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에서, 혹은 CF에서 팔 없는 아이가 해맑게 웃고 있는 것을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아이의 이름은 윤태호. 이 아이를 다룬 MBC 다큐멘터리 <승가원의 천사들>이 인기를 끌면서 더불어 승가원 장애아동 복지시설도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그 승가원이 바로 개운사 뒤편에 위치해있다는 사실을 아는 학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번 기자가 만난 사람에서는 승가원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정은영 팀장을 만나보았다. 

 
승가원에 대해 개략적으로 소개해주세요.

승가원은 지난 1996년 중앙승가대학이 당시 강원도 원주에 있던 <소쩍새마을>을 인수해 만든 것이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소쩍새 마을은 무허가 장애인 요양시설로 당시 그 곳에 있던 장애인이 아이, 어른 포함해 약 200명가량 있었는데 후원금 횡령 등의 문제가 발생해 시설에 있던 장애인들이 모두 흩어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당시 중앙 승가대학 측에서 소쩍새마을의 장애인들을 인수해 현재 아동들은 이곳 승가원 장애아동복지시설에서, 성인들은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승가원 자비복지타운에서 각각 생활하고 있다. 승가원의 모토는 ‘자비 복지 실현’이다.

현재 승가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되며, 장애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실질적으로 승가원에 소속된 아동은 72명. 8명은 의료적 지원을 위해 시립어린이병원에 입원 중이다. 현재 승가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은 64명이다. 대부분이 뇌병변,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원내 유일한 지체장애 아동이 태호다. (승가원에서는 뇌병변, 지적장애, 지체장애 1급인 아동만 입원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장애가 있어 의료적인 부분도 중요할 것 같은데, 의료적인 혜택도 있나요?

앞서 말했듯이 모든 아이들이 장애가 1급이다. 항상 의료적인 부분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원내에 간호사가 상주하며 건강 검진이나 실질적인 질병 관리를 담당한다. 이 곳에 입지한 것도 고대 병원이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뇌병변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는 물리치료가 제공되기도 한다.

승가원에서 일을 하게 된 계기는?

친척 중의 한 명이 정신지체가 있어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할 때부터(승가원의 모든 보육교사들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장애인 복지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원래 승가원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운 좋게 자리가 나 들어오게 되었다.

지금까지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시설에 입사해서 3개월간의 수습 기간을 거치는 동안에 맡았던 방에 소속된 한 아동이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그 아이 옆에서 노래도 불러주고 아는 척도 해주고 그랬었는데 관심을 보여줌으로써 아이 성격이 변하는 것이 보였다. 수습이 끝날 무렵에는 다른 아이들과 곧잘 어울렸다. 보육교사 업무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는데 그 아이를 보면서 보람을 많이 느꼈다.

그런 점이 보람을 느낀 점이자, 이 일의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발전된 점을 볼 수 있으니까 앞으로 이 아이들이 어떻게 더 발전될 것인지가 궁금해서라도 일을 하게 되고 뭔가를 더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한 명 한 명이 다 자식 같고...

그렇다면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가장 힘든 것은 아동들이 사망했을 때이다. 사실 병원에서는 아이들이 장애 정도만 보면 언제 사망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아이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옆에서 같이 생활하니까 아이들이 그렇게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잘 느끼지 못한다. 가장 힘들고 이 일이 계속 하기에 너무 힘들다고 느낄 때도 병원에 있는 아동이든 원내에 있는 아동이든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망에 이르렀을 때 가장 힘들다. 내가 더 해줬어야 되는데 못해줬다 그런 것도 많이 느끼고.. 미안하다. 여러모로.

올 초 MBC 다큐멘터리 <승가원의 천사들>이 방송돼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이를 계기로 CF를 찍기도 했는데, 방송 출연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사람들의 관심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후원금도 늘었고 봉사자도 많이 늘었다. 지역 사회에서 장애아동시설이라는 인식이 좋지 않았는데 방송 나간 이후 많이 좋아져서 긍정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것에 비해서 조금 안타까운 점은 태호와 성일이한테만 너무 많은 관심이 집중된다는 점이다. 태호에게 너무 많은 집중이 가니까 다른 아이들은 소외감을 느끼는 동시에 태호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태호는 아직 어리고 이정도로 방송의 파장이 클 줄 몰랐다. 모르는 사람이 자기에 대해 알고 얘기 거는 것에 대해 당황한 모습도 보이고 본인도 감정 표현을 편하게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 그래도 관심이 고마울 때가 더 많다.

방송에서 아이들이 전원을 가는 아이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출소한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가요?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면 직접 자신의 아이로 키우고 싶을 때도 있을 것 같은데  

키우고 싶은 아이도 있긴 하다. 그러나 시설에서 하는 것만큼 의료나 서비스를 책임져줄 수 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키우는 것 까지는 힘들 것 같다. 지금까지는 인지적 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전원을 갔었는데 곧 인지적 능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뇌 병변장애 아동들이 나이가 차 전원을 가야할 때가 오고 있다. 우리도 우리지만 아이들에게는 서로가 평생을 봐왔던 가족이고 형제, 자매들이다. 가는 아이도 걱정이 되지만 남은 아이들도 걱정이 된다. 한창 투정부릴 나이인데도 애써 의젓해 하는 아이들 보면 오히려 더 짠하기도 하다.

알다시피 승가원은 고려대 바로 근처에 있는데, 고려대학교 또는 고대생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는지?

방학 때마다 고대 의대 학생들이 의료봉사를 해준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한 학생이 있는데 그 학생이 맡은 아이가 굉장히 까다로워서 평소에 함께 생활하는 선생님들도 다루기 힘든 아이였다. 계속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서 지켜보는 우리도 걱정했었는데 정말 끝까지 인내하면서 아이와 놀아주는 모습을 보고 감동한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려대라는 학교 자체가 차지하는 위치가 있고 많은 공부를 해야 갈 수 있는 곳이라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었다. 힘들기도 할 텐데 이 학생들이 정말 잘 해줄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오는 학생들이 대부분 굉장히 열심히 한다. 봉사를 하러 고대생들이 많이 오는데 다들 정말 성실하고 진지하게 임해줘 고맙다.

끝으로 고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생들이 승가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려다가도 망설이는 경향이 있다. 방송에 나왔다고 해서 다른 봉사자들이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봉사라고 해서 특별한 기술을 요하는 건 아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승가원은 언제나 열려있는 곳이다. 언제든 전화해서 일정을 잡으면 된다. 봉사자들에게 ‘참 좋은 인연‘ 이라는 말을 한다. 이렇게 고려대학교 옆에 위치한 것도, 오늘 이런 인터뷰를 하는 것도 좋은 인연인 것 같고 뜻 깊다.

승가원에서는 생활보육교사를 ‘엄마’ 라고 부른다고 한다. 수긍이 갔다. 항상 아이들을 걱정하고 아끼는 마음은 엄마가 제 자식을 보살피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인연의 끈으로 엮인 아이들과 함께여서인지 승가원에 있는 ‘엄마’들의 얼굴도 하나같이 아이들처럼 해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