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이원규 학생처장, 비상학생총회에 대해 입장을 말하다

"믿고 기다려달라. 약속한다."

어제 (31일) 비상학생총회에서는 ‘거점 농성’에 대한 안건이 가결되었다. 이에 학생들은 본관을 점거했고 학생처가 있는 4.18기념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총학생회 및 각 단과대 회장들과 이원규 학생처장의 협상은 결국 결렬됐고 학우들은 어제 있던 비상학생총회를 두고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오늘(4월 1일) 오전 7시 30분, 기자는 학생처에서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3월 31일 비상학생총회에 관하여 학생처장이 직접 인터뷰를 요청한 것이다.

Q : 가장 먼저 지금 심경이 어떤지?

A : 가장 먼저 아쉽다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4월 1일 새벽 4시. 학생처장으로 부임한지 꼭 한 달이 지났다. 어제 학생처에서 밤을 샜다. 차가운 학생처 사무실 바닥에서 웅크리고 잠든 학생들을 보면서 미안함과 안타까움에 마음이 착잡하다. 요구사항을 해결 할 시간이 필요해서 시간을 달라고 했으나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고 오해만 쌓여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Q : 어제 있던 협상과정에서 총학생회 및 단과대학생회장들이 요구한 사항은?

A : 어제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장들은 관리처, 대외협력처, 총무처 등 각 관리처장들과 동시에 논의할 수 있는 협상 테이블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각 관리처장들의 일정을 동시에 고려해서 협상테이블을 만드는 과정은 학우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어마어마하게 힘든 일이다. 따라서 2~3개월 정도의 시간을 요구했다.

Q : 2~3개월 동안 기다리라는 말은 결국 비상학생총회에서 논의된 10대 요구사항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채 시간끌기를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 여러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다. 총학생회 측에서 요구한 10대 요구사항을 줄줄 외울 정도로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우선 ‘학생처’라는 곳은(물론 학교와 학생들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의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다른 관리처장들과 협상테이블을 만드는 기능만을 하는 게 아니다. 일단 학생처에서 해결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현재 관리처장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처장들이 새로 부임을 한 상태이다. 그 상태에서 단순히 업무를 파악하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게 현실이다. 총학생회에서 무슨 사안을 결정할 때도 오래 전부터 계획해서 준비하듯이 각 처장들은 이제 부임한지 단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우리 또한 ‘요구안에 대해서 검토 중이다‘라는 답변에 나아가서 구체적인 답을 주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 끌기라는 비판을 받는 현실은 이해하나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한 쪽에 치우쳐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으로써는 학생처장인 나를 신뢰하고 지켜봐 달라는 말 밖에는 할 수 없다.

Q : 인터뷰에서 ‘신뢰’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2,3개월이 주어진다면) 구체적인 추후 대응 방안이 있는가?

A : 일단 10대 요구안을 동시에, 그리고 단기간 내에 해결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학우들이 모두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10대 요구안 중 무엇을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있는지, 어떤 사안을 우선순위로 진행할 지 몇 가지 작성은 해놓았지만 일단은 말하지 않겠다. 학생처에서 짧은 시간 동안에 성과를 내서 보여주면 학생처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2~3개월 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기다려 달라는 뜻이 아니다.

Q : 6년 만에 비상학생 총회가 열렸다. 학생들이 단체행동으로 뜻을 보여 준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A : 요구안을 이뤄내겠다는 열망이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 자신도 학교에 다닐 때 학생운동을 했었다. 2006년에 사범대학교 교수로 재직 할 때에는, 당시 출교사태에 대해 발 벗고 나서서 반대 서명운동을 한 기억도 있다. 요구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잘 알겠으나 앞서 말했듯이 믿고 시간을 좀 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Q : 총학생회의 의견 전달 방식에 대해서 비판의 여론도 있다. 이에 대한 학생처장님의 의견이 궁금하다.

A : 일단은, 본관 및 학생처의 업무가 모조리 마비가 된 상태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본관이나 학생처를 점거하는 방법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반복하지만 학생회 차원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에도 시간을 두고 계획하듯이 우리도 마찬가지다. 본관과 학생처의 업무가 마비된 상태가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Q :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 믿고 기다려달라는 말을 계속 거듭해서 하고 싶다. 본관을 점거하고 학교가 마비된 상태에서 진행될 수 있는 논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2~3개월 동안 기다려 달라는 것이 아니라 차츰 차츰 성과를 보여주면서 논의를 진행하겠다. 만약 도저히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 때는 학생처장인 내가 직접 여러 처장들과 논의 테이블을 마련해줄 것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