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부분 기자가 독하고 끈질기며 재미없고 딱딱한 일상을 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 기자가 물론 독한 면, 끈질긴 면도 있어야겠고 가끔은 지루하고 엄격한 생활을 할 때도 있겠지만 그건 직업 특성상 그렇게 보이는 아주 부수적인 단면일 뿐이다.

기자처럼 한 번에 여러 곳을 다니며 여러 사람을 두루 만나고 매번 새로운 소식을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전하는 신선한 일을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요즘 뜨는 블로거인이자 시사IN 매거진의 고재열 기자를 만난 후 기자라는 직업은 역시나 매력적임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고재열 기자는 10년 동안 기자생활을 하면서 예전도 지금도 앞으로도 기자라는 직업은 재밌을 것 같다고 한다.

▶고재열 기자에게 기자란?

“보통 사람들이 기자가 되려고 하면 대뜸 왜 기자를 하려느냐며 하지 말라고들 한다. 하지만 내게 누군가 기자에 대해 물어본다면 늘 한번 해보라고 권한다.

정말 재미있다. 10년 정도 기자 생활을 했지만 앞으로도 재밌을 것 같다.

누구나 다른 가치를 갖고 있겠지만,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기자는 재미있는 직업이다.”

▶왜 기자가 재미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가?

“호기심을 직접 만족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남을 통해서 아는 것과 스스로 아는 것의 차이가 큰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내가 알아냈을 때의 그 값어치가 아주 크다. 알게 하는 재미가 있지 않은가.

또 내가 무언가를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찾는다.”

▶시사저널과 시사IN의 차이는?

“시사저널과의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시사저널의 기자 생활에 만족했다. 하지만 사태가 일어나고 정말 절실히 느꼈던 것은 매체에서 사주가 편집권 독립을 해주지 않는다면 기자는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시사IN 창간 후에는 편집권을 독립 시켰다. 시사IN을 통해 편집권 독립을 한 후의 성공 사례를 보여주고 싶다. 이상적인 언론사가 아니라 상식적인 언론사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지금의 자리에서 아주 만족하고 있다.”

▶시사IN 매거진에서의 역할은?

“시사IN 기획 취재팀에 속해있다. 기획 취재팀이 다른 팀과 구별 된 점은 가파르고 발 빠른 한국 사회에 상반되게 호흡이 있는 기사를 쓴다는 것이다. 발 빠른 언론사는 많이 있다. 반대로 우리는 한 템포 늦추면서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리고 있다.”

고재열 기자는 특별히 독자들과 더 원활한 소통을 하기 위해 부가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그가 파워 블로그인으로 자리매김 한 것도 다 그의 부가적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운영하는 ‘고재열의 독설닷컴’이란 블로그는 하루에 5만명 가량의 네티즌이 드나드는 활발한 대화의 장이다.

- '고재열의 독설닷컴'은 하루에 5만명 가량의 네티즌들이 드나드는 활발한 대화의 장이다.

▶고재열의 ‘독설닷컴’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시사 주간지 매체의 한계는 표현 방식이 젊잖다는 것이다. 그래서 취재 방식의 한계를 인터넷, 특별히 블로그를 통해 벗어났다.

감사한 것은 목적이 있더라도 네티즌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 되는데 호응이 좋았다. 그래서 꾸준히 했다.

소통의 공간이 만들어 지니까 저절로 상승작용이 일어나더라. ‘독설닷컴’을 통해서 시사IN에서 불가능한 것, 매체의 성향 형태 때문에 불가능했던 것들이 가능하게 됐다. 그곳에서는 내가 기자이자 편집국장이자 사주가 된다. 쓰고 싶은 대로 쓰니까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었다.

▶다른 기자들에게 추천할 만한가?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인터넷 시대에 특히 기자라면 꼭 병행해야 한다. 독자들과 실시간 소통하는 것은 이 직업에 대한 당연한 예의다.

또 그래야지만 내가 부족한 부분을 그때그때 알 수 있고 필요한 정보도 보다 빨리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블로그와 같은 형태의 인터넷 매체를 이용하는 것은 강추를 넘어선 필수다.”

▶대학 언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상황이 좋지 않다. 그래서 가혹하게 요구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다고 해서 판에 박힌 언론 행위 한다면 소모적인 행위에서 그치게 된다. 언론인으로서 처음 부딪히게 되는 경험이 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까봐 걱정이다. 자율성 부분에서 많이 회손 됐기 때문에... 그러면 의욕도 덜 생기게 돼서 안타깝다. 어찌됐건 이 악수환의 고리 끊어야 한다.

일단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그들과 소통해야한다. 그렇게 되면 선순환의 고리로 이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네티즌, 청취자, 독자,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관심가져야 한다. 그 다음 어떻게 기사를 내는지는 기자의 판단이다. 문제는 문제의 인식이며 인식하기 위해서는 인지해야 한다. 결국, 소통을 위한 손을 내미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기자는 안팎으로 기자정신, 비판의식을 가져야 한다. 논쟁의 중심이 되라. 소통의 장을 만들어라. 그것이 지금 대학 언론이 살 길이다”

▶고대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밖에서 보는 고대는 지금 엘리트 의식에 빠져있다. 많은 고대생들의 태도가 문제제기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한다. 겸손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또 인정받는 대학, 사랑 받는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같이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들이 한번 실망하고 오해하게 되면 되돌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조그만 성취에 우쭐해하지 말고 함께 하는 고대가 되길 바란다.”

발 빠른 한국 사회의 흐름에 한 박자 느리게 다가가는 고재열 기자와 같은 사람 때문에 우리 사회에 대한 더 깊은 성찰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