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인디의 마녀' 싱어송라이터 오지은

한 인디 가수가 있다. '인디씬의 마녀', '인디씬의 여왕'이라는 다소 강한 별명을 갖고 있다. 밴드활동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푹 빠져 지냈다. 음악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은 적은 없지만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밴드를 시작했고 현재는 노래는 물론이고 작사와 작곡까지 척척 해내는 싱어송라이터로 자리매김했다. 고려대학교 00학번으로 현재 서어서문학과에 재학 중이며 스스로를 '아직도 졸업 못한 고학번'이라 칭한다. 1집을 팬들의 선주문을 받아 소속사 없이 혼자 힘으로 제작했다. 일본 만화책을 번역해 출판한 적이 있고 최근엔 에이즈 예방 홍보 동영상의 대본을 써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5월 네이버 오늘의 뮤직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일본 뮤지션 다이시 댄스의 앨범에도 참여하고 각종 콘서트에 얼굴을 내밀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누구보다도 호탕하고, 털털하며, 유쾌한 그녀. 오지은을 만나보자.

1.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성장 환경에서 음악이 어떤 영향을 미쳤나?

처음에 음악을 '시작!' 하고 접하게 된 것은 아니다. 집에서 클래식부터 옛날 한국 가요, 팝에 이르기까지 많은 종류의 음악이 항상 흘러나오는 환경에서 자랐다. 항상 노래를 따라 부르고 친척들 앞,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장기자랑을 했었다. 밴드를 시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이긴 한데 그 전부터 '노래를 부르고 있지 않은 상태가 어색한 아이'였다. 따로 정기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이때의 일들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친것이 아닌가 싶다.

2.지난 녹두축전 때, 공연 전부터 '오지은이 온다'는 이야기로 학교가 들썩였다. 이 때 학교 내에서의 인기를 실감했나?

전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많이 와 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문대 컴실에 들어가려다가 내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후배들에게 이것 저것 이야기할 수 있었던 점이 매우 좋았다.

3.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마련해 학우들과 소통의 장을 열 계획이 있는가?

불러주셔야..(웃음).. 문대에서 불러주셔서 매우 놀랍고 기뻤다. 기회가 된다면, 좀 더 밥 많이 먹은 사람으로서 도움되는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4. 무대 위에서와 평소 모습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이렇게 유쾌하고 재밌는 성격인데 인디씬의 마녀라는 다소 강한 느낌의 별명을 갖게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첫인상이 굳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가?

별명은 뭐랄까..헤드라인을 뽑기 위해 만든 것이고, 가벼운 재미와 관련있지 본질과는 관계 없다고 생각한다. 별명에 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첫인상은 굳어지지 않길 바란다.

5. 마음을 울리는 가사 때문에 오지은 씨의 노래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날 사랑하고 있단 너의 마음을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닌지’와 같이 구어체로 쓰여진 가사가 많아서 더욱 큰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인생론’ 에서는 ‘변명에 사용하는 에너지는 절약합시다’ 등등 위트 넘치는 가사들도 찾아볼 수 있다. 가사를 쓸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가?

내 가사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면 정말 다행이다. 주로 '있었던 일'을 가사로 쓰고 있다.

어떤 사람과 헤어져서 내가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상태인지 등등, 인생에서 겪었던 일 중 중요한 일들을 주로 쓴다. 지금껏 20대 였기 때문에 많은 화두가 연애였지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내가 살아가고 가사의 영감을 얻는 세계가 확장되었으면 좋겠다.

6. 앞에서 소개했듯 인디 가수 이외에도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몇 년 전 일본어 만화책을 번역하기도 했고, 현재 전공은 스페인어 이며, 최근에는 에이즈예방 홍보 영상의 대본을 쓰기도 했다고 들었다. 주변에서 책을 내라는 권유가 많을 것 같은데, 혹시 책을 써 볼 계획은 없는가?

여기서 처음 공개하는 건데, 어떤 출판사에서 제의가 들어와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소박한, 내 한도 내에서 할 수 있는 얘기들을 책으로 만들고 있다. 조만간 나오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서점에서 내 책을 본다면 관심을 가져달라. (웃음)

7. 지금껏 2개의 앨범을 냈는데, 많은 노래를 부른 것은 아니지만 노래마다 특색이 있고 음악의 폭이 넓어 보인다. 요즘 많은 여성 인디 가수들이 소위 말하는 인디 얼짱으로 불리며 약간은 간지러운, 그런 노래들만을 만드는데 반해 다양성을 추구하며 새로운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는 무엇인가?

음악을 음식으로 비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취향이라는 것은 따로 있지만 어떨 때는 매운 게 먹고 싶을 수도 있고 어떨 때는 맑은 국물을 마시고 싶을 수도 있고, 난 음악을 이 때 저 때 골라서 듣는 편이고 만들때도 가사에 맞는 음악을 선택하는 편이다. 장르를 초월해서 생각한다면, 무리하지 않는 음악을 좋아한다. 무리해서 멋부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그런 음악을 좋아한다.

8. 그렇다면 요즘 만들고 있는 노래는 어떤 느낌의 곡인가?

예리한 질문이다. 요즘엔 밝은 노래를 준비 중이다. 1집을 어쿠스틱하게 해서 2집을 강렬하게 만들었다. 무대에서 어두운 노래를 주로 하니까 계속하는 공연을 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무대에서 나도 즐겁고 연주하는 사람도 즐겁고 관객도 즐거운 그런 합의점을 찾고 싶다. 이것도 여기서 처음 밝히는 내용이다.

9. 12월에는 단독 콘서트를 준비중이라고 하던데 구체적으로 콘서트가 어떻게 꾸며져 있는가?

아무래도 2009년의 마지막이기도 하고, 콘서트 이후 밝은 노래로 꾸며진 다음 앨범이 나오기 전까진 공연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따라서 12월 공연엔 2집 앨범을 총망라하면서, 1집노래도 부르고, 캐롤도 하면서 미발표곡도 부를예정이다. 예상보다 표 값이 비싸게 책정되었더라. (웃음) 어쩔 수 없이 무기를 많이 꺼내게 됐다.

10. 지금은 해피로봇 레코드라는 회사와 함께 음악을 만들고 있지만, 1집을 만들 때는 소속사 없이, 팬들에게 앨범을 선주문 받아 후원금으로 자체 제작해 앨범을 만들었다. 대량 자본을 투입해 앨범을 그야말로 찍어내다시피하는 요즘 가요계의 현실에서 혼자 힘으로 노래 작사 작곡까지 모든 것을 해낸 오지은 씨는 정말 자유로운 예술가라고 할 수 있겠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다. 앞으로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인생을 살고 싶다. 헛된 가치에 휘둘려 '난행복해' 라고 최면을 걸지 않아도 되는, 단칸방이라도 좋으니까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실 인생단위를 3개월로 잡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웃음)

11. 마지막으로 우리 학우 여러분께 한마디.

학교와 인터뷰할 땐 기분이 다르다. 내가 조금 마초 기질이 있어서 '그래도 내가 선배야' 하는 기질이 좀 있다. (학우들 모두)똑똑하고 훌륭한 사람들이니까 더 많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많이 똑똑하고 착한 사람들인데 고생을 많이 한다. 스스로를 아끼고 즐겁게 살았음 좋겠다. 다들 훌륭한 납세자가 되길 바란다. (웃음)

선배로서 거창한 충고 대신 훌륭한 납세자가 되라는 말로 그녀는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오지은이었습니다.' 하는 씩씩한 끝인사를 들으니 옆에 있는 사람이 힘이 나는 기분이었다. 노래로, 또 글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싱어송라이터 오지은. 이번엔 또 어떤 멜로디와 가사로 우리를 감동시킬지, 밝은 노래로 구성된 그녀의 새 앨범이 너무도 기다려진다.

작성자:김은지

작성일:2009-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