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 노도의 시기’라던 사춘기도 끝났지만, 내 마음은 아직도 싱숭생숭. 마음을 어디에 둬야 할 지, 내가 닿아야 할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스무 살, 성인이라는 이름은 내게 청소년기와는 다른 ‘어른스러움’, 아직은 내게 버거운 그 무엇인가를 요구한다.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모두들 내게 좀 더 성숙한 인간이 됐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내가 달라진 건 한 두 살 더 먹은 나이뿐이다. 하지만……. 아! 모르겠다!

머리 속 복잡한 이야기를 정리하는 데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함께 공감하는 게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내 안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것은 친한 친구 사이라 할지라도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인터넷 커뮤니티가 익명성이라는 특성으로 고민 상담의 장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또 tv나 잡지에서 익명성을 보장하고 상담을 해 주기도 한다. 학교를 다니다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대학 내일’에도 상담 칼럼이 있다. ‘다함’이라는 필명을 가진 상담전문가가 익명의 고민글을 상담해주고 해결책을 내 놓는 칼럼이다. 이 칼럼의 필자 ‘다함’, 이번 주 기자가 만난 사람에서 만나보았다.

오늘의 인터뷰 대상자, 심리상담전문가 김한규씨 (사진 한국심리건강센터 제공)

KUBS :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해 주시죠.

다함 : 심리상담전문가로 대학내일에서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다함입니다. 실제 이름은 ‘김한규’고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85학번을 졸업했습니다.

KUBS : 학교 선배님이시라니 반갑네요. 당시에는 ‘심리학’에 대한 이해가 크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는지 궁금하네요.

다함 : 요즘에는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이 많지만, 그 당시 우리 전공자들끼리는 자조적으로 ‘자기 문제가 있는 사람이 심리학과 온다’고 장난으로 말하기도 했죠. (웃음) 개인적으로도   어릴 때부터 활기찬 성격이 아니었고, 우울한 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사는지’가 궁금했고,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알고 싶었고, 또 고등학교 때 우연히 ‘프로이트 입문’이라는 책을 읽고 심리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KUBS : 현재 임상심리전문가로 일하고 있는데요. 정확히 ‘임상심리전문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 지 설명해 주세요.

다함 : 말 그대로 심리 상담을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살면서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 빠졌을 때나 그 이외에도 정신 병리적인 문제가 있을 때 주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이런 상황을 이야기를 해서 풀어나가는 거죠. 자기의 알아차림, 또 자기 자신을 탐색해 가는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거죠. 그렇게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심리 상담사의 역할이에요.

        심리 치료사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심리 치료는 수술에 비유하자면 자기 스스로 수술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심리 치료사는 그 수술 환경만 만들어 주는 거죠. 결국 자기 문제를 자기가 치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치료와 달리, 자신의 의지나 노력이 들어가야 하죠. 심리 치료사는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노력을 할 수 있도록 말을 잘 들어주고 자신의 심리학적인 지식을 활용해 도와주는 사람인 것이죠.

        정신과 의사와 심리 치료사를 혼동하는 분들이 많은데, 정신과 의사는 병리적인 정신 문제를 약을 이용해 치료해요. 심리 치료사는 다양한 심리 치료 방법을 통해, 주로 언어적인 방법으로 내면의 문제를 변화 시키는 일을 하게 되지요.

         정신과 의사와 심리 치료사가 되기 위한 방법도 약간 다른데요. 정신과 의사는 의과 대학을 나와 레지던트 때 정신과 과정을 선택 한 후 되는 경우가 많아요. 심리 치료사가 되려면 대학원에서 임상 심리 전공이나 상담 심리 전공을 한 후 관련 분야에서 3년 이상의 실습을 한 뒤 3년 정도 관련 분야에서 경험을 쌓으면 돼요. 이렇게 실습을 한 후에는 독립적으로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국가 자격증으로는 정신보건임상심리사라는 자격증이 있고, 상담 심리 전문가, 임상 심리 전문가라는 학회 자격증도 있지요.

KUBS : 예전에는 심리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정신에 이상이 있는 사람’으로 취급 받아서 심리 치료를 받는 사실을 많이 숨겼는데요. 요즘에는 학교에도 상담센터가 있고, 일반인들이 느끼는 심리 상담과의 거리감이 예전보다 가까워 진 것 같은데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다함 : 네, 2-3년 전만 해도 이 곳에 오는 것을 다 비밀로 하셨어요. 그런데 요즘 오시는 분들 보면 60~ 70%는 주변 사람들에게 상담 받고 있다는 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주변에 상담을 받는 사람이 있으니, 따라서 상담을 오시는 분도 많고요. 이렇게 주변에서 지지를 많이 받고 자기 문제에 대해 친구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하니깐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 하게 되니, 예전보다 치료도 훨씬 빨라졌어요.

        아마,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갈등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사람들의 심리 상담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많이 생긴 것 같은데요. 이런 상담 분야는 적어도 국민 소득 2만불이 넘어야지 발전할 수 있는 분야에요. 예전보다 살만해지고 ‘행복 하게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구가 커져서 상담소를 찾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KUBS : 최근에는 교양 프로그램 뿐 아니라 오락프로그램에서도 심리 치료를 이용하는 예를 많이 볼 수 있어요. 대표적으로 인기 버라이어티 쇼인 무한도전도 멤버들의 정신 감정을 특집으로 내보내기도 했고요. 이런 프로그램들이 심리 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주기도 하지만 잘못된 인식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다함 : 이런 프로그램들이 일반인들에게 심리 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줄 수 있죠. 그리고 심리 치료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정보를 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 때 염려되는 것은, 심리 치료가 너무 적나라하게 공개된다는 겁니다. 이런 프로그램에서 쓰이는 심리 검사나 치료 방법은 실제로도 쓰이는 것들이 많은데요. 검사 항목이나 방법을 낱낱이 공개하게 되면 이 검사 방법은 전 국민에게 공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그럼 이 방송을 보신 분이 나중에 검사를 하게 될 때 그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조금 유의를 한다면, 방송이 심리 치료를 일반인들에게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겠죠.

KUBS : 현재 대학내일에서 칼럼을 연재하고 계신데요, 어떻게 해서 이 칼럼을 연재하게 되셨나요?

다함 : 사실 제가 가르치던 제자가 이 잡지사에 들어가게 됐는데, 저를 염두에 두고 이 코너를 기획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칼럼을 연재하게 됐어요. 칼럼 연재 한 지는 한 삼 년 정도 된 것 같네요.

KUBS : 어떤 상담 글이 가장 많은가요? 전문가에게 상담을 의뢰할 정도면 꽤나 망설이다가 상담을 의뢰할 것 같은데요.

다함 : 가만 많은 상담은 바로 ‘연애’ 이야기에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대학생 시기는 ‘친밀감’을 발달 과제로 하고 있어요. 그래서 친구 관계나 대인 관계 그리고 이성 관계에서 고민을 많이 느낄 시기에요. 그리고 그 다음으로 많이 하는 상담이 우리 나라가 목표 지향적인 사회다 보니,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의 괴로움, 불안에 대해서도 상담을 많이 합니다.

KUBS :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실제 상담을 의뢰할 때, 상담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다함 : 주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죠. 심각한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고, 친근감이 들 수 있도록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점점 마음을 열고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요.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담자의 문제가 뚜렷하게 윤곽이 잡힙니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얽히면서, 생각이 점차 발달되기 시작합니다. 상담해 주는 사람은 그 사람이 안심하고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게 되죠. 주변의 친구들과 있을 때 느끼지 못했던 편안한 분위기에서 안심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죠.

KUBS : 주변 친구들을 봐도 위의 두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연애나 학업 등에서 실패를 거듭하면서, 자신의 외모나 능력 등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는 친구도 많더라고요. 이런 문제로 찾아오는 내담자에겐 어떤 조언을 해주시나요?

다함 : 외모, 공부, 직업, 학교 등등 열등감이 생긴 이유도 다 다르고 그 해결 방법도 다 다릅니다. 제가 해결 방법을 제시해 준다고 해도, 이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아요. 오히려 실천 할 수 없어 좌절하는 분들이 더 많을 꺼에요. 하지만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이 열등감이라는 건 사실 주변에서 지지를 받지 못해 생기는 경우가 크거든요. 좌절하는 경험은 인생을 살면서 꼭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우리 주변 부모님이나 친구들을 보면 ‘좌절을 피하는 방법’만을 알려주거든요. 좌절을 하더라도 ‘괜찮다’며 격려해 주는 사람을 보기 힘든데, 이렇게 격려해 주는 사람이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사실 백번을 실패하더라도 마지막 한번만 성공한다면 성공한 인생이 되는 것인데요. 실패와 성공을 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실패를 했더라도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 얼마나 인생에 도움이 됐느냐가 더 중요하거든요. 이런 것들을 이야기 해 주면서 격려해 줍니다.

KUBS : 사실 상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주변인들이 상담을 요구해 오는 경우가 많아요. 이 때 전문가도 아닌데 괜히 상담해 줬다가 일을 그르치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제대로 도움이 될 지 의문이에요. 친구가 상담을 요청할 때, 어떤 식으로 상담을 해 주면 효과적일까요?

다함 : 잘 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자기 판단이 개입되면 절대 안됩니다. 자기 가치, 기준을 친구에게 강요하면 잘 들어줄 수 없습니다. 비판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고요. 들어주는 행위가 그 사람을 이해해 주는 것이고, 이해하는 것은 그 사람을 사랑해 주는 것입니다.

        그래도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전문 심리 상담가를 찾는 것이 좋겠죠. 상담가는 아무래도 인간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해 파악하는 능력이 빨라요. 그리고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게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잘 들어주는 것보다 탄력을 받게 되죠.

KUBS : 잘 들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지만 어려운 일 같아요. 요즘 심리 치료사가 되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선생님이 보기에 이 분야의 전망은 어떤가요? 그리고 심리 치료사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갖춰야 할 자질이 있다면요?

다함 : 심리치료 분야는 아주 전망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점점 수요도 많아지고 있고요. 그 수요에 걸맞게 소아, 여성 등등 여러 전문 분야도 나눠지고 있고요. 삶이 여유로워 지면 수요도 점점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전 제가 이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후배분들께도 이 분야를 추천 해 드릴 수 있어요. 

        그리고 심리치료사가 되려면 꼭 갖춰야 하는 자질이라.. 사실 심리치료사가 되기 위해 정해진 스테레오 타입은 없어요. 오히려 다양한 개성을 갖춘 상담자가 많을수록 좋죠. 또 기본적으로 관심을 가지면 자질은 저절로 커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꼭 갖춰야 할 것은 바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입니다. 그리고 더 필요한 자질을 꼽자면, ‘섬세함’입니다. 사람은 참 섬세한 동물이거든요. 이런 사람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보아야 하고, 그 변화 추이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지요.

심리 상담가 ‘다함’과의 인터뷰는 참 편했다. 인터뷰를 했던 장소가 안락한 상담실이었기 때문도 있었을 테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을 참 편안하게 해 주는 사람을 인터뷰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평소 학외 인사를 인터뷰 할 때는 ‘어떻게 하면 더 날카로운 질문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인터뷰 내내 긴장된 상태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번 인터뷰는 ‘너무’ 편한 분위기에 한 지라 녹음용 테이프가 어느새 훌쩍 다 돌아가 버린 것도 알아채지 못했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힘이 될 수 있는 말을 부탁했다. 좀 더 행복한 고대인을 위해 그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결국은 긍정의 힘이 아닌가 해요. 힘들고 답답한 현재에서도 긍정의 힘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 긍정의 힘을 찾으려고 노력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제까지 과거가 암흑이라고 해도 암흑에서 안주하고만 있다면 벗어날 수 없어요. 시각을 달리해보면 빛이 보일 꺼에요. 그 빛을 찾아서 가야죠. 힘든 상황에 있다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면 전혀 다른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구원의 빛을 찾을 수 있거든요.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본인도 성장을 하는 것이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