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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후기(일반) | 등록일 : 2012-08-13 01:49:13 | 글번호 : 9495 | 0 5527명이 읽었어요 모바일화면 URL 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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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카나 비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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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좋아져서 별의별 희한한 닭도 많고 이것저것 빼놓지 않고 다 먹어봤지만 그래도 구관이 명관인지라 어릴때부터 먹던 처갓집, 이서방, 페리카나를 치킨 3대장으로 꼽으며 살아왔어요. 저가형 치킨과 거대자본의 협공을 받으며 명맥이 끊기다시피한 세 곳 중 그나마 안암에서 맛볼 수 있는 곳이 페리카나뿐인지라 오래간만에 양념반후라이드반을 한번 주문해봤습니다. 닭이 왔어요. 근데, 맛이 없어요. 정말 맛이 없어요. 후라이드 겉면에는 거무튀튀한 무언가가 잔뜩 묻어있어요. 혹시나 서비스 차원에서 일반후라이드를 검은깨후라이드로 업그레이드해준 줄 알고 3초정도 설렜는데, 생각해보니 페리카나엔 그런 메뉴가 없어요. 게다가 다른 조각에는 그런게 안묻어있어요. 그러니까 이건 그냥 뭔지모를 더러운 거예요. 닭껍질을 그렇게 좋아하는데, 눈물을 머금고 그부분은 뜯어내고 먹었어요. 그런데 좀 뜯다보니 눅눅한 튀김옷이 막 뭉쳐있어요. 가래와 고무찰흙의 딱 중간정도 되는 질감에 입맛이 뚝 떨어져요. 또 다른 조각을 하나 집어들었어요. 어떤이에게는 훼이보릿, 어떤이에게는 고무조각처럼 느껴진다는 가슴살. 한입 물자마자 몇년 전 일이 떠오릅니다. 축구를 보면서 시켜먹고는 몇조각이 남았는데, 내일 이걸로 닭육수를 내서 라면을 끓여먹을거랍시고 호일에 대충 싸서 냉장고에 넣어뒀었죠. 아주 당연하게도 그 닭은 일주일이나 지난 뒤에 발견됐고, 과연 상했을까 안상했을까 두근거리며 조심스럽게 입에 가져갔던 그 때 그 순간.. 딱 그맛, 그상태였습니다. 말라비틀어져 삼베조각처럼 거칠고 솔잎처럼 뻣뻣한 괴상한 질감. 다른 조각도 맛없었지만 가슴살은 정말 특출나게 맛없고 딱딱했어요. 양념, 후라이드 모두 그랬습니다. 나름 닭좀 흡입하면서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이딴걸 만오천원주고 사먹은 제가 한없이 작아짐을 느낍니다. 끓어오르는 마음에 항의라도 할까하고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메인화면에 씨스타가 닭다리를 들고 환하게 웃고있네요. 너희들은 한입도 안먹어봤지.. 그러니까 그렇게 웃을 수 있겠지.. 이제 유년시절의 기억 끝자락을 간신히 붙잡고 있던 마지막 올드스쿨 치킨을 이렇게 떠나보냅니다.. 다시는 제기동 페리카나 안시켜먹을거예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1 13:35: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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