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대학가 물가 대란 - 여러분의 주머니는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은 지금 높은 물가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채소 가격 폭등에 이어 올해 구제역 사태에 이르기까지, OECD 국가 가운데 식품 물가 상승률 1위라는 결과는 어쩌면 예상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저렴한 식비와 주거비로 정평이 난 대학가의 상황은 어떨까? 인상된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든 채 이번 한 학기를 시작한 학우들은 높아진 대학 식당가와 원룸가 물가에 또 다시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번 집중취재에서는 대학 주변 상점들의 가격 인상과 원룸가 및 하숙집의 가격 책정, 그리고 이로 인해 늘어만 가는 대학생들의 경제적 부담과 여의치 않은 주머니 속 사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 계속되는 물가, 등록금 상승세에 대학생 신용불량자 급증

  1999년 이후 지난 10년간 물가는 35.9% 증가했다. 그리고 대학 등록금은 국공립대의 경우 115.8%, 사립대 80.7%로 각각 인상됐다. 이로 인해 학자금대출제도를 이용한 학생만 지난 학기 15% 증가했으며 이자를 제 때에 갚지 못한 대학생 신용불량자는 3년 사이 7배가 증가했다고 한다. 연 교육비 1000만원에 생활비, 주거비까지 합하면 2000만원을 훌쩍 넘는 시대. 이제 소 팔아 대학 간다는 말은 옛 말이다.

▶ 대학가 식당들, 높아지는 물가에 가격 인상 단행

   -구제역 파동으로 식당가 육류 가격 인상

 구제역 파동 때문에 하루하루 돼지고기 가격과 씨름하고 있는 식당가 상인들, 안암 주변 돈가스 집 또한 일제히 500원 ~ 1000원을 인상했다. 우리 학교 정대 후문 근처 수제 돈가스 집 주인은 인터뷰에서 “고기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올라가고 있어 원래 가격으로는 인건비조차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다”고 밝히며 가격을 인상한 이유를 밝혔다.

 저렴한 가격의 학내 학생회관 식당 또한 고기가 들어간 메뉴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한다. 제육덮밥이 1400원에서 1500원으로, 제육볶음과 불고기, 탕수육 등도 900원에서 100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대학생들 주린 배 달래주던 대학가 저렴한 식당들 다 어디로?

 대학가가 달라지고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이 즐겨 찾던 밥집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도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정경대학 후문과 안암역 부근에 대형 커피숍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저렴한 국수집 대신 고급 수제 햄버거 집, 대형 기업의 커피숍 등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실정이고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밥상의 일명 ‘밥집’은 골목 안으로 들어가거나 제기동 쪽으로 벗어나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약 7년간 안암에서 밥집을 운영하신 ‘ㅌ’음식점 주인 김복순 씨는 “아무래도 학생들 입맛이 변하다 보니 빨리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고 운영이 힘든 밥집은 지금 이 식당을 운영하는 게 마지막이다”고 밝혔다.

▶ 대학가는 지금 저렴한 방 구하기 전쟁

   - 신축 건물 증가, 졸업생들의 꾸준한 수요로 원룸 가격 인상

 전세대란으로 인해 직장인들이 대학가에 몰리면서 대학생들의 집값에도 불똥이 튀었다. 일반 아파트 전세값이 크게 오르자 소형아파트 수요층이 대학가 원룸쪽으로 선회하면서 가격이 상승된 것이다. 일부 대학의 원룸가는 20%에서 30% 정도의 가격이 인상됐다. 다행히 안암 부근의 원룸 가격은 큰 상승폭을 보이고 있지는 않으나 몇 년 새 꾸준히 인상해 온 것으로 보인다. 정대 후문 근처 ‘ㅁ’공인중개사 중개업자는 “고려대학교 부근에 신축 원룸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고 원룸 시설들도 점점 좋아져 가격이 인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민수(06, 신소재공학부) 학우는 “몇 년 전에 비해 시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오히려 가격은 인상됐다”며 가격 인상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안암역 부근 하나 공인중개사 이춘화 대표는 “고려대학교의 경우 졸업생들의 수요까지 맞물려 가격이 인상되고 있다”며“원룸가의 원룸 공급은 일정한데 수요는 더 많아져 가격이 인상되는 것”이라고 가격이 인상되고 있는 이유를 밝혔다.

   - 시설 나아지지 않은 하숙집의 가격 인상 이유는?

 하숙집의 경우 지방에서 올라온 학우들에게 저렴한 가격과 더불어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꾸준히 찾는 학생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 학교 부근 하숙집의 경우,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서 담합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학교 부근 원룸 공인 중개업자들은 “원룸 건물주들은 특별한 모임을 갖거나 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오랜 기간 이 곳에서 영업을 하는 하숙 업자들은 그들만의 모임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우리 총학생회장은 “6개월치 또는 1년치 계약금을 요구하거나 가격을 내렸다가 한 달 만에 주변의 눈치 때문에 가격을 인상했다는 하숙 업자들의 담합 의혹에 관한 학우들의 제보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편, 번화가에 위치한 타 대학에 비해 우리 학교 부근의 하숙집은 가격대가 훨씬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민재경 (11, 경영)학우는 “신촌에 사는 친구는 30만원대의 가격으로 하숙하지만 안암에서는 45만원의 가격으로 하숙하고 있다”고 밝히며 “그러나 이 가격도 안암에서는 저렴한 축에 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우리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자취 및 하숙 가격에 대한 불만이 끊이질 않자 “학생들의 피해 사례를 수집해 안암 주변 자취 및 하숙 업자들과 모두 합의할 수 있는 자치 규약을 만들어 보급할 계획이 있다”고 밝히며 “자치 규약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 높아지는 물가, 그러나 대학생들 돈벌이는 10년째 그대로

  교육비에 이어 생활비, 주거비 등의 경제적인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대부분의 학우들은 아르바이트나 과외 등의 부수적인 돈벌이를 알아보고 있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이마저도 쉽지 않다.

07학번 생명과학부 한 학우는 “과외를 알아보고 있으나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새학기가 시작되고 느끼는 경제적 부담을 털어 놓았다.“지방에서 올라와 하숙을 하다 보니 부담도 되고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게 죄송하다”는 그는“전공서적도 구입해야 하는데 전공서적 값도 만만치 않아 요즘에 비교적 저렴한 분식집이나 학관 등을 찾아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8년에 332명, 2009년에는 249명의 대학생들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자살을 선택했다고 한다. 등록금에 이어 주거비, 식비, 그리고 취업 스트레스까지, 대학생들은 이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반값 등록금으로 대학생들의 경제 사정을 걱정한다던 현 정부는 대학생들을 최악의 경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경제만은 살리겠다던 정부의 포부가 경제마저 최악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