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글에서 발췌한거라 반말입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잠시 후 나온 장칼국수는 끈적하고 빨간, 아주 맵고 짜고 자극적일 것 같은 모습이었다. 개인적으로 그런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약간 주저하다가 일단 조심스럽게 국물 한 모금을 마셨다.

생각과 다르게, 칼국수 국물은 그리 자극적이거나 진한 맛이 아니었다. 칼칼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입이나 목에 와 닿는 느낌이지 혓바닥을 찌르는 듯한 매운 맛은 없었고, 그리 짜지도 않았다. 보통 칼국수 정도의 담담한 맛에 된장의 감미와 달착지근한 고추장의 풍미가 더해진 정도의 맛이었다.

비주얼만 보고는 장칼국수의 장이라는 게 고추장을 말하는 것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된장 맛이 더 강했다. 맛이 약하다 싶을 정도로 담백한 육수에 된장이 섞여 주된 맛을 내고, 고추장은 특유의 달큰한 맛과 칼칼한 느낌을 더해주는 정도로 사용되는 듯 했다. 주인공이 누구냐고 하면 된장이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장칼국수의 장이 사실 된장인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한 그릇을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먹다 보니 그 밋밋한 듯 하면서도 묘한 매력에 끌려 계속 젓가락을 움직이게 되었다. 쫄깃하고 넓은 면에 국물을 흠뻑 묻혀 입 안에 넣기를 반복하다보니 어느 새 그릇은 텅 비어 있었다.

더운 날씨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나서야 먹은 음식이었지만 퍽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가격도 저렴했고. 하지만 굳이 이걸 여기까지 와서 먹었어야 했는가 하는 부분에서는 의문이 남는다. 맛은 있었지만, 재현이 어려울만한 맛은 아니었던 탓이다. 이 정도로 담백한 육수를 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고, 육수 맛을 제하고 나면 남는 건 결국 된장이랑 고추장의 맛인데 그 정도면 굳이 딱 어느 가게에서가 아니라도 쉽게 모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컨대, 맛은 있지만 우리 동네 가게에서도 금방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은 맛이라는 얘기다. 그러니 구태여 거기까지 가서 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거고.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18:3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