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집까지 한시간가량 걸리는 곳에 사는 저는
배가 고픈데 집 도착까지 기다리기 힘들 것 같아 하이디라오에 갔습니다.
저희집 가족들은 아무도 훠궈를 좋아하지 않거든요ㅠㅠ 애인도 없고 친구들이랑 약속 잡기에는 너무 충동적으로 가고 싶었던거라 그렇게 혼자 갔습니다.

네이버에 '하이디라오 혼밥' '하이디라오 1인분' 을 열심히 검색해봤지만 딱히 뚜렷한 결과물이 없어서 결국 전화를 해서 1인분 혼자도 되냐고 물었고 긍정적인 대답에 흔쾌히 갔습니다.

혼자 갔는데도 약 5분정도 웨이팅했어요. 저녁 7시 반쯤.

자리에 앉으니 머리가 기니까 머리끈도 하나 주시고, 제 가방에는 냄새 베지 말라고 천같은걸로 덮어쥬셨어요.
혼자 왔으니 1인분용 작은 냄비로 드릴까요 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렇게 달라고 하고 기다리니 웬 아이패드를 하나 줍니다. 메뉴들이 쫙 있고 알아서 클릭해서 주문하는 시스템이에요.

저는 매운거에 환장하는 사람이라 마라탕 육수로 제일 맵게 주문했습니다. (육수는 1가지/2가지/4가지 맛으로 시킬 수 있어요. 그에 따라 가격은 추가됨)
그리고 넘나 배가 고팠기 때문에 이것 저것 시켰어요. 사실 더 시키고 싶었는데 넘 비싸질 것 같아 자제한 것이 이것..

야채모듬, 두부모듬, 완자모듬, 만두8개, 생면, 그리고 소고기. +소스bar. 이렇게 주문했습니다.

소스바에 가니 무진장 많은 것들이 있고, 과일 서너종과 두종류의 죽, 그리고 김치와 같은 밑반찬도 있었어요.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우두커니 서서 둘러보는데 왼쪽 벽면에 터치스크린으로 여러가지 소스를 만드는 레시피가 있어서 참고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고수 덕후인데 고수를 맘껏 넣을 수 있다는 점도 너무 좋았어요ㅋㅋㅋ

그렇게 소스를 만들어 자리에 왔는데
재료들이 나와있고, 종업원이 네이버 라인 곰돌이 인형 제 키만한 걸 가져오더니 .....
제 앞자리에 놓더라구여.......
ㅎㅏ....
혼밥하러 온거 강제수치플인가 싶어서
�鉢악舊K�K 이거 안해주셔도 돼여!!
하니까

��? 왜요?? 같이 드세양!
하면서 자리에 앉히는거 손사레 치면서 극구 말리니
그제서야 '이거 다 하는건데 왜구로징?' 하는 표정으로 다시 거둬가십디다...

그 과정에서 모든 사람들이 제 테이블을 쳐다봤어요.

그렇게 잠시 부끄러운 경험을 한 뒤 재료들을 넣고 먹기 시작했습니다.

마라탕 육수는 매운맛이 강하기도 한데 이게 한국식 매운 맛이 아니라, 혀가 아린 마-한 맛입니다. 먹다보면 입술이 얼얼해짐...ㅋㅋㅋㅋㅋ

아무튼 배고파서 시킨건데 많이 먹어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를 않음....

야채는 그냥 솔직히 안넣으면 아쉬우니까 넣어주고 거의 손은 안댔구요.
두부.. 두부가 갱장히 많습니다. 건두부 긴거랑 납작한 건두부랑 짜글짜글한데 긴 두부랑 이렇게 세종류였던 것 같은데... 결국 두부 다 못먹고 남김 ㅠㅠㅠ

그리고 소고기는 보시는대로 10피스정도 나오는데요, 제가 훠궈집에서 먹었던 소고기 중에서 가장 실(?)했어요. 고기 결도 살아있고 한 점 한 점이 큼지막해서 씹는 맛이 훌륭했습니다.

만두 좋아해서 8개 있는걸로 시켰는데 (기본이 8개에염) 이것도 3개정도 남겼습니다ㅠㅠㅠㅠㅠ

완자는 여러 맛이 있는 모듬인데
저 네개 중에서 제 쪽을 향해 가장 안쪽에 있는 것이 맛이 좋았습니다. 먹으면서 어ㅠㅠㅠ맛있어ㅠㅠㅠ 혼자 내적감탄 하면서 먹음ㅋㅋㅋ

먹다보니 도저히 생면은 못먹을 것 같아 혹시 반품(?)이 되냐 여쭤보니 나온지 좀 돼서 안될 것 같다고 원하시면 포장해드린다길래 그냥 포장해왔습니다.

소스는 두번정도 만들어 먹었는데, 여러명이서 오면 여러 소스 만들어놓고 맛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소스빠가 맘에 들더라구요. 만드는 재미도 있고, 맛도 있고,.. 생각보다 액상이 아닌 꾸덕한 느낌이라 젓가락으로 덜어서 재료 위에 얹어서 먹었습니다.

먹다보니 목구멍 직전까지 차는 느낌이라...
대식가는 아니고 그냥 밥 한공기 잘 먹는 보통 여자인데, 내 위가 이렇게 작았나... 아님 단품으로만 시켜서 양이 많은건가? 고민하게 되는 식사였습니다.



식사 외 적인 것을 말해보자면
사람들이 다 먹다 말고 어딘가를 쳐다보고 박수를 치길래 ...? 뭐지? 하고 봤더니 중국 옷과 탈을 쓰고 전통춤(?)같은걸 추시더라구요.
여기 종업원들은 다 한국말 어느정도 하는 중국인이고든요. 테이블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전통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거슬리거나 하지 않고 식사자리에 잘 어우러지는 무대였습니다.
약간 서양인들이 오면 환장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동양음식에 전통춤까지 접할 수 있다니!! 또잉!! 할 것 같은...
그도 그럴게 저도 잠시 중국에 놀러온 느낌이었거든요ㅋㅋㅋ 먹거리와 볼거리를 동시에 충족하고 온 것 같았습니다.

종업원들은 굉장히 친절하구요, 막 부담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성의하지도 않고, 손님으로 하여금 딱 대접받는 느낌 가지도록 하는 수준의 서비스였습니다.

가격은 4만 4천원이 나왔는데
좀 비싸긴 하지만, 적정 가격수준의 맛과 서비스를 경험했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여러 사람들이랑 같이 와보고싶어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8 09:2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