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중에 수업과 과제 그리고 바쁜 일들을 해 낼 수 있는 이유는 주말이라는 달콤한 휴식시간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 요즘 대학생들의 생활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고 바쁘기에 주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달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황금 같은 시간을 쪼개 주변의 어려운 어르신들을 돕는 학우가 있다. 이번 기자가 만난 사람 시간엔 목욕 봉사동아리 비누방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위찬우(사회환경시스템 04) 학우를 만나봤다.

<동아리 비누방울의 실제 활동 모습. 맨 뒤에 있는 사람이 위찬우 학우다.> 

비누방울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비누방울은 2006년 겨울 수유역에서 한국외국어대학교 주최로 18살 장애 아동을 돕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 이후로 커졌고 지금은 크게 서울과 부산 두 지역에 연합 동아리 형태로 이 단체가 있다. 서울에서는 또 크게 서부지부 중앙지부 그리고 북동부지부로 나뉘는데 우리학교의 경우 성신여대, 한국외대, 경희대 그리고 덕성여대 등과 함께 연합동아리 형태로 봉사가 이뤄지고 있다. 2007년엔 당시 동아리 회장이 학교에 정식 동아리 신청을 해 현재는 70명 정도가 함께 하고 있다. 저희는 주변의 어려운 분들을 찾아가 목욕을 시켜드리는 일을 하고 있다.

대상자 분들은 주로 어떤 분들이신가요?

주로 장애가 있거나 연세가 많이 드셔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 분들이다. 전부 다가 독거노인은 아니시고, 가족은 있지만 바빠서 보살핌을 잘 받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다. 아무래도 가족 분들이 매 번 목욕시켜드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보니 우리가 그런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그런 분들도 찾아뵈어 깨끗하게 씻겨드리고 있다.

봉사는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일단 남자 대상자의 경우 한 분당 2명, 여자 대상자의 경우 3~4명씩 조를 짜서 같이 봉사를 간다. 대상자는 조별로 정해져 있고 격주로 가게 된다.

대상자분을 정해 놓는 이유가 특별히 있나요?

아무래도 대상자분을 배려하는 취지이다. 나체를 보여주는 게 부끄러운 일이지 않나. 마음을 열어야 그런 부끄러움도 감수할 수 있는 것인데 매번 오는 사람이 달라지면 얼마나 불편하시지 않겠는가. 우리가 이 봉사를 하는 건 그 분들을 씻겨드릴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나라에서 지원 해 어른들이 찾아뵈어 씻겨드리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형식적이고 매번 봉사자가 달라지다 보니 어르신들이 많이 불편해 하신다. 그래서 우리 각자 각자는 조원들 밖에 친해 질 수 없지만 그 분들을 생각 해 봉사자와 대상자를 정해놓는다.

그렇다면 어떤 계기로 비누방울 활동을 하게 됐는지?

휴학하고 종교단체에서 봉사활동을 꾸준히 했었다. 복학하면서 끈을 놓지 않으려고 참여할 공동체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 비누방울에 대해 알게 됐고 가입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다. 공부만 하다보면 스트레스 받지 않는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사실 벌써 2년 넘게 하다 보니 생활화가 돼서 보람을 느끼는 것에 많이 무뎌졌다. 습관적으로 내가 당연히 해야 되는 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처음에 봉사를 시작하고 나서 썼던 후기가 생각나는데, “좁은 공간에 나와 또 다른 청년 그리고 할아버지가 들어가서 목욕을 시작한다. 더러운 몸이 깨끗해져 가면서 내 몸은 땀으로 범벅되어 더러워져 간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끝나고 그 공간을 나올 땐 우리 셋 모두가 상쾌해짐을 느낀다.” 정말 그렇다. 사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내가 씻기고 있는 사람이 깨끗해질 때면 늘 뿌듯함을 느낀다.

그래도 특별히 애착이 가는 사람이 있을 텐데?

비누방울의 시작을 함께한 수유역의 18살 장애아동이다. 척추측만증이 심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늘 침대에 누워있기만 했던 친구다. 항상 집에 있으면서 TV만 봐서 아는 건 참 많았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내가 아무 어려움 없이 당연히 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 그 친구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거다. 예를 들어 잔디밭에서 축구를 하는 것,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것 등 정말 작고 사소한 것들이 그 아이에겐 평생 단 한번이라도 해 보고 싶은 일들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올해 1월에 사망했다. 더 이상 도와줄 수 없다는 것과 볼 수 없다는 게 마음이 아프고 그 사소한 것들을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다는 데에 너무 안타깝다.

사소한 것의 위대함을 느꼈을 것 같아요

그렇다. 내가 힘들어서 넘어지고 그만 두고 싶을 때 정말 도전이 되고 자극이 된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거 마음만 먹고 노력하면 할 수 있는데, 또 그 친구에겐 이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받은 기회인데……. 또 나한텐 아무것도 아닌 정말 작은 것들이 다른 누군가에겐 꼭 한번 해보고 싶은 가장 큰 꿈일 수 있는 거라는 걸아니까……. 내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나 하는 생각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접게 된다.

그래도 하다보면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대상자분과 의사소통이 안 될 때가 가장 답답하다. 아무리 이해하고 잘 알아들으려고 해도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다. 더 잘 해드리고 싶고 원하는 걸 도와드리고 싶은데 그럴 수 없을 때 너무 안타깝다. 소통이라는 게 일방향인 것이 아니라 쌍방향인 것이다 보니 화자인 대상자분과 청자인 나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상대가 열심히 전달하려고 하는 것을 잘 들으려고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개인적으로 한비야씨가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내 피를 끓게 하기 때문이죠!"라는 말에 감명을 받았다. 내겐 봉사활동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다. 다른 학우들도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꼭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번쯤은 봉사를 통해 가슴이 벅차오르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들은 봉사를 그저 내가 남에게 주는 것으로만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우선, 내가 남을 돕고 나의 것을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남을 돕는 일은 내게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한다. 소금이 부패하는 것을 막듯, 봉사는 우리가 잘못하고 포기하려고 할 때 그런 나약함을 막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주위를 살펴보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일을 찾아서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 상대가 따뜻해지기 전에 더 꽁꽁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이 녹아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