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5일 우리학교 화정체육관에서 2011 KB 대학농구리그 홈 개막전으로 연세대와의 비정기 고연전이 열렸다. 코트는 물갈이가 돼 있었다. 올해, 주전선수였던 07학번 선수들이 졸업하면서 그 자리를 후배들이 물려받은 것. 그 중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선수들이 있었으니 바로 11학번 새내기 선수들! 아직 선배 선수들보다 경험이야 부족하지만 코트 위에서의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모습이 멋져보였다.

그들의 첫 고연전이었던 지난 경기에서 비록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번의 패배를 발판 삼아 더 높이 도약하지 않을까?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올해부터 우리학교 농구부를 책임질 새내기 6인방 김지후(체교 11, G), 김태욱(체교 11, F), 이창호(체교 11, F), 이재한(체교 11, G), 이승현(체교 11, C) 그리고 김솔(체교 11, F) 선수를 만나 보았다.

약속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전화가 왔다. “저희 지금 가는데요, 츄리닝 입고 가도 돼요?” 영상 촬영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간단한 인터뷰인데 이런 질문을 하기에 열심히 해 줘서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사실 농구를 좋아한다고 해도 해박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요, 또 선수 한 명 한 명에 대해 알아봤다고 해도 막상 만나면 머리가 하얘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대하는 마음과 걱정되는 마음을 안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한 카페에 자리를 잡고 자기소개 대신에 선수들 맞춰보겠다고 나섰다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옆에 앉아있던 선수에게 “이재한 선수 맞죠?”라고 질문 했다가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진짜 이재한도, 옆에 있던 본인도 당황해 했다. “저요? 너무하시네!” 알고 보니 그는 자타공인 최고의 탄력을 자랑하는, 덩크를 제일 잘한다는 김태욱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첫 말문을 텄다.

다음 날이 원정경기라 그 날도 고된 훈련을 한 듯 보였다. “오늘도 운동 많이 했어요?”라고 묻자 모두 “운동이야 매일 많이 하는 건데요 뭐”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그들의 하루는 일반 학우들과 조금 달랐다. “저희요?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아침 먹고, 수업 듣고, 오전 운동하고 낮잠 자고 오후 운동하고 끝나요!” 듣기엔 그런가보다 싶었지만 막상 내가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니까 앞이 캄캄했다. 거기다 매일 합숙생활을 한단다. 주말도 없이 계속 합숙하며 운동한다는 그들에게 “그래도 가끔 휴가 주지 않아요?”라고 묻자, “휴가라기보다 외박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하루뿐이니까”라며 짧지만 달콤한 휴가를 아련해했다.

다시 그들에게 물었다. “그러면요, 장기 휴가 받으면 뭐 제일 하고 싶어요?” 각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모두 하고 싶은 게 같았다. “우선 많이 자고 싶고 문화생활도 하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데이트도 하고 싶고 술도 많이 마시고 싶어요!” 문화생활, 여행, 데이트. 그들도 운동선수이기 이전에 20살, 21살 청춘, 청년이었던 것이다. “진짜, 다른 학우들보면 제일 부러운 게 시간 많은 게 너무 부러워요. 수업 끝나고 자기들끼리 술자리도 갖고 다양한 추억도 만들어가니까” 이창호가 말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는 게 시간, 추억이라 듣는 사람도 너무 아쉬웠지만 그래도 멋진 미래를 위해 기꺼이 포기하는 그들에게서 진정한 프로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대학생 되기 전에 꿈꾸던 로망 같은 거 없었어요?” 보통 새내기들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예를 들면, MT, 배낭여행 같은 것.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길거리 다니면서 고대생으로서의 프라이드 느끼는 거?” 김태욱이 수줍게 말하자 다른 이들은, “특별한 로망 같은 거 없었어요. 그냥 운동 더, 잘, 그리고 열심히 하는 거?”라 했다. 이들과 말을 하면 할수록 농구가 이 선수들에게 얼마나 크고 소중한 것인지 느껴졌다.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 때도 농구를 선택할건지가 궁금해서 물었다. 6명 중 4명은 다른 걸 하고 싶다 했다. 이재한은 야구를, 이창호는 축구와 요가를, 김지후는 힙합과 DJ를 그리고 김태욱은 수영을. 하지만 이들과 이야기를 해 본 사람은 모두 알 수 있다. 농구가 싫어서 다른 게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농구를 너무 좋아하고 또 쭉 농구를 해왔으니 다른 걸 해 보고 싶은 호기심이라는 것을.

시간이 꽤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보는 6명의 선수들 앞에서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자 고맙게도 이창호가 진행을 자처하며 나서 주었다.

창호 : 각자 농구에서 뭐가 제일 자신 있냐?

지후 : 난 슛팅!

창호 : 나도 슛팅!

재한 : 난 드라이브인이랑 왼손레이업.

승현 : 리바운드!

솔 : 난 다 자신있는데?

태욱 : 덩크.

각자 자신의 주특기를 얘기하자 옆에서 맞장구를 치며 서로를 높여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자신 있게 자신의 강점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힘이 되어주면서 인정해주는 동료들이 옆에 있다는 것. 스스로를 믿는 것과 함께하는 이들에게 인정받는 것 이 모두를 가진 선수들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밝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창호 : 또, 이런 질문도 해 볼까? 각자의 앞으로의 꿈? 난 빨리 돈 버는 건데!

지후 : 난 차승원처럼 아들이랑 같이 클럽 가는 거!

태욱 : 나도 돈 많이 벌어서 친척들까지 다 같이 지낼 수 있는 큰 건물 한 채 짓는 거!

솔 : 난 그냥 안 다치고 운동 계속 하는 게 가장 큰 꿈이다.

재한 : 다른 거 없이 그냥 평범하게 사는 거...

승현 : 이대로 쭉 잘하는 거!

앞으로 가진 꿈을 달리 이야기 했지만, 각자 말한 이 모든 게 실은 모두의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다치지 않고 앞으로 쭉 잘해서 돈도 많이 벌고 또 평범하고 능력 있는 자상한, 친구 같은 아버지 되기”가 아닐까?

평범. 평범함. 어떤 이들은 평범한 걸 싫어한다. 하지만 이 선수들은 평범함에 갈급해하는 것 같았다. 아니, 평범한 걸 하지 못함에 안타까워하는 것 같았다. 새터도 못가고 또 응원오티도 못 갔다고 했다. “형들이 그러는데 응원하는 게 제일 재밌대” 개인적으로 응원을 너무나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그저 안타까웠다. “야, 그거 들었어? 우리 축제는 갈 수 있다는데?” “진짜? 확실해? 축제 언제에요?” 축제에 갈 수 있다는 것에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취재하는 기자로써가 아니라 학교의 선배로써 이유 모를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연예인 보는 게 기다려져요?”라고 묻자 “연예인에 대한 기대보다, 응원 꼭 해보고 싶어서요!” 란다. 9월 정기전에서 경기장을 가득 채운 학우들이 그들을 위해 해줄 응원. 그 짜릿한 전율을 느끼기 전에 본인들이 스스로 응원의 열기를 맛보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했더니, 모두 “학우들이랑 친해지고 싶다”고 했다. “학우들이 다짜고짜 찾아와서 말 걸면 이상하지 않아요?” 라고 하자 “아니요. 좋은데요”라며 웃었다. 수업도 운동도 합숙도 “체육 특기생”이라는 이름 아래 자기들끼리만 지내는, 특별하지만 고독한 길을 걸어가는 선수들의 진솔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