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대한 첫 기억은 식당이라고 믿기 힘든 변변찮은 인테리어에도 손님이 붐볐다는 것이다. “5000원, 오뎅 많이”라는 생전 처음 보는 주문법은 덤이다. 이름부터 소박한 ‘신수동국물떡볶이’는 그렇게 학교 앞 떡볶이집으로 내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 손님들은 어머니뻘 중년부터 나처럼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어린이까지 두루두루 다양했다.
어릴 적 내게 국물 떡볶이란, 단맛 없이 발효 안 된 다진 양념으로 맛을 내고 국물을 묽게 해 넉넉하면서도 담백한 음식이었다. 손님이 숟가락과 가위로 밀떡과 동그란 어묵을 거침없이 떠먹는 다소 특이한 이 요리가 국물 떡볶이의 기본인 줄로만 알았다. 이 떡볶이가 이곳만의 메뉴임을 안 것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다. 후에 찾아보니 유명 래퍼가 ‘국물 떡볶이계의 평양냉면’이라고 언급했다고도 한다.
메뉴만 특별한 게 아니다. 간판이 없어 오직 파란 시트지가 붙은 문으로만 존재를 알 수 있는 이 독특한 가게에는 세대를 뛰어넘은 추억이 깃들어 있다. 부모님이 국민학생 시절 먹던 떡볶이를 자녀가 똑같이 추억으로 간직하게 된다. 어쩌면 손주에게까지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곳이 이 가게다.
심지어는 소통 창구가 되기도 한다. 연락이 끊긴 지 오래인 어릴 적 친구 이야기를 하면 주인 할머니는 “미정이 아니야? 걔 지난달에 왔었는데” 하시며 수십 명의 단골 중 한 명을 기억해 낸다. 연락처를 남기고 가면 몇 달 뒤 연락이 닿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일화도 이 집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함이다.
가끔 이곳의 떡볶이가 생각나 참을 수 없을 때면 뚜벅뚜벅 신석초등학교 앞으로 향한다. 어머니가 그랬듯, 내게도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꼭 데려가는 집인 ‘신수동국물떡볶이’가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도 소중한 공간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윤지원(문과대 사회25)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6-10-09 22:2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