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무진장뱅크 감동 스토리를 올렸었는데 그 감동이 가시기도 전에 더 뭉클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전에 아는 선배가 장위동 유성집 백반을 강추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마침 아래에 어떤 분이 그 집 고기맛을 추천하셨고 그에 답글로 백반도 괜찮다고 하신 분이 계시기에 방금 전에 냉큼 다녀왔습니다.
최고였습니다.
오가며 언뜻 봤을 때는 그냥 고기집 같아서 아무 생각없이 지나치기만 했었는데, 백반이 이렇게 훌륭할 줄은 몰랐습니다.
내부도 고기집 분위기인듯 보여 혼자 가서 백반 먹기에 좀 뻘쭘할 것 같아서 눈치 안보고 먹으려고 느지막히 오후 2시 경에 갔습니다. (소심합니다.)

음식이 담긴 접시는 총 8개였습니다.
밥(잡곡밥), 국(미역국), 갈비찜, 굴비 2마리, 양념게장, 파래전, 도라이오이무침, 김치.

- 밥은 학관에서 파는 550원짜리 잡곡밥처럼 보라빛 도는 그런 거구요.
- 미역국은 큰 대접에 함뿍 담아주셨는데, 미역 반, 게다리와 바지락 반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게다리는 게장을 담고 남은 것인듯 합니다. 게장에는 게 몸통만 있었거든요.
- 갈비찜, 혼자 먹기에 충분할 만큼 양도 많았고 양념, 고기 다 괜찮았습니다.
- 굴비인지 조기인지 잘 모르겠지만(명가92에서 구워먹는 그런 거)  두 마리 주셨는데 한마리에 알이 튼실하게 박혀 있어서 오늘 횡재하겠구나 싶더라구요. 로또 사야지.ㅋㅋㅋ
- 양념게장의 양념 맛있었습니다. 양념 속에서 아삭하게 씹히는 실당근 좋았고요.
- 파래전은 전 한 판이 나오는 게 아니라 조각조각 짤라져서 접시에 담겨 나왔습니다.
- 도라지오이무침은 제가 완전 좋아라하는 그런 새콤달콤 아삭아삭한 맛이어서 금방 다 먹었는데, 더 먹고 싶었지만 더 달라고 하지 못했습니다. (소심합니다 2)
- 김치 강추합니다. 입맛이 칸츄리 스타일이라 저는 밥먹을 때 김치가 가장 중요한데 제가 좋아하는 상태로 딱 적당히 숙성된 상태라 시큼한 것이 입맛을 돌게 하더군요. 김치 더 익어서 완전 시어 버리기 전에 한번 더 가야겠습니다.

반찬 담긴 접시들이 보통 밥집에서 나오는 동그랗고 조그만 접시가 아니고 길쭉한 큰 싸이즈 접시여서 양도 많았습니다.
솔직히 먹으면서 대개들 두 명 이상이서 밥먹으러들 오니깐 이거 그냥 두명 이상 먹을 때 주는 양을 그냥 주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밑지는 장사인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래서 더 달라고도 못했고요.
제 입이 그리 까다롭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다 맛있다고 하는 입이긴 합니다만 맛도 전체적으로 괜찮은 것 같더군요.
암튼, 지금 집에 오자마자 이렇게 후기 남깁니다.

압권은 가격입니다.
가격이 정확히 얼마인지 몰라서(벽에 걸려있는 메뉴판에도 백반은 없더라고요, 비싼 고기 가격만...) 밥 먹으면서 최소한 5천원 정도는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만원 내니까 6천5백원 거슬러 주더군요.
솔직히 다른 곳에서 4천원짜리 먹는 것보다 훨 낫더군요.
고기집이라 뭐 서울식당이나 다른 밥집들같은 그런 밥집 분위기는 아닙니다만 친구랑 백반 먹으러 다시 한 번 가보고 싶군요.
학교 앞에서 몇년동안 자취하면서 왜 이곳을 진작에 몰랐을까요 졸업이 내일모레인데...

이 집과 저와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