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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기 전에
평양냉면에 대한 리뷰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서울의 열 곳 남짓 되는 가게의 평양냉면 하나 하나가 제각기 서로 다른 음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독창적인 특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평양냉면의 특징 상 아무래도 리뷰가 비교 위주로 쓰여질 수 밖에 없음을 말씀드리며, 이것이 절대 냉면집 간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취향의 문제일 뿐임을 길게 언급하며 리뷰를 시작합니다. (일단 장충동계 냉면의 팬 관점에서 쓰여졌음을 감안하시길 바래요)
# 첫인상
우래옥은 평양냉면을 먹으러 찾아간다기보다는 죽기 전에 한 번쯤은 가봐야 하는 성지방문 같은 느낌으로 가게 됩니다. 을지면옥 같은 가게를 갈 때와 비교할 때, 일단 건물부터 위압감을 확 주는 느낌이에요. 들어가면 딱 봐도 전통의 고급 식당 이라는 게 느껴져요. 저녁 시간에 젊은 애 네명이 츄리닝 차림에 냉면만 먹고 간다고 해서 딱히 불친절한 대우나 노골적인 차별은 없으나 괜히 스스로 위축될 거 같은 느낌입니다. 냉면 손님은 선불로 계산하고, 만 이천원입니다.
# 물
여러 평냉집서 주는 것처럼 물 대신 면수를 줍니다. 간장 살짝 찍어서 먹으면 맛있고, 그냥 먹어도 몸이 따뜻해집니다.
# 냉면
사리 추가와 함께 냉면을 시켰습니다. 여느 평냉집과 달리 그릇이 놋그릇이 아닙니다. 비쥬얼은 사진으로 봤던 거 그대로였어요. 계란은 없고, 세 점의 수육과 배, 백김치로 꾸미가 올라갑니다.
육수를 처음 입에 댄 순간 컬쳐쇼크가 벌어졌습니다. 이 육수는 의정부 계열이나 장충동 계열처럼 극단적으로 맑은 육수와 딱 상극에 서있는, 그야말로 '고기국!!' 같은 느낌이에요. (장충동은 동치미를 적당히 배합하는데, 배합하긴 한걸까 싶을정도로 고기향도 동치미향도 의식하고 먹어야 그제서야 느껴진다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진한 육향과 기름기가 느껴져서, 처음 먹는 순간 고기 비린내?의 예상치 못한 향에 당황했습니다. 평양냉면을 세 번째 접한다는 친구는 봉피양 육수가 '무맛'에 가까워서 먹기 힘들었다면 여기 육수는 고기 향이 너무 강해서 먹기 힘들었다고 하더라구요.
면은 평냉집 중에서는 가느다란 편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봉피양 면이 메밀소바를 먹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라면 여기는 비교적 쉽게 면이 끊긴다는 것을 제외하면 메밀 향이 확 나지는 않았어요. 육수랑 같이 먹으면 살짝 면이 달다는 생각도 들어요.
사리를 추가하면 그릇에 육수를 살짝 부어주는 가게와 달리 사진처럼 면만 달랑 줍니다. 다 먹고 면 리필하려고 하면 불어서 집기 쉽지 않아요.
# 후기
그릇을 다 비우고 나니 고기향 가득한 이 육수는 다른 가게에서는 절대 먹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습니다. 기타 평냉집들이 그래도 슴슴한 육수, 메밀향 은은히 나는 국수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때 여기는 하나의 대척점에 서있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평냉이라는 카테고리 하에 분류하기에는 개성이 넘쳐흐르는 굉장히 하드한 음식이에요. 그래서 아마 저는 평양냉면이 먹고 싶어서 여기를 찾기보다는, 우래옥 냉면이 먹고 싶어서 여기를 찾게 될 거 같아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20 02: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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