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언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

요즘 곳곳에서 대학 언론은 위기다, 길을 잃었다, 등등의 부정적인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니,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져서 입방아에 오르내리지도 않는다. 80, 90년대 까지만 해도 대학 언론은 대학생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또한 사회적 비판을 담당하고 가장 앞장서서 총대를 메는 대학생들의 대표 행동파였다. 하지만 이와 같았던 대학 언론이 대학생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왜 대학 언론은 계속 밑바닥을 달리고 있는 것일까?

 
▶대학 언론이 예전에는 어떠했기에?

예전 민주화 운동이 전국적으로 활기를 띄었던 군사 정권 시대에는 학생들과 대학 언론의 사이가 아주 각별했다고도 할 수 있다. 대학 언론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고 학생들 또한 그런 대학 언론에게 큰 관심을 쏟아주었다.

이런 상호 작용이 가능 했던 이유는 그 당시 기성 언론이 사회적 총대를 메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학 언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회를 비판하고 학내 문제들을 정확히 꼬집어 내는 대학 언론에 학생들은 큰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대중매체에서는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던 이슈들을 대학 언론은 자유롭게 학우들에게 전달했다. 그래서 학생들은 대학 언론을 지지했고 대학 언론 또한 목마른 대학생들의 수요를 공급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창구 역할을 했기 때문에 대학 언론과 대학생의 관계가 뚜렷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왜 예전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없는가?

우리나라에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언론의 자유가 보장됐고 기성 언론에서도 충분한 사회비판적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이제는 대중매체에서도 미국산 쇠고기나 언론 법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중매체에서 사회비판적인 시각을 모두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대학 언론이 그 중심축에 서지 못하게 됐다.

▶대학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 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대학 언론은 학우들에게 관심 밖의 대상이 되었다’가 35.1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 말은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해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였던 대학 언론이 오늘 날에 와서는 외면 받는 것이 그 이유서다.

이번 2009 고연전을 예로 들어보자. 최형진(언론학부 05)씨는 우리학교 언론 단체들이 방향을 잃었다는 것을 가장 두드러지게 볼 수 있는 때가 고연전이라고 했다. 대학 언론은 다수의 권력을 행사하는 학생들을 너무 의식한다는 것이다. 최씨는 “고연전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말은 대학언론 그 어디에서도 크게 보도되지 않는다. 힘없는 다수는 사라지는 것이다”며 “만약 대학 언론이 진정 언론의 역할을 하고 싶다면 공정성을 가져야 한다. 고연전에 참가하지 못하거나 참가하기 싫어하는 복학생, 장애인, 남성적 응원을 기피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무게 있게 실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대학 언론이 기성 언론과 달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학생들은 새로움을 추구한다. 다른 매체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것을 대학 언론이 감당해 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최영진씨는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기성 언론에서 충분히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대학 언론을 사회 언론에서 분리해서 보면 안 되겠지만 또한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성 언론과 비교하자면 대학 언론이 기성 언론과 다른 점은 대학 언론은 대학 안에 있다는 점이다. 대학이라는 틀 속에서는 그런 다방면의 문제 인식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기성 언론보다 한 층 더 깊이 있고 독특한 관점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나아가 대학이라는 틀 안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조금만 노력한다면 대학 언론은 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 의견들을 피력할 수 있다.

▶대학 언론의 기본적인 자세는 무엇인가?

대학 언론이 지녀야 하는 성격은 대학생들만이 가질 수 있는 독창성과 창의성이다. 그것이 또한 대학 언론의 힘이 되고 기존 언론과의 차별화를 두는 장점인 셈이다.

또한 학우들과의 소통이 대학 언론인으로서의 가장 기초적인 자세이다. 우리학교 사회학과 4학년 정철운씨가 블로그에 올린 ‘대학언론, 잃은 것은 무엇이며 찾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그는 <고대문화> 편집 위원장으로 활동 하면서 겪은 일을 회상하며 대학 언론의 진짜 위기는 정체성이 없다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또 언론학부 박재영 교수는 대학 언론은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매번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 언론은 어떤 사건을 판단하기에 앞서 여러 가지 다방면의 의견, 정의, 목적, 기능, 이유 등을 듣고 보고 느끼고 체험하고 수렴하며 사회 전반에 걸쳐 그 식견을 넓힘에 힘써야 한다. 비판 의식은 그 다음 일이다. 그런 다음에야 언론 매체로서 그 사건에 대한 통찰력 생길 것이고 또한 할 말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양한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연습이 계속되다 보면 한 언론 단체로서의 뚜렷한 관점이 생기게 마련이다.

▶대학 언론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제 대학 언론은 다시 행동할 때다. 시사IN 메거진의 고재열 기자의 ‘독설닷컴’이란 블로그를 들여다보면 “길을 묻는 대학언론인에게, "지금은 행동할 때다"”라는 제목의 글이 눈에 띈다. 고기자는 언론인이라면 학교가 원하는 대로, 총학생회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말고 올바른 판단을 하고 끝까지 그 판단에 의거해 행동하라고 말한다. 절대로 불편한 판단을 회피하지 말라고 강요하고 있다.

대학 언론은 지금 방향을 잃고 떠돌고 있다.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할 때가 아닐까. 다방면의 측면에서 상황을 바라봐야 하고 다양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며 계속해서 판단하고 그것을 토대로 대학 언론 단체만의 뚜렷하고 분명한 시각을 중심축으로 삼아서 기성 언론과는 다른 새로운 것을 계속 창조해 내야한다. 그것이 오늘 날 대학 언론이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