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쯤 부터 하도 용초수에 대한 호평이 많아서 궁금해하다 결국 가봤습니다.

위치랑 메뉴 같은 건 다른 분들이 앞서 많이들 설명하셨으니 넘어갈께요.

처음 가보는 집이라 좀 망설였지만, 고파스에서 제일 이름 많이 들어본 세가지를 시켰습니다.



1. 꿔바로우

결론부터 말하자면 꿔바로우가 제일 맛있었어요. 제가 자주 가는 북경양꼬치랑 비교하자면, 소스의

식초냄새는 훨씬 덜하고, 튀김옷의 찹쌀가루 함량은 더 높은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맛이 괜찮았습니다.


2. 사천매운면

맵습니다.

멀건 국물에 나맵소 하게 생긴 빨간 양념이 동동 떠서 나오는데, 매운거 잘 못드시는 분들은 좀 걷어내시면 돼요.

그리고 양이 좀 적어요. 왕뚜껑 기대했는데 육개장사발면 받아든 느낌이예요. 웬만한 남자들은 이거 하나 먹고는

배가 안 찰 것 같아요. 그런데 맛이 특별할 게 없어요. 맵게 끓인 라면에 고기 좀 찢어넣고 숙주 올린 맛이예요.


3. 호남볶음밥

딱 봤을때 적어 보여요. 그런데 이게 보통 중국집 볶음밥처럼 소복하게 쌓여있지 않아서인지, 정말 적은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적지는 않을지 몰라도 절대로 많지는 않아요. 밥은 고슬고슬하게 잘 볶아진 것 같아요.

그런데 새우가 들어있다고 해서 시켰는데, 곱게 다진 새우살이 드래곤볼처럼 각지에 조금씩 흩어져있는 정도라

찾아먹기 쉽지 않아요. 여럿이 나눠먹긴 했지만, 새끼손톱 반만한 새우살을 대여섯개 정도밖에 못 먹었어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중국집 볶음밥보다 훨씬 짭짤하고 맛이 강한데, 이걸 꼭 '맛있다'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자극적이다'라고 표현하는 게 옳을 것 같아요.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생각?



4.기타

맵고 짠 음식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원래 재료맛이 뭔지도 까먹을 정도로 자극적인 음식(불닭, 매운닭발 등..)

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요, 여기 음식은 그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먹고나면 입속이 좀 불편해지는 맛이예요.

사실 광동요리 사천요리 이런게 다 간이 센 음식이니까 그정도는 감안해서 먹었지만, 문제는 반찬이예요.

반찬은 딱 세가지 나옵니다. 짜사이(짜샤이?-절인야채), 양파절임, 볶은콩이 나오는데, 콩만 집어먹었어요.

어떤 사람은 짜사이 맛을 중국집 평가하는 주요한 기준 중 하나로 삼는다는데, 그렇게치면 이집은 아예

평가를 불허하는 맛이예요. 미친듯이 맵습니다. 제가 먹어본 그 어떤 짜사이보다 매워요. 이럴거면 차라리

고추기름을 떠먹으라고 내놓는 편이 낫습니다. 또 양파절임은 간장에 담궈진 상태로 나오는데, 정말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짭니다. 제가 태어나서 먹어본 가장 매운 반찬과 가장 짠 반찬이 모두 한 집에

있다니 신기할 정도예요. 타는 목마름으로 물을 벌컥벌컥 마셨는데, 물이라도 맹물이 아니고 중국집에서

흔히 주는 우롱차였으면 입안의 이 찝찝함을 더 잘 씻어줬을텐데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봤습니다.

음식에 실망하니까 물에 기대하는 일도 생기네요.



재료든 양념이든 맛이 강한 게 있으면 담백한 것도 있어야 하는데, 먹는 내내 도무지 혀가 쉬어갈 타이밍이 없네요.

험한 말을 쓰고 싶지는 않은데, 위에 말한 반찬들은 정말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고싶은 수준이었어요.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뭔가 실수가 있지 않고서야 그런 맛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만간 한번 더

가보고 싶긴 한데.. 솔직히 큰 기대는 안되네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18:4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