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학생총회가 성사됐다. 비상총회 시작 1시간이 지난 후 개회 최소 정족 인원 1519명을 넘어섰고, '학교 측의 답변에 대한 수용 거부'와 '거점 농성' 안건이 차례로 가결됐다. 그러나 아직 이를 성공적인 성사로 보기는 이르다. 비상학생총회의 10가지 안건 중 '청소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관한 안건만 처리됐을 뿐 학교 측과 제대로 된 협상테이블도 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결된 '거점 농성' 안건에 대해서는 현재 4.18 기념관에서 문과대 학생회장, 부학생회장을 비롯한 채 10명도 되지 않는 학우들만이 남아 진행하고 있다. 13일 비상학생총회 안건 가결 이후 각 단과대와 총회 준비단의 적극적인 홍보 활동들이 단편적인 '총회 성사'라는 사실에 그치지 않을지 우려된다.

어제(31일) 오후 5시 '비상학생총회'가 끝난 후 총학생회 및 각 단과대들과 청소노동자 노조는 본관으로 이동해 거점 농성을 진행했다. 본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은 이미 본관을 떠나 인촌 기념관 등으로 자리를 옮긴 후였다. 이후 학생처로 이동해 총학생회장단과 단과대 대표들은 이원규 학생처장에게 요구안에 대해 학교에 정식으로 건의할 논의 테이블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학생들은 학생처에 자리를 잡고 거점 농성을 계속했다. 대략 10명 정도의 학우들이 4.18 기념관 2층 학생처에서 밤을 새며 자리를 지켰고 지금까지도 10명이 채 되지 않는 학생들이 학생처에 남아 있는 상태다.

한편 청소노동자 노조 안건에 대해서는 어제 오후 용역 업체 측에서 협상안을 제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용역 업체 측에서 상여금 지급 조항에 대해 확실하게 정해놓지 않아 노동자들의 반발이 있었으나 새벽까지 노조 내부에서 논의를 계속한 결과 용역업체의 요구안을 받아들이기로 최종 결정했다. 결국 청소노동자들의 요구안은 시급 46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으로 확정됐으며 이에 오늘 오전 6시, 총회 농성 및 파업을 철회하고 정상 근로에 돌입했다.

이제 문제는 나머지 9가지 요구안에 대해 총장을 비롯한 처장단에 정식 건의할 자리가 마련되는 것이다. 여전히 본관 내부 사무실 문들은 굳게 닫혀 있는 상태며 때문에 학교 내부의 주요 업무는 마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4.18 기념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농성을 지속할 것인지 여부와 앞으로의 추후 계획은 오늘 오후 8시 중운위(중앙운영위원회) 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총학생회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4.2 새내기 콘서트가 당장 내일인 가운데, 과연 비상학생총회에서 발의된 요구안들이 받아들여지는 데에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이번 비상 총회와 비상 총회 준비과정에서 학우들은 10대 요구안에 대한 절실함과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비상 총회 성사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정식 발의한 요구안들이 현실화 되는 것임에도 벌써 이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은 전에 비해 훨씬 가라앉은 상태다. 다른 무엇도 아닌 학우들 스스로의 힘으로 개최됐던 비상총회가 하루빨리 제대로 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학교 당국의 협조와 학생들의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학생회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