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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정기 고연전, 우리 학교 축구부는 2:1로 연세대를 꺾으며 학우들에게 기쁨을 안겨 주었다. 4년 만에 일궈낸 승리에 학우들은 더욱 기뻐했고, 축구의 소중한 1승 덕분에 고연전 역시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축구부 전 감독 김 모씨의 심판 매수 사실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고연전의 승리는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졌다. 이와 같은 사실에 축구부의 승리를 자랑스러워하던 학우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학교에서 열리는 U-리그는 홈경기에서조차 학우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비교적 좋은 경기 내용으로 마무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고연전은 학우들 마음속에 비리로 얼룩진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선수들이 1년 간 녹지에서 흘린 땀방울은 뒤로 한 채 …….
오후 3시 30분, YT의 응원 소리로 가득한 녹지 운동장에 축구부 선수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몇몇 선수들은 몸을 풀기도 하고 코치 대신에 훈련을 위해 경기장을 하나둘 세팅한다. 축구부의 훈련이 매우 흥미로운 것은 선수와 감독, 코치의 관계다. 경기장 바깥에서 명령을 내리는 일은 거의 없다. 모자를 거꾸로 쓰고 직접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이야기한다. 명령을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그들은 소통을 하며 훈련하고 있었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순발력 훈련을 하고 있는 선수들>
본격적인 훈련은 세 팀으로 나눠서 진행하는 미니게임이다. 세 팀 중 두 팀이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펼치는데, 각자 팀이 번갈아가며 경기에 나선다. 연습이지만 서로 같은 포지션에 있는 동료 선수들의 이름을 계속해서 부르고 조직력을 맞추며 경기에 진지하게 임한다. 경기에 임하지 않는 나머지 한 팀, 그리고 부상당한 선수들의 눈빛 역시 여전히 경기장 안에 고정되어 있다. 동료 선수이자 경쟁자인 서로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바쁘다.
진지한 훈련 분위기에 쉬고 있는 선수들 몇 명에게만 인터뷰를 요청할 수 있었다. 선수들끼리 하는 훈련에 익숙해서인지 계속해서 카메라를 피하기 바쁘다. 그러던 중 한 선수의 싱거운 질문이 들려온다. “이길 것 같으세요?” 여러 개의 다부진 각오들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마디였다. 촬영 내내 그 어떤 말보다 가장 건네고 싶던 한마디지 않았을까.
<현재 축구부를 이끌고 있는 서동원 감독>
미니게임이 끝나고 선수들이 코치들과 함께 정리 운동을 한다. 서동원 감독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단 말과 함께 카메라 쪽으로 달려온다. 서동원 감독은 “지금은 경기력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우리의 장점인 세트피스 상황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고 있다.”며 “연대가 빠른 역습에 능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대비로 이번 고연전에서는 4-2-3-1 포메이션을 쓸 예정이지만, 연대의 전략에 따라 변경가능하다.”라고 간단하게 훈련 과정을 전했다. 그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했다. 지난 2009년 승리의 기쁨을 빼앗겨야 했던 선수들에게 다시 되찾아 주겠다는 결연한 각오가 담겨있는 듯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용 (체교 07) 선수. 축구부의 주장이기도 하다.> 학우들의 냉담한 반응 속에서도 우리 학교 축구부는 올해 전국대학축구대회 우승을 이뤄냈다. U-리그에서도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고연전 승리 후에 맛본 달콤한 사탕과 숨 돌릴 틈도 없이 찾아온 비난의 화살을 견뎌냈던 축구부. 2010년 9월 11일 경기가 끝난 후 축구부 선수들이 못 다 흘렸던 2009 고연전 승리의 기쁨의 눈물까지 흘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3 00:3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