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가 갖는 수많은 매력 중 하나는 승패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바로 작년 고연전, 우리 학교는 연세대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야구의 매력을 학우들에게 선보였다. 작년의 승리를 재현하기 위해 야구부는 8월부터 본격적인 합숙 훈련에 돌입했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양주시 송추에 위치한 고려대학교 야구장으로 찾아갔다.

학교에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야구장에 도착하자 멀리서부터 선수들의 기합소리가 들렸다. 체력 훈련의 일환으로 오전부터 러닝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무더운 날씨에 유니폼이 온통 땀으로 젖었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러닝 훈련을 하고 있는 야구부 선수들>

오전 훈련이 끝나고 달콤한 쉬는 시간. 오전 내내 계속된 체력훈련에 지친 선수들이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머니들이 정성스레 차린 식사를 먹은 선수들은 대부분 낮잠을 청했다. 피곤하기도 하련만 아직 ‘짬’이 안 된 10학번 신입생들은 방 청소와 선배들의 빨래를 도맡아 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양승호 감독을 인터뷰했다. 훈련 방향에 대한 질문에 양 감독은 수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화려한 개인기보다는 기본기를 다지는 훈련을 주로 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선발 선수는 학번이나 유명세에 상관없이 이후 치러지는 연습경기와 당일의 컨디션을 보고 결정할 것이며, 연세대의 선발로 유력한 좌완 나성범 투수에 대비해 우타자 위주로 기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하는 양승호 감독>

우리 학교는 올해 대통령기 대학리그에서 8강에 오른 것을 비롯해 춘계, 하계, KBO 총재기 리그에서 모두 4강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모든 대회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진출한 것은 성균관대와 우리 학교뿐이다. 이는 올해 대통령기와 KBO 총재기에서 5할이 넘는 타율로 타격상을 받은 김상호(체교 08, 1B), 백진우(체교 07, LF)선수 등의 우수한 타격과 국제대회(세계대학야구선수권)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인 에이스 임치영, 윤명준(이상 체교08, P)선수 등의 안정적인 투수력이 겸비되었기에 가능했다. 양 감독은 “특히 고연전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펼쳐진 대통령기에서 타자들이 좋은 타격감을 보였고 올해 5월에 열린 총재기 16강전에서 연세대를 4-1로 꺾은 경험이 있어 선수들의 사기는 충분히 높다”고 말했다.

한낮의 불볕더위가 한 풀 꺾인 오후 3시, 선수들이 다시 그라운드에 모이기 시작했다. 오후 훈련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달리기만 반복했던 오전 훈련과는 달리 이번에는 보다 짜임새 있는 훈련이 진행됐다.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선수들은 내, 외야 펑고(코치가 쳐주는 공을 잡는 일종의 가상 상황훈련)로 수비의 기본기를 다졌다. 이후에는 투수, 야수 조로 나뉘어 각각 투구와 타격 훈련이 진행됐다.

훈련 중간 중간, 선수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팀의 주장이자 졸업을 앞두고 있는(2011 프로야구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LG의 지명을 받았다) 3루수 김남석 선수는 고연전을 ‘추억’이라고 정의하며 그 이유를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마지막 고연전을 앞둔 김남석 선수와는 달리 처음으로 고연전을 맞는 10학번 선수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 대통령기에서 만루 홈런을 쳐 실력을 인정받은 김경도 선수는 가장 힘든 순간을 꼽으라는 질문에 ‘지금’을 꼽기도 했지만 처음 맞는 고연전에 자신감은 충분하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고연전에 대한 각오를 밝히는 주장 김남석(체교 07) 선수>

피칭 연습장으로 가자 절친한 친구이자 팀 내 라이벌인 윤명준, 임치영 선수가 투구 연습을 하고 있었다. 두 선수는 예상되는 선발 투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서로 자신을 대답하며 미묘한 경쟁의식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8월 초 있었던 세계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구속을 최대 148km까지 늘려 더욱 힘 있는 투구가 가능해졌다는 사이드암 임치영 선수는 올해에는 자신이 선발을 할 차례라며 의욕을 내비쳤다. 또한 작년 고연전에 선발로 출전했던 우완 정통파 윤명준 선수는 자신의 강점을 빠른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질로 꼽았다. 한편 같은 광주 출신인 연세대의 에이스 나성범 선수에 대해 묻자 윤 선수는 “고등학교 때부터의 친구이긴 하지만 마운드에서는 라이벌”이라며 “작년의 부진을 씻기 위해 꼭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선수 모두 출전이 유력한 가운데 이 외에도 올해 SK의 지명을 받은 우완 정통파 강석훈(체교 07, P) 선수, 낙차 큰 커브가 주 무기인 문승원(사체 08, P) 선수도 주목할 만하다.

두 선수의 인터뷰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박철홍 코치는 고연전 선발 투수로 어떤 선수를 염두에 두고 있냐는 질문에 “임치영 선수와 윤명준 선수 중에 당일 더 좋은 컨디션을 보이는 선수가 선발로 나설 것”이라며 “‘송추 특급’ 이라 불리던 신정락 선수가 졸업했지만 이 선수들 역시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다”며 전력 손실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또한 “연세대의 나성범 선수가 물론 좋은 선수이긴 하지만 우리는 에이스가 두 명이기 때문에 더욱 강하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팀 전력에 대해 설명하는  박철홍 투수 코치>

더운 여름에도 고연전만을 바라보며 값진 땀을 흘리고 있는 우리 학교 야구부 선수들. 해가 저물어 취재를 마치고 야구장을 나설 때 즈음, 스피커에서 응원가 ‘뱃노래’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결실을 맺어 올해 잠실벌에서도 수많은 고대생들이 환희로 가득 차 부르는 뱃노래가 울려 퍼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