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암 맛대맛대맛 시간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완전식품인 냉면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냉면의 종류는 채식주의자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합니다.
냉면의 3요소 (면/육수/고명)의 조합으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요리이고, 지역과 가게마다 편차가 큰 음식 중 하나입니다.
지역적 특색으로 유명한 냉면들을 나열하자면 크게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진주냉면 정도를 들 수 있겠는데요, 오늘은 크게 '함흥식'냉면으로 불리는 부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함흥냉면의 가장 큰 특징은 회백색의 얇고 쫄깃한 면입니다. 간혹 가게에서 '직접 뽑는' 냉면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기도 하는데, 이것은 공장에서 생산되어 건면 형태로 납품받아 삶는 것이 아닌, 가게에서 반죽해서 업소용으로 판매되는 냉면기계로 뽑아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때 냉면 반죽에 사용되는 가루 역시 공장에서 포대자루에 담겨와 업소용으로 판매되는 것으로, 거의 규격화 되어있기 때문에 가게 주인이 거기에 특별한 레시피를 더하지 않는이상, 우리가 흔히 먹을 수 있는 면은 비슷한 맛을 가지게 되는것이죠.
실제로 현재 함흥에서도 이렇게 먹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현재 남한에서 먹을 수 있는 함흥냉면은 대부분 이 기계에서 나오는 면을 말합니다.

오늘의 가게는 이공대 럭키마트 옆 정한손 칼국수, 안암역 4번출구 앞 전주 완산골, 그리고 정문 앞 정다래 함박스테이크 입니다.
이 좁은 땅에 함흥냉면을 취급하는 곳이 세 군데나 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사진 순서대로 보도록 하겠습니다.

▶ 전주완산골
어른들께서 많이 오시는 가게입니다. 냉면보다는 국밥류가 잘 팔리는 것 같습니다.
한 번 버무린 사리에, 옆으로 밀어넣은 고명은 90년대 휴게소에서 자주 보이던 양식입니다.
저는 프로필 사진을 항상 그 날 먹은 냉면으로 하기 때문에, 냉면이 이렇게 나오면 아쉽습니다.
냉면이 나올 때 꼭 잘라드릴까요 하고 물어보시는데,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다가는 사진도 찍기전에 반토막난 냉면을 보셔야 합니다. 반드시 강하고 확실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해주세요.
다대기에는 볶음고추장처럼 다진 소고기가 들어있습니다. 절대 많은 양은 아니지만, 가끔 씹혀서 존재감을 뽐내기엔 충분합니다.
육수는 세 가게 중 가장 무난한 맛으로 , 어디 하나 과한 것 없이 밸런스가 잘 잡힌 것 같습니다. 다민 육수에 이미 겨자가 풀어져 있습니다.
양념통에 다대기가 따로 있어서 내키는대로 먹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입맛으로 물냉면만으로는 이곳이 제일 좋지만, 어르신들이 많이 오시는 만큼 가격도 어른스럽습니다.
물/비빔냉면 8000원.

▶ 정한손 칼국수
얼마전에야 알게된 가게입니다. 이공대는 불모지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육수를 마셨을 때는 살짝 놀랐습니다. 사과/배 향이 상당히 진합니다. 딱 '과일냉면'으로 이름붙기 직전까지의 수준인데요,
'이건 좀 과하지 않은가...'
'분명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다'
'이러다가 가게가 금방 없어지먼 어떡하지?'
이런 걱정이 멈춘 것은 그릇 바닥에 비친 저의 얼굴을 보고나서였습니다.
정신없이 육수를 다 마셔버려 텅 빈 냉면그릇은, 이미 두손에 들려 제 얼굴을 덮고있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그릇 속의 저는 아집에 사로잡혀, 이렇게 훌륭한 맛을 보고도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오만하게도 다른사람들의 입맛까지 걱정해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비빔냉면 5500원 (곱빼기 1000원 추가)

▶ 정다래 함박스테이크
함박스테이크/돈까스 가게지만 냉면도 훌륭합니다.
안그래도 냉무새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친구들이랑 밥먹으로 갈 때 냉면 먹으러 가자고 할 때마다 눈치보였는데, 여긴 무난한 돈까스/함박스테이크 집이어서 말을 꺼내기도 용이합니다.
보통 냉면에는 얇게 썬 편육 한 장이 올라갑니다. 이 고기 한 점은 면 위에 올라와 있는 것만으로도 냉면에 격을 더해주지만, 동시에 고민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고기로 치면 한 입거리도 안되는 작은 양인데, 한 그릇에 한 조각 밖에 되지 않는 고기를 한 번에 먹어버리자니 왠지 아쉽고, 여러 번 나눠먹자니 그 조그마한 고기를 다시 나누는 것이 쪼잔해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가 바로 찢어져 나온 편육입니다. 섞이기 전 까지는 충분히 먹음직스러워 보이면서도, 섞이고 나서는 별 다른 고민없이 군데군데 섞인 고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오이는 소금으로 숨을 살짝 죽이고 물기를 빼서 어슷썰기로 나옵니다. 오이향이 강하지 않고, 살짝 꼬들꼬들하게 나옵니다.
이런 디테일은 고민의 흔적입니다. 이런 부분까지 신경쓰는 사람이 만드는 냉면이 맛이 없을리가 없습니다.
다대기에는 파가 들어있습니다. 저는 다대기를 머금고 있는 파를 씹을 때 느낄 수 있는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산점을 주겠습니다.  예전 정문에 있었던 '고기주는 함흥냉면'집이 이런 방식이었는데, 다시 안암에서 이런 모습을 보다니 반가운 마음입니다.
육수는 요구르트 맛이 납니다. 진짜 요구르트가 들어간건지, 발효에 의한 맛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사장이고 이 맛이 나는 육수가 목적이었다면 저는 요구르트를 넣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상한 맛은 아니고, 간혹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함흥냉면을 취급할 때 볼 수 있는 맛입니다. 특이사항으로는 열무김치가 들어있습니다. 열무김치를 안좋아 하시는 분들은 주문 할 때에 미리 빼달라고 하시는게 좋습니다.
물/비빔냉면 6000원, 회냉면 8000원

오늘 처음으로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습니다. 여러분도 본격적인 여름을 맞아 냉면 한 그릇씩 장만해두시는건 어떨까요?
냉면 맛은 가게마다 천차만별이니 본인 취향에 맞는 곳을 찾아 시원한 여름 보내기시 바랍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31 19:5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