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마감됐지만 혹시 자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우스를 계속해서 클릭한다. 듣고 싶은 수업에 대한 열망은 오래전에 버렸고 단지 전공수업이 듣고 싶을 뿐이다. 수강신청정정기간 마지막 날이지만 신청된 전공수업은 단 두 개다. 수강신청전쟁이 치열하기로 소문난 문과대 영어영문학과생 이야기이다.

몇몇 과들은 전임교원수가 부족해 수강신청, 대형강의 등의 문제가 있다. 본교의 전임교원확보율은 2009년 2학기 기준 83.6%다. 서울대의 전임교원확보율은 116.4%이고 연세대는 85.2%다.

학과 별로 전임교원확보율에 차이가 나는 것이 더 문제다. 지난 학기 문과대 불어불문학과 전임교원확보율은 160%였으나, 영어영문학과는 46%였다. 2009년 2학기 재학생이 585명인 영문과에 개설된 강의 수는 29개, 중복되는 과목을 제외하면 22개다. 재학생이 102명인 불어불문학과에 개설된 강의는 14개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문과엔 60명 이상이 수강하는 대형 강의가 11개다. 전체 전공과목의 38%에 해당한다. 박성현(문과대 영문07) 씨는 “수강인원이 많으면 집중도 잘 안되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미국산문’ 수업을 맡고 있는 윤희기(문과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요청으로 수강인원을 60명에서 90명으로 늘렸다”며 “수업 관련 자료는 EKU를 이용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학생에게 일일이 시선을 두질 못해서 친밀해지는 기회가 적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전임교원확보율이 강의의 다양성과 강의의 질로 연결되는 중요한 지표라며 교수충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나은 문과대 학생회장은 “학우들의 요구에 따라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며 “수업권에 대한 학생 권리부터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학교 측에 교수 수의 확충과 대형강의 분반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단과대학은 어떨까. 이과대 물리학과는 재학생 수가 151명으로 법정전임교원 수가 12.5명인데 본교의 전임교원 수는 24명이다. 전임교원확보율이 200%에 가깝다. 하지만 지난 학기 개설된 강의 수는 13개였다. 한 학기에 맡은 학부 수업이 없는 교수가 절반가량 되는 셈이다. 한편 재학생이 486명인 화공생명공학부의 전임교원 수는 17명으로 법정전임교원 수(34.5명)의 50%도 채 되지 않는다. 고 모(공과대 화공생명공학04) 씨는 “수강신청 시 잘 마감되긴 하지만 매년 교수 수가 한두명씩 늘어나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과마다 전임교원확보율이 다른 이유는 학과마다 교수 요청 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교수채용은 각 학과에서 매학기 학과별 교수채용분야와 인원 및 발전계획을 교무지원부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교무지원부는 요청서를 접수받은 후 퇴임교원의 유무나 교수 충원 긴급성을 고려하고 재정상황과 국고지원사업(BK21사업 등) 등을 검토한 뒤 교수채용 공고를 낸다.

현재 교무지원부는 2010학년도 후기 교수채용 공고를 낸 상태지만 교수채용이 이뤄져도 문제는 크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채용공고 현황을 보면 전임교원확보율이 법정전임교원 수의 67%인 문과대 사학과와 46%인 문과대 영어영문학과, 138%인 이과대 수학과와 49%인 공과대 화공생명공학과가 모두 1명씩 교수를 채용할 예정이다.

반면 현재 전임교원확보율이 106%인 경영대 경영학과는 경영관리,재무론,회계학,국제경영 및 오퍼레이션스경영 분야 신임교수 4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영문과 윤조원 학장은 “교수 부족을 실감하고 있어 항상 교수채용계획을 세우지만, 실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조건에 맞는 사람을 찾다 보니 인원을 빨리 충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설립운영규정 관련 조항(시행령) 6조 1항, 2항에 의하면 법정교원정원의 산출공식은‘{(학부재학생수)+(대학원 재학생 수)×1.5}/계열별정원'이다.

정혜윤 기자 vip@kuk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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