠죠.

 
-마지막으로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고려대학교 학생들에게는 항상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기말고사도 얼마 안남았는데 힘내시구요. 아, 마지막으로 빅이슈가 정말 좋은 잡지인데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많은 홍보 부탁드리구요. 빅돔 활동이라고 빅판 옆에서 대학생들이 빅이슈 판매를 돕는 자원봉사가 있어요. 다른 학교에서는 지원자가 많은데 아직 고려대학교 자원자는 한 명도 없다고 하더라구요. 많은 빅돔 참여도 부탁드려요!

빅판 임진희씨는 인터뷰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인사를 빼먹지 않았다. 홈리스 시절의 절망을 딛고 다시 한번 희망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임진희씨. 그의 희망의 에너지가 다른 홈리스들과 고려대학교 학생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

작성자 : 최정민, dn4769@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