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BS 기획기사] 당당한 그녀, 여성 ROTC 정지윤씨를 만나다!

2011년 첫 KUBS 기획 기사를 위해 지난해 최초로 여성 ROTC에 선발 된 자랑스런 그녀, 체육교육과 09학번 정지윤씨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한 눈에 봐도 명랑하고 쾌활할것만 같은 모습의 정지윤씨는 예상대로 털털했다. 기자를 만난 정지윤씨의 첫 마디는, 자신이 말주변이 없어 어떻게 인터뷰를 하면 될지 걱정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기자와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니 이런저런 사소한 이야기까지도 서스럼없이 말해 주어, 인터뷰는 한밤이 되어서야 끝이났다.

-처음 ROTC에 선발 됐을 때의 소감은?

일단 너무 기뻤고, 훈련 받을 생각에 무척 즐거웠다. 하지만 방학 때 막상 훈련을 받고 나니, ROTC가 되어서마냥기쁘기보다는 책임감을 요구하는 걸 알았다. 특히 내가 여성 ROTC '1기'이기에 모범을 보여야 된다는 의무감을 많이 느꼈다.

-정지윤씨가 ROTC에 지원하게된 계기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시절에는 베드민턴을 배우면서 배드민턴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는 꿈이 체육선생님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준비했던 사관학교에 합격을 하지 못해, 2009년도에 우리학교 체육교육과에 진학하게 됐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마음 한 켠에는 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다. 그래서 우리학교에서 여성 학군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정말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바로 지원했다. 또 정말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느낀 이유는 작년에 내가 2학년이었는데 여성 ROTC는 2학년만 지원 가능했다.

-그렇다면 학군단에 들어간다고 할 때 부모님 의견은 어땠나? 혹시 여자라는 이유로 반대하시지는 않았나?

아니다. 정말 좋아하시며 어서 지원하라고 부축하셨다. 특히, 아버지가 군인이셔서 아버지가 많이 좋아 하셨다.

-합격 발표가 난 후 활동이 어떻게 이뤄졌나?

2010년 11월 초에 최종발표가 난 후, 12월부터 전체 교육이 시작됐다. 1월에 접어들고 1주일 동안은 군인 기본 예절이나 군장싸는 법 등을 배웠다. 바로 다음주인 1월 10일부터는 3주동안 훈련을 또 받았다. 요즘은 화요일과 목요일 마다 아침에 녹지운동장을 7회정도 뛰어‘조조체육’라는 체력훈련을 받으며 학군단 수업도 함께 듣는다. (근데 말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군사 기밀이면 어떡하나...)

-여성 ROTC만의 독특한 점은 무엇인가?

남성 ROTC와 비교해보자면 세세하게 다른점이 꽤 많다. 일단 거의 똑같을 줄 알았던 유니폼도 단추색깔이나 넥타이 등이 다르다. 하지만 여자여서 군장이 더 가볍다거나 훈련을 덜 힘들게 받지는 않는다.

-여성 ROTC 활동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 어떤 때 가장 힘든가?

무척 추운 날씨 속에서 훈련을 받았을 때 힘들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힘든 점은 구두를 신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첫눈에 봐도 나는 구두를 안 신을 것처럼 보이지 않나. 신어본적이 없는데 계속 신고다녀야 하니 발이 쉽게 피로해진다.

- 활동을 하면서 좋은점은?

훈련은 지휘하는 법 위주로 받는다. 나는 훈련을 받고서 평소에 어떻게 지휘를 통솔해야할지 도움을 얻었다. 또한 자신감도 생기고 목소리도 커졌다. 이 외에도, 시간 관리나 정리정돈을 하는 법을 배웠다. 예전엔 옷을 잘 갤 줄 몰랐지만 지금은 어머니보다 더 빨래를 잘갠다.(웃음)

- 사실 사회적으로 대부분 여성ROTC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맞는 말이다. 그런 얘기를 나도 많이 들었다. 특히 스팩을 쌓으려는 목적으로 지원한다는 말이있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 1기로 뽑힌 60명의 동기들 모두 스팩때문에 들어온 게 아니라고 정말 장담할 수 있다. 다들 군인이 되고자하는 뚜렸한 진로가 있어서 이 곳에 지원 했단 걸 동기들과의 얘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여성 ROTC와 접촉이 없는 학우들이 우리에 대해 어느 정도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나, 한번이라도 얘기를 나눠보면 사람들은 우리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다. 아직은 어떤 말을 하기 보다는 정식으로 임관을 한 후에 내가 활동하는 모습으로 오해를 갖고있는 학우들에게 증명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 같다.

-혹시 차별 대우라던지, 지원금 문제 등이 있지는 않나?

전혀 없다. 오히려 지원이 잘 들어오고, 대우도 좋다. 일례로 이번에 단사도 새로 짓고 시설도 매우 좋다. 오히려 역차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설이 나는 마음에 든다.

-훈련을 받으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지 않았나?

원칙적으로 동기끼리는 말을 놓고 '언니'라는 호칭도 쓰면 안되는데, 한번 동기가 다른 동기를 '언니'라고 부르다 걸린적이 있다. 기합을 받으며 "동기는 언니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쳤어야 하는데 중간에 한 동기가 큰 목소리로 "언니는 동기가 아니다"라고 말해 웃음 바다가 된 적이 있다. 여러 애피소드가 많지만 웃기고 재밌는 사건 보다는, 배우는 재미가 더 큰 것 같다.

-여성 ROTC에 지원할 마음이 있는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우리의 슬로건은 "꿈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다. 정말 이 말이 맞다. 보통 우리는 26살에 전역을 하는데 요즘은 다른 여학우들도 어학 연수 등으로 비슷한 시기에 졸업을 하기에 졸업 시기에 대한 걱정은 크게 안해도 된다. 혹시 군인에 관심이 있는 여학우들이 있다면, ROTC는 그런 학우들이 정말 꿈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 실제로 얘기를 나눠보고나니 기자도 여성 rotc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 인터뷰도 매우 즐거웠다.

아니다. 말주변이 없어 너무 정신없이 말한것 같다. 즐거웠다.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인터뷰가 끝이났고, 정지윤씨는 아직은 쌀쌀한 봄하늘에 맑게 비추는 달님처럼 웃으며 성큼성큼 자리를 박차고 걸어나갔다. 인터뷰 내내 1기로서 책임감이 크다고 전했던 정지윤씨. 아직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지만 곧 정지윤씨가 지휘관이 되면 바람대로 사람들의인식이 바뀌길... 오늘 한 사람의 인식을 바꾸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