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끔 어떤 음식이 어떻게 맛있는지 글로 쓰는 것도 좋아합니다.
시작해보겠습니다.
1. 숲마마 키친 - 명란 애호박 비빔밥 / 9000원
주소: 서울 중구 장충단로 186-1 1층
우연한 만남을 즐깁니다.
인근에 볼일이 있어 다녀가던 차에, 배가 고파 괜찮아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봤습니다.
당첨!
깔끔한 외부와 인테리어, 거기에 정갈한 음식까지.
편안한 한 끼 식사를 원하신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겁니다.
음식의 가격대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비싼 편입니다.
정직하고 깔끔하게 만든다는 느낌이 아주 강합니다.
이번에 주문해 본 명란애호박비빔밥의 경우 실패할 수 없는 재료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짭짤하고 고소한 맛에 애호박의 은근한 단맛이 어우러지고, 녹진한 계란 노른자가 마지막을 감싸줍니다.
김가루는 한국의 '치트키'이고, 거기에 갈아 넣은 깻가루까지.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밑반찬이었습니다.
솔직히 석박지 빼고는 이름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맛있는 나물과, 아무튼 맛있는 방울토마토 야채절임이 입맛을 확 올려줍니다.
고소하고 은은한 맛에 "톡, 톡" 들어오는 새콤한 맛이 눈앞의 음식에 대한 욕구가 끊기지 않도록 유지해줍니다.
술술 들어가는 맛이었습니다.
2. 진고개 - 물냉면 / 11000원
주소: 서울 종로구 종로 301-1
버스를 타고 종로에 오며 가며 본 그 식당입니다.
불고기로 유명한 식당인 것 같은데, 메뉴판을 보면 한국의 유명한 맛은 두루 다루고 있습니다.
회, 불고기, 냉면, 어복쟁반 등을 한 식당에서 다 다루고 있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저는 면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음식은 너무 비싸서 물냉면을 주문해봤습니다.
(제가 이전에 쓴 면 음식 리뷰를 보고 싶으시다면 오른쪽의 링크로 가주세요. 면식수행: 각종 면 리뷰 )
진고개의 물냉면의 특징은 무 초절임이 마치 무김치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다른 가게의 무 초절임은 흰색으로 새콤한 맛을 강조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진고개의 무김치는 결국 육수에 고춧가루를 풀게 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줍니다.
저의 경우 '극단적 물냉면 원리주의자'이기 때문에, 어떠한 양념도 추가하지 않고 물냉면을 즐기는 편입니다.
사실상 물김치 고춧가루를 조금 육수에 푼다 해서 맛이 크게 달라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상당히 짜증나는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맛은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 등의 특색 있는 맛보다는 그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그런 맛입니다.
신맛이 강조되어있는, 그리고 은은하게 고기향이 나는 그런 맛.
저는 좀 더 강렬한 육향을 즐기는 편이기 때문에 솔직히 실망했습니다.
거부가 된다면 꼭 불고기를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 올리브 앤 오렌지 - 두유크림 나폴리탄(14.9), 제철나물과 명란 오일 파스타(16.9), 석류청 에이드(구상 중이신 메뉴, 서비스) / 도합 31800원
주소: 서울 동대문구 제기로11길 15-2 인근 (지도 정보 없음)
집 바로 옆에 비건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생겨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물론 비건식만 파는 것은 아닙니다.
(주소 아래의 메뉴판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비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는 저지만, 음식은 맛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가의, 맛있는 비건식이 대체 어떤 것일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두유크림 나폴리탄의 경우 기본 베이스는 깔끔한 맛의 나폴리탄입니다.
두유크림이라고 하는 것의 정체는 두유와 캐슈넛을 갈아서 만든 크림을 말하는 것인데, 사진에 보이는 흰색 크림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로제 파스타와 같이 두 소스가 완전히 결합되는 형태로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토마토 파스타를 즐기다가 한 번 씩 고소한 크림을 찍어먹는 방향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두유크림이 우유크림보다 훨씬 더 고소하고 풍미가 깊어 단순한 맛에 깊이를 더해주기 때문에 아주 재미있는 메뉴였습니다.
비건식으로 주문해서 소시지가 비건 소시지였습니다.
쫄깃보다는 폭신한 식감이었고, 은은한 두부향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이것이 콩 풋내로 여겨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호불호가 갈릴 것도 같습니다.
저는 다음에 또 주문한다면 역시 비건식으로 다시 주문할 것 같습니다.
셰프님께서 고르신 오늘의 제철나물은 참나물이었습니다.
메뉴가 결국 '참나물과 명란 오일 파스타'였습니다.
사실 이 역시 실패할 수 없는 맛이 아닐까요?
명란이 들어가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그리고 한국인의 사랑인 마늘이 들어가는데, 만족하지 않는 것도 이상합니다.
하지만 이 메뉴는 두유크림 나폴리탄에 비해 꽤 실망을 많이 한 메뉴였습니다.
여러 가지 포인트들을 들 수 있겠습니다.
우선 참나물의 임팩트가 너무 약하다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오일 파스타의 경우 향긋한 올리브 오일의 향을 즐기는 쪽으로 설계되기 마련입니다.
거기에 향이 강한 재료, 이를 테면 마늘이나 해산물 등을 활용하는 쪽이 일반적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참나물이 이 수준으로 강한 향을 내었냐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소스와 면의 밸런스 문제입니다.
파스타를 요리할 때 항상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은 면과 함께 소스가 잘 딸려 올라오게끔 만드는 것이 아주 어렵다는 점입니다.
오일 파스타의 경우 소위 '에멀젼'을 통해, (이 표현이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올리브 오일과 전분기 있는 면수 사이의 융화를 꾀하여 이런 점을 타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쉽게 말해 팬에서 엄청나게 많이 비벼서 내는 것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합니다.
하지만 이 요리의 경우 기름과 면이 완벽히 따로 놀기 때문에, 식사를 마치고 나면 엄청나게 아까운 양의 올리브 오일이 그릇에 흥건히 남아있게 됩니다.
이것이 단순히 맛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닌 이유는, 이 파스타에서 사용하는 핵심 재료가 명란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이 요리에서는 명란을 덩어리 형태가 아닌 잘게 부순 형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잘게 부순 형태로 명란을 사용하는 것이 명란의 풍미를 약화시키기도 하고, 식감도 줄인다고 생각해서 그 자체로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에 더해 소스가 면과 잘 합체되지 않는 탓에 알알이 묻어서 딸려 올라와야 할 명란 입자가 그냥 바닥에 다 흩뿌려진 형태로 존재하게 되는 점 역시 아주 크리티컬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모로 아쉽지만, 짭짤하니 맥주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한 한 접시였습니다.
(참고로 저는 살면서 맥주를 마셔본 적이 없어 맥주 맛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석류청 에이드입니다.
석류청과 탄산수, 레몬즙을 활용한 한 잔이라고 생각됩니다.
세상에 갖은 종류의 과일청이 있는데, 살면서 '석류청'이라는 물건은 처음 들어봤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석류라는 과일이 아주 범죄적인 맛을 지니고 있음에도 먹기가 범죄적으로 귀찮지 않나요?
그리고 먹잘 것도 없이 과즙만 즐기는 과일이라서 포만감이 적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단점을 한 순간에 일축시킬 수 있는 방향을, 셰프님께서는 찾으신 모양입니다.
청의 형태로 만들어 버리면 향과 과즙을 남기되 귀찮은 부분은 모두 배제할 수 있는 거죠.
석류의 범죄적인 향이 그대로 배어 있는 한 잔은 우울한 기분을 돌려놓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4. 쉐이크쉑 종각점 - 더블쉑 버거(11.7), 치즈 프라이(5.2), 스트로베리 쉐이크(6.2) / 도합 23100원
주소: 서울 종로구 종로 33 그랑서울 1층
'쉑쉑버거'입니다.
난생 처음 가보았고, 살면서 꼭 한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유명한 메뉴로만 쭉 주문했더니, 어머나 세상에, 이만원이 넘는다고요?
정말 강력범죄적인 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블쉑버거의 경우 기본에 충실합니다.
재료도 신선하고 좋은 걸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아메리칸 패스트푸드 스타일의 얇고 쫙 지져서 나온 패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릴 위에서 치즈를 녹여 녹진하게 내는 것이 일품입니다.
하지만 패티가 정말 미친 듯이 짭니다.
혀가 얼얼할 정도입니다.
11700원이라는 가격이 300년이 채 안된 미국의 전통을 느끼고 싶었던 저에게는 그렇게까지 짜증나는 가격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치즈 프라이의 경우 평범한 감자 위에 (상당한 양의) 평범한 치즈 소스를 뿌려 내는 음식입니다.
후추는 제가 준비된 걸 따로 뿌렸습니다.
느끼한 걸 좋아하신다면 술술 드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느끼한 게 뭔지 잘 모를 정도로 (사람들이 여기길) 느끼한 음식들에 대해 거부감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맛있게 먹었습니다.
물론 이게 5200원이라는 사실에는 상당히 분개하며, 약 340원짜리 감자튀김 한 조각을 집어들곤 했습니다.
딸기 쉐이크는 진짜 이게 왜 6200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맛입니다.
저희 집에서도 재현 가능합니다.
이상입니다.
오늘도 맛있는 하루 되세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30 01:23: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