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학우 여러분.

평소 돈까스를 즐겨먹는 편이긴 하나, 요근래 우후죽순처럼 정대후문에 돈까스 집이 생겨나 오히려 조금 당황스럽더군요.

하지만 어찌 보면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니, 시간을 두고 하나하나 가볼 계획입니다.

4구(당구)의 대미를 장식하는 쓰리쿠션도 보통 거리가 먼 공부터 노리듯, 오늘은 정대후문보다 상대적으로 먼

참살이길에 있는 고봉민 김밥의 고구마치즈돈까스를 먹어봤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매번 존재만 인식하고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는데요.

'한번 들어가보기나 하자'는 생각으로 들어서자마자 메뉴판에 떡-하니 '고구마치즈돈까스'가 적혀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마치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뜻밖의 인연을 만나듯, 그토록 찾아도 보이지 않던 메뉴를 여기서 만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결국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주인 아주머니께 고구마치즈돈까스 오직 한 그릇만 포장해달라 부탁드렸습니다.

점심시간이 한창이었던지라, 나오기까지 시간은 살짝 걸렸지만 첫 번째 사진에 나온 것처럼 매우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나왔습니다.

선물소포라도 받아든 아이마냥 화색을 감추지 못하고 방으로 돌아와서 뜯어보니, 두 번째 사진처럼

돈까스, 해시브라운, 샐러드를 한 곳에 모아둔 용기 / 밥 용기 / 단무지 용기 / 소스 용기

로 나눠져 있었습니다.

거울을 쳐다보니, 먹기 좋게 잘라져 나온 것을 발견하곤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는 웬 들짐승 한 마리가 있더군요.

'이 돈까스, 입 안에선 어떨까'란 기대감에, 가장 고구마가 많이 든 조각을 먼저 먹어봤는데요,

정말 고구마와 치즈만 들어있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히 돈까스를 시켰는데 치즈고구마튀김이라뇨..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재빨리 다른 조각을 먹었을 때 비로소 고기가 고구마, 치즈하고는 좀 어색한 사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의아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이도 아니었을텐데 말이죠.

뭐 어쨌거나, 모두 출석했단 사실은 알았으니 소스와의 협동심을 평가해보기로 했는데요,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오히려 소스를 찍어서 먹지 않는 편이 더 괜찮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같이 알게 됐습니다.

양은 딱 1인분으로 적당하게 나왔기에 결국 먹기는 다 먹었으나, '널 알게 돼서 다행이다'라기보단

실망감과 더불어 일종의 아쉬움까지 느껴졌습니다. 이런 걸 기대하고 8,000원이라는 거금을 들인 건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부모님께서 제 성적표를 받아볼 때마다 이런 감정이 드셨겠구나'하는 슬픈 깨달음을 얻게 된, 뜻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20:4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