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가에서 시작되어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 중 하나는 한 고대생의 자퇴 선언이다. 비단 고대생뿐만 아니라 오늘날 대학생 대부분은 경쟁이라는 저항할 수 없는 사회적 흐름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격을 갖추도록 강요받고 있다. 자퇴 선언에 씌어진 대로 “큰 배움 없는 대학”(‘없다’기 보다는 ‘사라져가는’ 정도가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 같지만)에서 실용적이거나 사회적 경쟁에 직접 소용이 있는 지식을 배워 익히는데 열심인 것이다.

그리고리 페렐만이라는 러시아의 수학자가 있다. 그는 수학의 7대 난제 중 하나인 ‘푸앵카레의 추측(Poincare conjecture)’을 104년 만에 증명해 낸 천재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렇게 대단한 일을 해놓고도 세상에 나서는 일 없이 소박하고 담담하게 살아가는 태도로도 화제를 모았다. 페렐만은 2006년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거부한 ‘괴짜’이자, 최근에는 한 수학연구소가 수여하는 11억 원의 상금을 거부한 ‘이상한 사람’이다.

그는 결혼도 않은 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작은 아파트에서 노모(老母)와 함께 조용히 살고 있다. 페렐만이 주로 하는 일은 수학문제 풀기이고, 취미라곤 간간히 집 근처의 숲 속에서 산책하거나 버섯을 따는 것이라고 한다. 전세계가 페렐만을 주목하도록 만든 그의 푸앵카레의 추측 증명도 학술지나 학회에 공식 투고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아무렇게나 올려놓은 것을 약 한 달 만에 어떤 네티즌이 알아보면서 수학계에 알려진 것이다. 페렐만이 돈과 명예를 거부하면서 밝힌 이유는 “동물원의 동물처럼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페렐만의 태도는 정민 교수의 책 <미쳐야 미친다>의 인물보다도 더 지독하게 어떤 일에 미친 것 같아 보인다. 순수하게 자신의 신념과 열정만을 보고 달리면서, 소박한 삶 이외의 것들은 철저하게 거부(페렐만도 이 같은 선택을 하기까지 많이 고민하고 망설였을 것이다)할 수 있는 태도. 페렐만은 수학 천재라서가 아니라 그 고집으로 더욱 빛을 발하는 인물이다.

사회적인 경쟁은 불가피한 것처럼 보인다. 언제나 당위나 논리보다도 현실은 힘이 센 법이다. 특히 경제 가치로 획일화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경쟁논리는 준엄하다 못해 냉혹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스펙을 늘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여기서 잠깐 비껴 서서 자신의 ‘스펙’을 풍성하게 혹은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다.

예술이 삶을 풍성하고 아름답게 해주는 이유는 그것이 반드시 생산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아닐까? 세속의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나 ‘여산진면목’(不識廬山眞面目 / 只緣身在此山中)을 감상하는 태도는 때때로 쓸모없거나 시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성인이되 학생이라는 모순된 정체성을 갖고 있는 대학생은 이미 비생산적인 인간형의 뜻을 어느 정도 담고 있다. 꼭 예술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빈둥거림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만을 위한 일을 위해 비생산적인 일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때 비생산적이었던 일에 몰두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았던 사람은 졸업 후 같은 사회인이라도 무언가 다르다. 마치 소동파 시에서 여산의 안개비와 절강의 물결을 보기 전과 후가 다르듯이.
                                                                                                                            <호랑이 이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