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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 앞 간식사거리를 지날 때마다 유독 장사가 안되는 전기구이통닭이 눈에 밟혔는데
얼마전에 큰맘먹고 한번 사러가봤습니다. 트럭에 붙어있는 가격표를 보니 마음이 참 심란해지는게
5천원 하는 한마리를 먹자니 너무 조그매서 허전하고 화날 것 같고, 만원 하는 세마리를 먹자니 지나치게
부담스럽고.. 해서 닭 파는 할아버지께 두마리는 안되냐고 정중히 여쭈어봤더니, 보통닭 한마리 5천원에
대짜닭 한마리 7천원인데 자네한테는 특별히 만원만 받겠노라며 은밀하게 말씀하시길래 그렇게 사왔습니다.
대짜 두마리면 만사천원인데 자네한테는 특별히 만삼천원에 해준다는 제의는 거절했습니다.
영감님 그렇게 안봤는데 세일즈에 대한 열정이 좀 있는듯
집에 와서 포장을 해체하고, 다리를 부왁 뜯어 거칠게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생각했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사람용 통닭이 아니라 구미호용 생닭을 파는구나
앞니가 껍질을 뚫는 그 찰나에 깨달아야 했습니다. 전기구이 특유의 바삭한 껍질이 아니라는걸
살 속으로 파고든 그 순간에라도 눈치채야 했습니다. 비릿한 내음이 스며들고 있다는걸
다리뼈가 드러나도록 깊숙하게 한 입 뜯어낸 그 자리에는 벌건 닭피가 흥건하게 배어있었습니다.
살면서 이런닭 저런닭 다먹어봤지만 이렇게 안 익은 닭은 처음 봤어요. 못 먹을 정도였습니다.
구역질을 간신히 참고 다음 닭으로 넘어갔는데, 얘는 첫번째 닭보다 속은 좀 더 익었지만(그래도 냄새는 남)
겉껍질에 시커멓게 탄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내가 만들었다면 참고 먹겠지만 돈주고 사서 먹을 수는 없는 수준.
음식 남기는거 굉장히 싫어하는데 겉에만 대충 떼먹다가 버렸습니다. 그럭저럭 익었다 싶은 부분만 먹었는데도
결국 탈이 나서 새벽 내내 부릉부릉 분노의 질주를 했네요. 닭피 사진도 찍었는데 너무 혐짤이라 안올렸습니다.
한줄요약 : 안 팔리는데는 이유가 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20 06: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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