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9.5/10
한줄평: 밍밍한 첫맛을 넘기고 삼키면 다채로운 향이 코로 뿜어져 나오는 끝맛이 화려한 맥주를 딴 느낌.

[시작에 앞서]
뮤지컬 달가림은 최근에 개봉된 뮤지컬로,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만든 뮤지컬임.
사실 원작 소설을 읽어보면 더 재밌겠으나... 뮤지컬 특성상 서사를 생략하거나 (어련히 알아서 눈치채겠거니 하는)
흘리듯이 언급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대충 본사람들은 놓치기 쉬움. 내가볼땐 원작소설 읽고보면 더 재밌지 않을까 생각함.
뭔가 평가만 하는 글을 쓰게되면서 단조롭고 재미없는거 같아서, 혹시나 연뮤에 관심있는 분들이 재밌게 볼 수 있게끔
글쓰는 방식을 바꿔보고자함.
본인이 생각하는 어느정도 스포가 포함된 감상평과 후기를 적어놓을 예정이니 이점에 주의하셨으면 좋겠음.

[감상평]
#주제의식: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하는 젊은 두 남녀의 이야기_좋아요

이 뮤지컬의 세계는 하나의 커다란 메타포다. 효주(여주인공)는 뭔가에 홀려 들어오게 되면 그림자를 잃어버리게 되는 뒷산에
들어오게 된다. 그림자를 잃어버리면 뒷산에서 나갈 수 없고, 숲의 일부가 되어 죽은것이나 다름 없는 삶을 살게된다.
또는 야시라는 괴물이 그림자를 먼저 찾아서 가져가버리더라도 마찬가지다.

효주는 무영(남주인공)을 찾게된다. 발 밑 그림자가 없는 그는 본인이 천인과 인간의 자식이라 그림자가 없다 답한다.
그는 어머니가 떠난 이유를 알기위해 효주에게 표정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데, 표정과 감정에 대해 아예 이해가 없는 듯 하다.

긴 설명을 차차하고 본론을 말하자면 이 그림자라는 것들은 하나의 트라우마이자, 그들에게 있어선 소중한 기억들이다.

효주를 고아로 만들어버린 부모님의 죽음으로 아빠가 딸을 미워하면서 죽었다는 생각
엄마가 본인때문에 본인을 낳다가 모든게 나때문이다 라는 생각
외할머니가 자신을 찾지 않았고 버림받게 했다는 생각

그리고 무영에게 있어서는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갔던 기억.

이 모든것들이 그들에게는 처음엔 트라우마로 작용하는 요소였다.  그들에게 고통을 주고 아픔으로 작용했던 기억들이었다.
근데 극을 보다보면 이 그림자라는 것이 하나의 빛덩어리로 묘사된다.
그림자면 검은색으로 표현해도 되는 데, 뭔가 공간의 제약이 있어서 흰색 빛덩어리로 표현한게 아니다.
그 기억들은 결말부분에서 보면 부모가 그들을 지키기 위해, 그들을 오히려 더 좋아했기에 했던 선택들이었다.
그들에게는 사실 더 빛나는 기억이었고 삶을 살아갈 이유가 되는 기억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흰색 빛덩어리로 묘사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림자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그 그림자를 다시 살펴보는 과정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들여다보고 살피는 과정이 그림자의 발자국을 찾고, 끊겨져있는 곳을 연결하는 과정과 일치한다.
그림자를 찾은 사람들은 그렇게 되짚어보면서 트라우마 속 진실을 깨닫고 숲을 벗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림자를 찾아내지 못하면 그 트라우마에 갇혀 살아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야시(여우)는 그 찬란한 기억을 훔쳐 "사람이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그림자를 가지고 인간이 되고 싶었던 것.

그럼 무영이는 뭘까
없을 무, 그림자 영 처음부터 그림자가 없던 아이일까? - 가 아니라
심한 트라우마가 있던 사람들은 표정을 구분 못하는 증세가 있거나 기억을 잃는 증세가 있다.
즉, 효주와는 달리 더 심한 트라우마가 있었기에 무영이는 아예 그 기억 자체를 통째로 잃어버린 것이다.
(그림자가 있었는지도 모르게 되는...)

여기서 뮤지컬 제목 달가림이라는 것은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까지의 제한시간이 된다.
마냥 트라우마를 붙잡고 있으면 극복할 수 없기에 빠르게 찾아서 뒷산을 나가고,
부정적인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그 이면을 이해한다면 각자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해결해야되는 제한시간.

효주는 무영이에게 반해 이 트라우마의 세계속에서 멈춰있고 싶어하지만...
사실은 그래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현실로부터 그저 도피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트라우마를 해소하지 못하고 갇혀서 밖은 지옥이라하며 방구석 히키코모리가 되어있는 것은 그저 도피이자 환상일뿐이기 때문.
그렇기에 무영이는 효주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었고, 오히려 효주를 이 세계에서 벗어나게 해주려고 한다.
(그렇게 빌드업이 되면서 무영이도 자신의 기억을 찾는것이지만)

마지막에 무영이와 효주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벗어나서 나왔을때 신경써서 본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장은 옆집 총각이라고만 하지 무영이라고 하지 않는다. 왜? 이제 그는 그림자가 있는, 트라우마를 극복한 사람이므로.

이런 주제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잘짜여있고 복선도 나름 잘 깔려있다. 그런점에서 스토리가 깔끔하다.
다만 부모님을 이용해서 눈물을 내려는 클리셰는 너무 치트키라서 ... 0.5점 뺐음. 반전요소의 사용은 클리셰대로 적절했다고 생각함.
솔직히 이 뮤지컬을 보면서 울지 않기가 힘이 든다 라고 생각함.


# 멀티역의 반란&넘버_좋아요

야시와 기타 등등 멀티역을 하는 신진경 배우의 경우에는 범상치 않은 넘버였음.
오히려 주인공들의 넘버가 기억이 안나고 이분이 단독으로 한 넘버 2개가 기억날 정도로 멀티역의 작은 역할에도
굉장한 매력을 부여했음.

넘버들도 초반 넘버가 잔잔하고 지루해서 그렇지 후반부로 갈수록 곡을 아껴놨다 풀었는지 잠이 확깸.
특히 스토리가 절정일때 최고의 곡들을 때려서 눈물을 자아내는 데 도움이 됨.


# 배우들의 연기와 실력_세모
멀티역들의 도깨비쇼, 야시의 야망있고 박력있는 넘버, 익살맞은 이장과 할미의 쇼는 좋지만
주연배우 중 효주역의 여주인공이 잘 안들림. 미성으로 노래를 해도 가사가 최소한 배경음악을 뚫어야되는데
반주를 못뚫으면 반주를 낮춰야되는데 이건 음향의 문제라고 생각함. 그래도 뮤지컬인데 이런 부분은 신경써주지 싶음.
나름 가격도 비싼편인 연극이었던거 같은데....

#대사_좋아요
"이곳은 모든것을 잊게 만든다지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면 나는 너를 잊지 않을 수 있게 될꺼야"라는 효주의 말 등
소설기반 대사를 따와서 그런지 일상적인 언어만으로 멋을 내지 않았지만 감성이 깃들어있는 대사들이 참 많다.
그런 부분들이 군데군데 빌드업이 되어있어 팡팡 터지는 맛이 있다.


[기타]
좌석도 편하고 뭐 하나 흠잡을게 없는 기타사항이었다. 주의할 점으로는 웬만하면 A구역으로 잡는게 좋다.
초반부분의 서사들이 다 A부분에서 일어나서, B구역에서 있으면 자꾸 저 멀리서 공연하는게 짜증날 수도 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18:4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