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을 하면서 치과라는 곳은 정말 신물이 날 정도로 다녔기 때문에 교정이 끝난 뒤로 치과는 근처에도 가보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가 많이 아파서 몇번을 망설이다가 고파스에서 유명한 이스터 치과에 가보았는데

음...뭐랄까...

그러니까 그냥 제가 교정하는 몇 년 동안 돈지랄 하고 다녔구나 라는 후회가 생길 정도로
전설 오브 레전드급의 센세이셔널한 충격이랄까 치과병원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왔습니다.

정문에서 길건너 버스타고 몇정거장 가다가 종암경찰서에서 내리면 되고, 화요일 목요일은 오후 9시까지 야간진료도 합니다.(야간진료비가 추가되기는 합니다만)

치과란 일단 의자에 앉으면 눕혀놓고 입부터 벌리게 하는 곳이라는 생각 때문에 자리에 앉자마자 속사포로 상태를 마구 설명했는데 중간에 한번도 끊지 않고 다 들어주시더니

"아 그러셨어요. 많이 불편하시겠네요. 그럼 제가 한번 볼까요"

라고 하시면서 진료를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어금니에 충치가 있다고 하시면서 다른 치아들도 검사를 해주셨습니다.

교정할때는 그냥 반사경가지고 브라켓 떼었다 붙였다 와이어 감았다 풀었다 하는게 전부였는데 무려 디지털스르륵 카메라를 이용해 입안 사진을 찍어가면서 확인을 하시고 그걸 바로 앞 모니터에 띄워 저한테 보여주시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워낙 단거를 좋아하는데다가 초코렛을 중심으로 한 주전부리를 달고 살아서 치아의 상태는 마치 우주의 암흑물질과 먼지가 한데 뭉쳐 대폭발을 일으키기 직전 상태까지 엔트로피가 증가한 혼돈의 카오스였습니다. 그런데 차마 부끄러워서 그렇게는 말씀드리지 못하고 그냥 교정하는 동안 양치를 제대로 못했다고 둘러댔습니다.
교정을 끝낸 뒤로 치과에 한번도 안와봤다고 하니까 웃으시면서 교정했던 분들은 치과가 질려서 그러는 경우가 많다고 하시더군요.

어찌됐든... 충치는 무엇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를 정도라 일단 사랑니부터 빼고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젖니는 전부 흔들릴때까지 놔뒀다가 혼자 집에서 뽑았었고, 익게에서 사랑니 빼고왔는데 아파서 죽기 직전이라던 익게이님들의 하소연을 많이 보아왔던지라 멀쩡한 이를 잡아 뽑는다는게 정말 벌벌 떨렸습니다.

위아래 두개씩 한 세트로 두번에 나누어서 뽑았는데
눕거나 하지 않고 아주 조금이라도 제대로 나있는 사랑니는 뽑을때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습니다. 하나도 아프지 않습니다. 위 아래 뽑는데 합해서 1분도 안걸립니다.
물론 마취할때 좀 아프긴 하지만 평소 엉덩이에만 맞아버릇한 주사를 잇몸에 맞아서 이상한거라 생각하면 참을만 했습니다.

그런데 사랑니 4개중에 한개가 옆으로 누워있는 상태라 이걸 뽑을때는 한 5분정도 걸린 것 같았습니다.
뽑는 동안 선생님께서 계속

"이를 몇조각으로 쪼갰습니다." "바람입니다." "식염수 소독입니다." "마지막 뿌리부분을 제거하는데 조금 아플 수있습니다"

이렇게 설명해주셔서 좋았습니다.

역시 마취를 해서 아프지는 않지만 이가 굉장히 많이 시립니다. 이가 시린걸 통증으로 느낀다면 엄청 아플거고, 이정도로 이가 시려본건 처음이라 눈물이 찔끔 나기는 했습니다만 통증이 아니라 그냥 이가 시린것 뿐이라 생각하면 견딜만 합니다.
이를 뽑은 후에도 약을 먹어서인지 전혀 아프지 않았고 붓지도 않아서 그날 저녁부터 다시 달고 맛있는 주전부리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사랑니 뽑은 자리가 아물기를 기다렸다가 1주일 후에 스케일링부터 시작해서 살짝 떼운 충치가 8개, 세렉으로 반정도 씌운 충치가 4개, 세렉으로 완전히 씌운 충치가 1개... 다시 1주일정도에 걸쳐 입안을 갈아엎다시피 해서 치료를 전부 받았습니다.

치료를 하기 전에는 항상 선생님께서 직접

"오늘은 무슨 치료를 할거고, 보험 되는것과 보험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OO씨가 이러이러한 재료중에서 선택을 하실 수 있구요
이렇게 하면 치료비는 총 얼마정도 나올거에요."

등등을 설명해 주시고, 치료가 끝난 다음에는 간호사선생님들께서 다시 한번 똑같이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아무래도 치과치료인지라... 치료비가 많이 나오기는 했습니다.
제대로 나있는 사랑니 2개 뽑는데는 엑스레이 포함 만오천원정도
제대로 나있는 사랑니 한개와 누워있는 사랑니 뽑는데는 CT 포함 3만5천원정도
둘다 보험진료입니다.

그리고 충치치료는 재료에 따라, 보험 비보험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나는데... 치료할게 많다보니 돈이 좀 많이 들었습니다.
엄마가 치과진료비는 협상을 잘 하면 얼마든지 깎을 수 있다고 해서 단단히 마음먹고 갔는데

여자사람은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말도 못붙이는데 공교롭게도 여자사람간호사선생님인지라...에휴...

어찌되었든 치료는 잘 끝났고 동네치과라는 처음의 불안한 마음과는 달리 친절한 의사선생님에 친절한 간호사선생님들한테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 이가 아프지 않으니 달고 맛있는 주전부리를 다시 입에 달고 살 수 있게되어서 정말 라랄라입니다^^^^^