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방송 3사와 케이블 채널에서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오늘 [기자가 만난 사람]에서는 차별화된 재미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1박 2일의, 일명 ‘신입 피디’로 알려진 류호진 피디를 만났다.

작년 7월, 1박2일에서 몰래카메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뤘던 류호진 피디는 우리학교 신문방송학과 98학번이고, 우리학교 교육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잡지사 기자, 소설작가 등 다방면으로 활약을 펼쳤고 현재는 KBS에서 피디로 활동하고 있다. 방송으로 얼굴이 알려진 이후 유명세를 탄 그에게 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물었다.

“몰래카메라는 작년 초여름쯤에 제가 1박2일 배치받자마자 처음 당했던거구요,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걸보니까 착잡한심정이었어요. 그뒤로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시는 데요.음식을 더 준다던지, 버스를 타면 자리도 양보해주시고, 지하철에서 졸다가 눈을뜨면 애들이 핸드폰 카메라로 찍고 있기도 하고. 생활이 많이 달라지죠.“

 식당에 가면 아주머니들이 반찬을 더 주고, 지하철에서는 학생들이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등 왠만한 연예인 못지 않게 얼굴이 알려진 그였다.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봤더니 류호진 피디는 방송에서 나오는 어리숙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굉장히 차분한 성격인 듯 했다.

▶1박 2일 같은 프로그램은 대본이 구체적으로 짜여져 있지 않기 때문에 촬영 중간 중간에 돌발 상황이 많이 생길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전라남도 신안군에 가면 신의도라는 섬이 있는데요, 염전이 많은 섬이거든요, 거기서 촬영을 하는데 1박2일이 원래 어딜 가든지 날씨가 굉장히 안좋아지는 것으로 유명해요. 마침 염전에 갔더니 낙뢰가 치는 거에요. 하늘에서 치는 번개가 아니라 땅으로 떨어지는 번개가. 우리는 당시에 지대가 높은 둑 한가운데에 촬영팀 50명이 서 있었고 번개가 점점 우리 가까이 치는 거에요 그래서 결국 우리가 번개를 맞았어요. 촬영팀 전원이 번개를 나눠 맞았는데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고 머리가 좀 탄다든지 카메라가 고장난다든지 했어요. 카메라가 두 대 고장나고 전기가 찌릿했어요. 그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1박2일의 피디로서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는가?

“대체로 예능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매일 하는 게 아니니까. 일주일에 한 번 하잖아요. 그래서 스케줄이 일주일 단위로 도는데 저희는 일요일 날 방송이 나가니까 월요일 날 시청률 표가 책상위에 올라와 있어요. 시청률 표를 본 후엔 지난주엔 이랬고 다음주엔 어디로 가면 좋을까 이런 게임에 대한 내용이라던지 장소에 대한 얘기를 하고요 지방으로 답사를 가죠. 1차 답사는 작가들끼리 가고 작가들이 답사를 가 있는 동안 피디들은 편집을 하죠. 목요일금요일은 밤을 새야 돼요. 운이 좋으면 일요일은 쉴 수 있죠.”

 우리가 보는 방송은 일주일에 한번, 한 시간도 안되는 내용이지만 이를 위해서 수십 명의 스탭들이 일주일을 바쳐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장소를 한번 섭외하는 데도 몇 차례에 걸쳐 답사를 가고, 보다 더 나은 화면을 만들기 위해 밤을 새서 회의를 거치는 등 안보이는 곳에서의 끊임 없는 노력이 있었다.

류호진 피디는 한 인터뷰에서 피디를 ‘웃음을 설계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다른 이의 진실한 웃음을 이끌어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류호진 피디에게 물었다.

“버라이어티나 코미디는 체질적으로 나와 그렇게 잘 맞는 일은 아니라서 다른 코미디 프로를 보고 다른 회사의 쇼프로도 보고 유머가 탁월한 책들도 많이 봤어요. 버라이어티쇼 같은경우는 극본을 짜는 게 아니니까, 밥을 먹다가도 ‘이걸로 웃길수 없을까’ 생각하고 ‘숟가락 개수를 하나 줄이면 어떻게 되지’ ‘밤에 불 꺼놓고 옷을 갈아 입게 하면 웃길까’ 라는 등을 늘 생각하게 되죠. ”

▶현재 피디를 꿈꾸는 학우들이 많은데 이 학우들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언론사 준비를 하는 선배들을 많이 봐서 어떻게 준비하는 지에 대한 감은 있었어요. 예를 들어 논술, 작문을 잘해야 하고 상식이 많아야 한다는 것 정도. 그러나 그런 것은 필기시험일 뿐이지, 필기 이후에 뭘 준비해야하는지 잘 몰랐어요. 귀동냥으로 들어보니까 면접에서는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됨됨이를 보고, 지금껏 뭘 하면서 살았는지, 이것이 방송에 어떻게 효과를 미칠 것인지, 이런 것들이 공부를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순발력, 인생관과 관련된 질문들을 많이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렇다면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하지 않을까 해서 ‘난 이것 저것 많이 했다.’라는 경험으로 승부하려 했어요. 그래서 군대에서 아나운서병을 했고 제대 후에도 가급적 언론과 가까운, 프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아마추어이상의 자리에 있으려고 했어요. 소설을 출판한다든지 프리랜서로 글을 쓴다든지. 그때그때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자격을 가지려고 노력했어요, 학생으로 머물지 않기위해.

▶대학방송국에서 기자로서 활동했는데, KUBS에서의 활동 중 어떤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 가?

“대학교 3학년 때 고연연합방송제의 총연출을 맡았었는데. 이 때 내가 평생배운 교훈 중에 5분의 1을 배운 것 같아요. 총 세 가지를 배웠는데, 첫째로 ‘내가 남보다 그리 특이한 사람이 아니구나.’ 그리고 두 번째는 ‘인간이 궁지에 몰리면 어마어마한 시간동안 잠을 안 잘 수 있구나.’ 셋째는 ‘사람 사이를 조율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구나’ 였어요. 그때가 나를 재발견할 수 있었고,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에요”

▶마지막으로 우리 고대인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는 게 중요해요, 고민하지 말고 좋을 것 같으면 그냥 해보는 게 중요해요. 재고 판단하는 기간을 줄이고 하고 싶은 것을 다해보세요. 대학생 땐 이게 아니다 싶으면 안하면 되는 거니까. 저학년 때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몸으로 부딪히면서 해보면 나중에 내게 필요한 것이 뭔지 알게 되거든요. 숫자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줄거리가 있는 대학생활을 하세요. 그런 줄거리가 내 삶을 즐겁게 해주고, 소위 말해 성공을 거두는 데도 도움을 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