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100억 장학금 조작, ‘부도덕성’ 이미지 실추 

최근 작년 고연전에서 우리학교 축구부 감독이 심판을 매수해 승리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크게 이슈가 됐다. 그 전에는 한 공중파 방송국에서 우리 학교가 100억에 상당하는 장학금을 조작했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고려대의 부도덕성을 규탄하는 사회적 여론이 크게 일었다.

지난 해 12월 18일 SBS 8시 뉴스에서는 우리학교와 중앙대가 장학금을 조작해왔음을 폭로하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리고 이번 달 16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우리학교가 학생들에게 주지도 않은 장학금을 준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했음이 밝혀졌다.

교과부 실태조사 결과 지난 2년간 부풀린 '가짜 장학금'으로 밝혀진 액수는 약 100억9천여만 원에 달한다. 학교는 이러한 부풀려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2004년부터 정부지원금을 받고 ‘높은 장학금 수혜율’을 내세워 대대적 광고를 시행해왔다.

방식은 생각 외로 간단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4학년부터 최소학점 제한 없이, 학점을 적게 수강할 수 있다. 학교는 이렇게 소수학점비례로 등록금을 적게 낸 학생들이 적게 낸 액수만큼을 장학금으로 지급받았다고 회계장부에 보고했다. 예를 들어 4학점만 들으면서 225만원을 적게 낸 학생에게 마치 225만원의 장학금을 준 것처럼 회계를 조작한 것.

학교 홈페이지에 공시돼있는 2008년 결산안 내역을 보면 본교 안암캠퍼스에 책정된 장학금이 16,280,366,140원으로 나와 있다. 2년 동안 100억 9천만 원을 부풀려왔으니 단순히 1년에 50억만 조작했다고 계산해도 약 1/3 가량의 액수다.

이런 정황이 밝혀지자, 비싼 등록금에, 장학금을 받아보려고 아등바등하는 학우들은 기가 막히다는 반응들이다. 문과대학 새내기 이봉현 학우는 “가장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대학임에도 장학금을 부풀리는 비도덕적인 일을 한 것은 학생들을 기만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 일로 우리학교뿐 아니라 중앙대학교 함께 도마에 올랐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장부상에만 존재하는 장학생은 2009년에만 고려대 2천여명, 중앙대가 2천4백여명에 이른다. 우리학교는 지난 2004년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해마다 수십억 원대의 학비 감면액을 장학금으로 둔갑시켜 왔다.

대학알리미사이트 2009년 공시정보를 보면 우리학교 장학금 수혜율은 교내 43.5%로 나와 있다. 장학금 수혜율은 장학금수혜학생수를 학기별 재학생의 합으로 나눠 100을 곱한 수치로, 이에 따르면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학생들이 교내 장학금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장학금 받는 학생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교육비 줄이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사회경제국장 안진걸씨는 “등록금 천 만원 시대에서 그렇지 않아도 쥐꼬리 만한 장학금마저 뻥튀기해왔다는 사실이 너무 황당하다.”며, “조성되는 등록금이 투명하게 쓰일 수 있도록 교육부에서 감사를 철저히 해야 하며, 고려대학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교과부로부터 징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은 학교 측에서 해명을 하거나, 별다른 징계를 받는 일이 없이 잠잠해졌다. 다만 교과부가 부풀려진 장학금을 근거로 지난해 본교에 지급한 정부 지원금 30억여 원 가운데 일부를 환수하기로 결정한 것이 전부다.

그렇다면 장학금을 부풀려가면서까지 대학들이 장학금 수혜율을 높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먼저 장학금 수혜율을 높임으로써 학교 평가를 높게 받아,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학생 유치를 위해서다. 높은 장학금 수혜율은 대학을 홍보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정부의 지원을 높이고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라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학인만큼 그 과정에서 정도를 지켜야 할 것이다. 문과대학 학생회장 조나은씨는 “학교는 장학금을 법적으로 10% 이상 지급해야 하고 학교성과에 장학금 지급률이 들어가는 만큼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기대를 저버렸다.”며, “장학금 지급과 처리에 있어 좀 더 엄중하고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장학금 부풀리기 관행이 이슈화된 지금 다른 장학금 문제로 손꼽혀 온 근로 장학금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이뤄졌다. 학생들이 학교 부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시급으로 받는 수당을 장학금에 포함시켜 장학금 수혜율을 높인다는 비판이다. 사실 근로 장학금을 장학금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비단 우리학교 뿐 아니라 여러 대학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일. 하지만, 이 또한 장학금 부풀리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대표자들은 지난해 12월 사건이 불거지자 바로 학교와의 면담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전지원 총학생회장은 “면담 결과 학교 측에서 근로 장학금을 장학금 항목에 포함하지 않기로 하였으며, 앞으로 이번 사건과 같이 회계장부조작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장학금과 관련해 우리학교에서 면학장학금의 비중을 높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학교 측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성적장학금과 면학장학금 비율이 2009학년도 7대3에서 올해 5대5로 조정됐으며, 2012학년도에는 3대7로 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한 내용이다. 보통 타 대학들이 성적장학금을 훨씬 높은 비율로 운용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봤을 때 이는 다소 파격적인 계획이다. 학교는 개정 배경으로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도움을 준다는 장학금의 원래 취지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학교 측의 이런 정책은 정작 실질적인 장학 혜택 수혜자를 늘리는 것이 아닌, 단순히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고육지책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학생들의 ‘공부할 권리’가 걸린 ‘돈’을 가지고 사람들의 눈과 귀를 속이려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학교 측에서는 반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교 내외에서의 강력한 감시와 견제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 등록금과 함께 장학금은 학우들의 교육권과 직결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 우리 학교의 장학금 조작 사실이 폭로된 현실이 더욱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작성 : KU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