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페이스북 이펙트'의 저자 이준구 씨를 만나다

내 ‘담벼락’에 한 마디를 끄적이는 순간 몇 초도 되지 않아 친구들의 ‘좋아요’ 세례가 이어지고 댓글들이 순식간에 달린다. 익숙한 얼굴들이 ‘알 수도 있는 사람’으로 추천 목록에 계속해서 등록되고, 친구의 친구, 잊혀졌던 동창들까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매력적인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전부터 눈여겨보고 있는 ‘그’ 또는 ‘그녀’가 있는가? 망설이지 말고 그의 얼굴을 눌러보길. 누르는 순간부터 그의 프로필, 관심사,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까지 모두 엿볼 수 있다.

요즘 대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은 이와 같이 매일이 북새통이다. 알고 싶든 알고 싶지 않든 모든 친구들의 정보가 뉴스피드를 통해 제공된다. 미니홈피가 노출증과 관음증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면, 이제는 대놓고 자신의 사생활과 남의 사생활을 공유하는 신종 서비스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한국 사용자 수는 지난 해 8월 말에 이미 16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국내 서비스인 싸이월드와 미투데이의 사용자 수 증가 폭에 비하면, 페이스북 사용자의 증가는 그야 말로 폭발적인 수치다.

이번 기자가 만난 사람에서는 소셜네트워크 전문가이자 ‘페이스북 이펙트’의 저자 이준구 씨를 만나 페이스북에 관한 모든 것을 들어보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창업을 생각하면서 앞으로의 비즈니스가 소셜네트워크를 거치지 않고는 거의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소셜네트워크에 관한 칼럼 등을 관심 있게 읽었고 블로그 등을 통해 내용을 공유하곤 했는데 위 내용들을 바탕으로 책을 써보자고 출판사에서 제의가 왔다. 덕분에 나도 책을 집필하며 더 많은 생각을 확장하게 되었고 더 자세히 공부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이 인기를 얻음에 따라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들의 입지가 많이 좁아졌다고 느끼는데

사실 국내 SNS 업체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미 (해외 SNS를) 넘어서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최근에 네이트가 부랴부랴 C로그 형태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혼합 포맷을 발표했지만, 이미 늦은 것이 사실이다. 미니홈피 역시 관리하지 않은 채 없애거나 탈퇴하기 아까워서 남겨 놓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역시 미투데이를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페이스북을 따라잡기에는 무리다.

이처럼 한국 사이트들이 외면 받는 데에는 개인 정보를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이 큰 이유로 작용하는 것 같다. 얼마 전 네이트 해킹 사태가 더욱 문제가 되었던 점도 한국 서비스의 경우 가입하려면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수많은 개인정보가 제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이메일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많은 개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사실 실명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어느 누구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여러 계정으로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구조로 서비스 산업들이 발전할 것으로 본다.

모든 SNS에 대해 나오는 지적이지만, SNS가 단지 인간관계 과시를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예를 들면 친구 수에만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피상적인 인간관계만 생성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현상은 페이스으로까지 이어져 별로 친하지 않아도 그냥 예의상, 형식상 친구를 맺는 것으로 발전하게 된 것 같다. 사실 3,400명에 달할 정도로 친구 수가 많다는 것은 오히려 SNS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다. 어떻게 하면 친한 사람과 더 친해지고, 더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확장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대화를 정말 주고받는 친구는 서너명에 불가하다는 통계 자료도 있다. 자기가 알고 관심 있는 사람, 내 얘기를 전달하고 싶은 사람, 그 사람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에 대해 인간관계를 맺어 놓으면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다. 예를 들어 교수님, 엄마 아빠, 모두가 다 친구가 될 수 있지 않는가. 사람들을 통해 멘토 멘티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매우 좋은 예이다. 내가 정말 힘들고 고민이 있을 때 같은 상황에 처했던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다면 매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SNS가 물론 사생활을 공유하는 서비스이지만, 여전히 개인의 사생활 침해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 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네트워크 상에서 저마다 ‘공연’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네트워크를 무대로 본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도록 공연을 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을 많이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경우 나르시즘적인 경향이 상당히 강하고 자기 자존감은 비교적 낮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SNS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은 남들에게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치는지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다. 때문에 보안에 둔감해질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페이스북의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말했듯이 사생활은 더 이상 공적담론으로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 온라인에 올려 놓은 모든 정보는 아무리 볼 수 있는 사람을 제한하더라도 이미 모두에게 공개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이러한 문제점들은 사용자들이 조금만 더 신경 쓴다면 상당 부분 개선할 수도 있다. 차단 시스템이나 특정 그룹에게만 공개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 등을 이용한다면 어느 정도의 침해는 막을 수 있다. 사생활 보안에 민감한 이용자라면 이를 충분히 숙지해 활용하면 된다.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이 수익을 올리는 구조는 어떻게 되는가?

검색 광고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의 키워드 광고도, 지금은 모두가 당연한 발상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구글의 CEO조차 확신하지 못했다고 한다. 페이스북 역시 그러한 과정을 거쳐 소셜 미디어를 최대한 활용해 광고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을 통해서 각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페이지를 통해 홍보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소비자와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브랜드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홍보 메시지를 더 원활하게 전달할 수 있고 사람들이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타켓팅 광고를 할 수 있다. 이는 광고 제공자와 수용자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구조다. 브랜드 페이지를 접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본인에게 도움되는 정보를 전달 받을 수 있고 광고주들은 타켓팅 광고를 통해 더 효율적인 홍보가 가능하다.

SNS를 이용하는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학교에서 공부만 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 나 역시 밖에 나와서 스타트업 비즈니스를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 자신이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서비스를 사용할 때에도 단순히 잡담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의문을 가져야 한다. 도대체 이 서비스는 무엇이 달라서 7억 명이 미친 듯이 하루에 계정당 45분씩 접속해서 게임을 하고 채팅을 하는지 궁금해야 한다. 그런 의문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이런 것들을 통해 무엇이 가능해 지는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창립하며 '기프트 이코노미(gift economy)'를 역설했다. 페이스북이 보다 나은 인간 관계망을 위한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친한 사람과는 더 친하게, 알고 싶은 사람에 대해서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페이스북의 서비스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이준구 씨는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도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사용자들의 자유에 맡겨져야 한다며, 이를 선택할 수 있는 현명한 사용자가 되기를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SNS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가장 중요한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소신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페이스북이 마련한 '선물'을 아직 즐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이용하지 않아도 괜찮다. SNS에 기대 인간 관계를 확장해야 하는 지금도 페이스북보다는 손편지와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설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다만, 더 많은 사람과 더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 페이스북에 들러 보길. 실시간 소통에 깃들여져, 심지어 수업 시간에도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입성해야 할 것이다.

작성자 : 성혜란, bz6642@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